“대형화…고정비 리스크 커” 사안별 협력 필요
세무법인과 회계법인, 세무법인과 세무법인, 회계법인과 회계법인간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뜻깊은 토론회가 17일 조세일보에서 열렸다.
빅4 세무법인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16개 세무법인 CEO와 15개 중견회계법인 CEO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3년전만해도 회계법인 CEO들조차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나 홀로 성장'을 추구해 온 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일단 서로 얼굴만 봐도 절반은 성공한 셈. 이날 CEO들은 더 이상 '각자도생'이 아니라 회계법인과 세무법인 간 사안별(case by case)협력 또는 법인간 1대1, 2대1, 2대3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상생협력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는 발제를 통해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현황 및 애로사항 ▲새로운 트랜드 상생·협력의 이유 ▲상생협력의 조건 등을 발표했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 현황
○로펌 - 2014년
▲김앤장 - 변호사 568명, 매출 약 7,000억원, 변호사 1인당 매출액 약 12억3천만원
▲광장 - 변호사 340명, 매출 1,994억6,000만원, 변호사 1인당 매출액 5억8,000만원
▲태평양 - 변호사 342명, 매출 1,888억6,000만원, 변호사 1인당 매출액 5억5,000만원
▲율촌 - 변호사 233명, 매출 1,524억2,000만원, 변호사 1인당 매출액 6억5,000만원
▲세종 - 변호사 273명, 매출 1,451억 2,000만원, 1인당 매출액 5억3,000만원
▲화우 - 변호사 253명, 매출은 1,082억8,000만원, 변호사 1인당 매출액 4억3,000만원
2014년 기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6대 로펌의 매출액 합계는 1조5,000억원으로 이중 조세소송매출은 약 4,500억원으로 추정 된다.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율촌의 변호사 1인당매출액이 큰 이유는 조세소송사건을 많이 수임했기 때문으로 분석 된다.
○회계법인 - 2014년
2015년 3월말 금융위에 등록된 회계법인은 총 141개, 등록회계사 1만7,597명.
회계법인에 소속된 등록회계사는 9,437명으로 이 중 4대 회계법인에 등록된 회계사는 5,122명으로 5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으로 회계법인 전체 매출액은 2조2417억원, 회계사 1인당 매출액은 2억3,000만원이다. 세무분야 매출액은 5,93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6.5%을 차지했다.
○세무법인 - 2014년
세무법인협의회 등록된 세무법인은 400여개, 세무사회 등록 개업세무사 수는 1만1,082명이다. 세무사업계 전체 매출액은 2조8,000억원, 세무사 1인당 매출액 2억5,000만원으로 추정됐다.
○2014년 조세시장규모는 4조원 가량
2014년 기준, 조세분야 시장규모는 세무사업계 2조8,000억원, 회계사업계 6,000억원, 변호사업계 4,500억원으로 총 3조8,500억원으로 추산된다.
■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애로사항
○로펌 … 아시다시피 사법시험과 로스쿨 병행으로 인해 변호사 인력공급과잉이 법률시장의 큰 문제다. 또 하나는 회계법인과 세무법인은 외부감사와 기장이라는 고정수입이 있지만 로펌은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회사의 등기등록업무 같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었지만 지금은 큰 상장회사들이 변호사들을 직접 고용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상시 업무가 줄어들었다. 공급과잉에다 매출마저 불투명해 상당수 로펌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조세사건은 수임금액 규모가 크고 이론적인 준비만 잘 한다면 승소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로펌은 저마다 조세파트인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출신 전문가를 바로 영입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회계법인 … 업무 수요에 비해 인력이 과잉 배출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급과잉으로 회계사들의 주수입원인 외부감사수수료 덤핑현상이 심각하다, 갈수록 회계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높아지고, 외부감사 규제는 강화되고 있지만 거꾸로 외부감사 수수료는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실외부감사에 대해 회계법인 CEO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대형회계법인은 세무파트의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지만 중소회계법인의 경우에는 국세청, 조세심판원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경륜있는 세무전문가가 부족한 법인이 많다. 조세분야에 강점을 가진 중소법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회계법인들이 클라이언트에 대한 회계, 세무 원스톱 서비스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 세무법인 … 세무사시장 역시 인력의 과잉공급이 문제다. 세무사 자격증 보유자의 증가속도를 개인 및 법인사업체 증가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핵심 수입원 중 하나인 기장수수료가 30년 가까이 동결되고, 5만원 수준의 저가 기장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일반 세무법인의 경우, 기장수수료로 사무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된지 오래다. 세무사 1인당 매출액이 2억5,000만원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이 금액에서 직원들 인건비와 임대료 등 사무실운영경비를 차감하면 세무사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다수 활동하고 있는 중위권 세무법인은 대기업, 중견기업과 친분이 있는 강점이 있지만 이제는 국세청 출신들이 다수 시장으로 나와 그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또한 규모가 큰 상장법인의 일거리를 수행하기 위한 업무프로세스가 약한 것도 단점이다.
매출과 인력규모가 큰 대형세무법인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난이도가 높은 대기업 세무컨설팅은 대형로펌 및 4대 회계법인에 치이고, 난이도가 낮은 업무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
대형로펌과 4대 회계법인은 세무전문가들도 많고 세무파트 인력규모가 대형 세무법인 전체 인력보다 많다. 인적자원 등에서 밀리는 현실 때문에 대형로펌과 회계법인과의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상생협력의 이유
상생협력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불황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시절보다 어렵다고 한다. 내년 경기는 더욱 나빠 질 것이다. 심각하다.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이 내년에는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본다. 기장료덤핑, 외감보수덤핑 현상 등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금년에 일거리가 있었다고 내년에도 같은 일거리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법인의 몸집을 키우면 더 큰 업무를 수주할 수 있도 있지만, 비즈니스가 잘 안되면 고정비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조직관리, 일처리 잘못되면 CEO책임, 이미지 손상
고정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덩치를 키우는 방법으로 독립채산제 형식의 대형화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파트간 수임업무의 배정문제로 다툼이 벌어질 수 있고 내부조직관리가 쉽지 않은 점이 큰 문제다.
대형로펌과 4대회계법인은 본부조직에서 업무를 배분하고 직원들이 처리한 업무를 재검토하는 별도의 조직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그런 조직이 없는 법인은 쉽지 않다. 외부감사업무든, 세무업무든 일이 잘못되면 CEO가 책임을 져야 하고 브랜드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결국 리스크만 커지고 실익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 상생협력 방안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사안별(case by case)협력 또는 법인간 1대1, 2대1, 2대3, 심지어 15대15로 협업할 수 있다면 리스크와 고정비 부담없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세무법인과 세무법인 간, 회계법인과 회계법인 간 또는 회계법인과 세무법인들 간 '업무제휴'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잘하는 것,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협업할 필요가 있다.
세무법인 고객 중 외부감사 대상 법인의 감사업무와 회계컨설팅업무는 제휴를 맺은 회계법인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반대로 회계법인 고객의 세무조사 컨설팅이나 상속증여세 컨설팅 업무는 세무법인과 협업해 진행한다면 고객에 대한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협력파트너와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일이 끝나면 파트너의 클라이언트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 상생협력의 조건
상생·협력의 키워드는 신뢰다. 신뢰하려면 상대방을 알아야 하고, 알려면 서로 만나야 한다. 잦은 만남을 통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세무사보다 회계사가 우수하다는 생각이나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이니 내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존재를 얕보고 굴복시키려 한다면 상생협력은 요원하다. 파트너를 섬기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2차 토론회 1월15일, 로펌CEO도 초청
한번만의 만남으로는 협력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앞으로 자주 만날 필요가 았다. 내년 1월15일(금) 로펌의 CEO들까지 참여하는 2차 토론회가 성사되도록 주선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