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에 예치된 조합원의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기간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해당 과세특례제도가 일부 고소득층에 감면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과세특례 폐지 카드를 내밀고 있으나, 비과세 혜택 폐지에 따른 농어민 피해를 우려한 정치권의 제동이 거세짐에 따라 정부 방침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발생하는 조합 등의 출자금 및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1976년 도입된 비과세예탁금 제도는 조합 등이 서민금융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점을 감안해 해당 기관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시행되어 왔다.
1995년부터 일정기간이 지나면 과세로 전환되는 일몰제로 바뀌었으나 시한을 앞두고 연장을 거듭해 왔으며, 올해 말로 다시 3년의 시한이 종료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동안 비과세예탁금 제도는 농어민 지원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상당 부분 퇴색되어 왔다. 조합원이 아니라도 1만원 정도의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으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로 가입 대상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농협의 전체 조합원(조합원+준조합원) 수는 1910만2000명으로, 이 중 조합원 비중은 12.3%(235만명)에 불과했다.
반면 준조합원 수는 1675만명으로 전체의 87.7%에 달하고 있다.
누구나 가입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고소득·고자산가의 세부담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연일 따라붙고 있다.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과세특례제도 폐지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합 등 예탁금·출자금 비과세에 따른 조세지출 규모(2015년)는 9100억원으로, 금융지원 조세지출항목 중 가장 크다.
정부는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상호금융 예탁금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 2016년에는 5%, 2017년에는 9%의 세율로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설정했다.
그러나 농·어민층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제도를 지속시키자는 정치권의 반대가 매섭다.
세제혜택 축소에 따른 예탁금 이탈로 조합 등의 재무구조가 상당한 타격이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고서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의 경우 출자금·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과세전환에 따른 타격이 심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도·농 간 소득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 농민·서민에 대한 비과세 금융상품을 없애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도·농 간 소득격차는 59.1%에서 2012년 57.6%, 2013년 62.4%를 기록하는 등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예탁금 비과세 제도의 일몰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방침이 좌초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상호금융 예탁금과 출자금 이자에 대한 비과세 제도의 일몰기한을 5년 더 연장해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아직까지 상호금융권이 제1금융권에 비해 규모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 폐지로 상호금융자금이 이탈한다면 서민들의 자본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 때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도 올해 말로 종료될 감면혜택을 2020년 말까지 5년 연장을 요구했으며,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비과세 혜택을 2025년까지 10년 연장하자는 법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합 예탁금 비과세 일몰을 두고 여야 막론하고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과세로 전환하겠다고 해도 국회에서 강하게 반대 주장을 펼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