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과세대상 품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수 진작책 일환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개편안을 선보일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개소세는 사치성 소비재 규제를 목적으로 지난 1977년 도입된 세금인 특별소비세가 모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명칭과 과세목적이 달라졌다. 사치성 소비의 규제라는 본래 취지에 더해 외부불경제(생산자·소비자 등의 경제활동이 제3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를 치유한다는 명분이 과세목적에 추가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2015년 세법개정안'에 개소세 과세대상 품목을 폐지·추가시키거나, 개소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물품 및 행위와 관련한 개소세 과세체계를 축소시키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재계 등을 중심으로 개소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자동차 등에 대한 개소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세법개정 건의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
9·11테러로 인한 경기위축(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2012년) 등을 겪는 시기에 내수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개소세를 인하한 바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여기에 사치성 소비재라는 이유로 개소세가 부과되어온 녹용, 로열젤리, 모피, 귀금속 등에 대한 개소세 면제도 함께 요구했다.
정부에서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소비 진작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고 있으나, 자동차, 내구소비재 등에 대한 개소세 인하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소세 과세대상을 조정하려면 세수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세대상을 조정할 경우 세수효과가 낮은 품목부터 개편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세수실적은 미미하지만 관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품목에 대한 과세체계를 조정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개소세 과세대상 품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계속 포착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재부가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개편방안'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타이어, 브레이크패드, 일정금액 이상의 패딩·양복·드레스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과거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에너지 과소비 제품(TV·냉장고·드럼세탁기·에어컨 등)에 대한 개소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세제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건의한 개소세 개편방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과세대상 품목을 조정하는 것은 단기간에 할 수 없고, 연구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