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토대로 집행된 과세권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잇따라 '무효화'된 이유는 포괄주의가 도입된 이상 이익이 존재하면 무조건 과세할 수 있다는 국세청의 '판단미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조세 및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세청이 상증세법 제2조3항(완전포괄주의)과 사실상 유형별 포괄주의 성격을 가진 제42조(그 밖의 이익의 증여 등)를 결합한 논리로 과세권을 행사했는데, 이 부분 자체가 모호성이 짙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2003년 완전포괄주의 도입 이후 상당기간 동안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한 과세를 자제해 왔다. 국세청 스스로도 법적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로 국세청의 패소가 확정된 사안과 유사한 형태의 과세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2010년 사이의 일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제41조와 같은 개별규정에 엄연히 부합하는 사례임에도 무차별적으로 제2조3항을 적용해 과세한 것이다.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전후해 가장 우려됐던 '과세관청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해당 거래유형에 부합하는 예시규정이 있으면 그 예시만 적용하라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다면 입법자가 예시규정(제33조~제42조)을 굳이 남겨 놓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조세 및 법률전문가들은 "상증세법 제41조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법인의 주주가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제41조에 적용되는 증여세만 납부하면 된다는 입법의도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이외에 포괄적으로 미실현이익 등 주식가치 증가분이 있다고 해도 제2조3항을 통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 당초 입법자의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 판결을 보면 개별규정을 남겨 놓은 입법의도는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됐다고 해서 개별규정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제41조와 같은 개별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만 적용하는 것이고 제2조3항으로 범위를 확대해 과세하는 것은 위법임이 증명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대법 판결로 증명된 '원칙 없는 과세' = 세법에서 말하는 '보충적'이란 표현의 의미는 어떤 사례가 현재 있는 규정으로 적용되지 않을 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한다. 하지만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만약 납세자에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상증세법 제2조3항이 일반 원칙 없이 무조건 적용 및 과세가 가능하다면 납세자들은 자신이 왜 과세를 당하는지, 얼마만큼의 세금을 납부할지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또 불확실한 세금 때문에 엉뚱한(?) 신고·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될 위험까지 안고 가야 한다. 그만큼 완전포괄주의를 통해 과세권을 휘두를 때는 조심스럽고 정교해야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세청은 보충적 규정들을 수 년에 걸쳐 여러 건에 원칙 없이 적용해 왔다는 사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밝혀졌다. 국세청의 논리는 간단하다. 개별규정들이 적용되는 것은 개별규정대로 과세하고 만약 남는 이익이 만약 발생하면 제2조3항의 포괄주의로 또 한 번 과세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완전포괄주의의 태생적 한계점을 명확히 짚어냈다. 예측가능성이 없는 조항을 납세자의 턱밑에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결국 대법원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주의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아울러 조세 및 법률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상증세법 제42조가 주식가치증가분을 계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과세근거는 제2조3항에서 찾았고 이익 계산방식만 42조만 차용해 과세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문제를 생각해 이런 방식의 과세를 하지 말라고 판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국세청의 과세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니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고려하자는 것이며 포괄주의 확대해석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국세청의 평행질주, 우려의 시선 보내는 전문가들 = 2014년 정부는 법개정을 통해 과거 완전포괄주의관련 조항들이 내포하고 있던 대부분의 문제점들을 정리했다.
세법을 개정했다는 의미는 정부 스스로 이전 조문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맞지 않거나 예측가능성이 없는 문제적 조문들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법원의 판결에 적시되지 않은 사항 등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며 법적 다툼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세청은 내부지침을 통해 결손법인에 결손금을 초과해 증여한 부분에 대한 소송을 이어갈 것을 지시했다. 단지 집행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 뿐이며, 차후 기재부 등에서 내린 법령 해석 결과가 변동되면 그에 따르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납세자들은 국세청의 입장을 고려할 겨를이 없다. 영리법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 소송에서 줄패소한 상황에서 유사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소송을 굳이 이어 가겠다고 밝힌 국세청의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세청의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 역시 대법원 판결은 물론 세법개정의 취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세 및 법률전문가들은 "정부가 세법 개정을 한 것은 이전 법조문이 불명확한 점이 있어 명확하게 하기 위해 위한 것"이라며 "이것은 기존 규정들이 불명확해 예측가능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고 전했다.
이어 "개정을 통해 논란이 됐던 규정을 명확하게 바꿨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국세청이 기존의 불명확한 규정을 근거로 과세를 계속하고 법적다툼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