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관세청 조종필 관세행정관이 작성했습니다.)
경력 20년차 A계장은 최근 이사를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어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때마침 이사한 아파트에서는 공동구매로 형광등을 최신형 LED등으로 교체하고 있었다.
1년만 지나면 절감되는 전기료로 공사비 50만원을 뽑을 수 있다는 점과 요즘 독서에 재미를 들인 자녀들의 시력을 생각해 공동구매에 동참했다. 그러나 LED등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방 저방에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이들 눈은 더 나빠지고 화재의 우려까지 생겼다.
이유는 알고 보니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수입제품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불량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일까?
자타공인 관세행정의 '배테랑'이라 불린 A계장은 문제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수입물품에 대한 검사는 관세청 산하 47개 세관에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는 수입물량에 비하여 세관 직원수는 10년 전하고 큰 차이가 없다.
자원이 없고 무역으로 살아가야하는 나라다 보니 수출입 물류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통관절차를 간소화 해왔고 검사율은 2%대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역 1조달러 시대와 세계은행(WB)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평가에서 6년 연속 세계1위라는 평가의 영예 그 이면에는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불법·불량·위해 제품의 범람이 있었다.
관세청은 일부 안전인증 대상물품에 대해 현재의 서류(전산)로만 인증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간소화된 통관절차를 악용해 일부 불법수입업체들은 건당 약 200만원이 소요되는 인증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전기용품, 어린이제품 등의 인증서류를 위조하고 기존 인증번호를 도용한다.
최초 인증시 고품질의 물품으로 인증받고 차기 수입분 부터는 저가의 부품으로 불법 교체 사용해 불량품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세관은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시중판매되는 제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마트 등에서 생활제품을 수거해 안전성 평가를 하고 기준치를 초과한 가소제, 어린이용품, 완구 및 불법·불량 전기용품 등을 단속, 리콜(Recall) 조치하고 있으나 유통단계에 한정된 단속 특성상 사후조치로 한계가 있었다.
이에 A계장은 지난해 4월 관세청과 국표원 세관장확인대상 조정시에 우연하게 국표원직원을 만나 외국의 협업검사 사례가 있음을 듣게 됐다. 또 국표원에서 법령개정을 한 후 통관단계에서도 인증제품에 대한 단속을 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러나 A계장의 마음은 급했다. 2년을 기다려도 법 개정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과 국민들이 불법·불량 수입제품에 노출되고 자기와 같은 피해가 생길것인가.
이 같은 비정상을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 3.0을 기반으로 한 부처간 칸막이 해소 제도를 시의적절하게 활용, 즉시 정보공유 및 협업검사를 제안했고 동갑내기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국표원 직원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관세청과 국표원은 상호 통관정보, 인증정보, 적발정보를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두 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불법수입제품을 국경선에서 완전 차단하고자 손을 모았다.(2014년8월21일 제5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서 협업과제 확정)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양 기관은 지난 9월15일부터 인천세관에서 2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총 94건(18만점)을 적발했고 올해 본 사업을 4개 세관으로 확대 실시해 상반기에만 434건(97만점)을 적발했다. 의도적으로 인증요건을 위반한 16개업체(11만점)는 고발조치 됐다.
아울러 그간 정직하게 모든 제품을 인증비용을 들이고 성실하게 사업을 영위해왔던 국내제조업체들은 심판 없는 그라운드에서 고사위기에 몰렸으나 두 국가기관의 정상화 노력으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돼 부활이 가능해졌다.
관세청은 이번 정보공유 협업을 롤모델로 해 환경부와 유해화학물질, 식약처와 해외직구 수입식품류, 고용노동부와 석면 등 위해수입물품을 통관단계에서 차단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의 정상화로 관세국경에서 불법 수입제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