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천공항세관 박영주 관세행정관이 작성했습니다.)
처음 입수된 첩보는 미국에서 한국이 발송지인 우편물로 카트라는 식물성 마약류가 적발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서는 'Sㅇㅇㅇ Nㅇㅇㅇ'라는 송하인 이름과 날짜뿐. 전산조회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던 우리 수사팀은 이태원 부근의 발송지와 인근의 우체국들을 대상으로 소재 및 탐문수사를 시작했다.
접수한 국제우편물은 용산우체국과 동서울우편집중국을 거쳐 하루에 두 차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매일 주야간조를 편성해 용산우체국발 미국행 우편물을 정밀검색했다.
모든 직원이 투입된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으나 2주간의 정밀검사에도 진척이 없었고 수사팀 모두 점점 지쳐갔다. 결국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선 언제든 카트가 다시 반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과 등 통관부서에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보세구역을 벗어나 서울 시내의 접수우체국으로 직접 잠복해 검거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에도 정보공유 및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드디어 지난 2월 13일 오후 4시경 서울 시내의 한 우체국에서 잠복하던 중 흑인여성 한 명이 여러 박스의 우편물을 미국에 보내기위해 찾아온 것을 발견했다. 수상한 생각에 즉시 혐의물품의 압수팀과 차량 추적팀으로 현장에서 조를 편성한 뒤 우편물 접수에서부터 차량추적까지 전과정을 동영상 녹화하고 사무실에 차량 및 인원지원을 요청했다.
혐의자가 나간 후 우편물을 열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마른 식물잎으로 가득찬 내용품이었으나, 기표지의 품명에는 'Toys'와 'Wear, books'로 신고한 것을 확인하고 드디어 잡았다는 생각에 소름마저 돋았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감정을 거쳐 마약류로 판명이 돼야 압수를 하고 통제배달이나 체포 등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카트라는 마약은 흔한 마약류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에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판단하고 퀵서비스와 택시를 이용해 긴급 분석의뢰를 한 후, 동서울집중국을 거쳐 인천공항 우편물류센터까지 逆통제배달을 실시했다.
통상적인 마약 밀수입사건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 아닌 마약류를 대량으로 밀수출하는 사건이었기에 그 수입루트와 보관장소 및 공범 등을 찾아내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사팀은 혐의자를 바로 체포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는 우편물에 가품을 넣어 보내는 방법으로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렇게 처음 적발한 카트의 양이 128kg이었고, 며칠 후 같은 방법으로 2차 357kg을 적발한 수사팀은 그동안 미행 및 통화내역 분석과 우체국 인근의 창고 추정지를 일일이 탐문해 얻은 수사정보를 바탕으로 혐의자 및 보관창고에 대해 영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결국 D-DAY인 2월 25일 주거지에서 혐의자를 체포하고 창고에서 보관중인 카트 2.5톤을 압수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 수사팀에서 공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통관부서에서 적발한 수입통관 전 상태의 카트 658kg까지도 추가 압수했다.
아울러 에티오피아계 미국 국적의 공범도 출국전 체포함으로써 국제 마약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끈질기고 집요한 수사팀의 열정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메트암페타민과 대마 및 각종 신종마약 등 불법마약류가 우리나라로 반입되지 못하도록 관세국경을 굳건히 지키는데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