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구축의 주역인 차세대TIS추진단이 1300여일이라는 기나긴 대장정을 마치고 해체된다.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추진단은 80여명의 직원들이 밤낮으로 매달려 올해 2월 새로운 TIS시스템을 개통했지만 개통 이후, 국세청 안팎으로 많은 민원에 시달리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개통 이후에도 퇴근은 커녕 매일 같이 철야근무를 밥먹듯이 하며 시스템 안정화에 매달린지 4개월.
개통 초기 혼란이 수습되고 어느 정도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소임을 다한 추진단 이달 말(30일)로 해체되고 소속 직원들은 흩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 차세대TIS, 국세행정의 새 시대 열다 = 차세대TIS 구축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기존의 TIS가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기존 TIS는 1990년대 중반에 개발되어 올해 차세대TIS가 개통되기 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사용되어 왔다. 개발 당시에는 탈세행태가 단순할 뿐더러 역외탈세나 조세회피처 등을 통한 탈세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기존 TIS의 정보분석 능력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탈세행태가 복잡하고 지능적으로 변해가면서 납세자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 절실했고 그것이 차세대TIS 구축사업이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2009년 '차세대TIS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국세청은 2010년 외부전문기관에 사업 추진전략이나 예산 산정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받았다. 2011년 8월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12년부터 2014년간 총 사업비 2300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차세대TIS추진단은 이 시기 만들어졌다. 2011년 12월 출범한 추진단은 김재웅 차세대TIS추진단장(現 중부지방국세청장)을 필두로 60명의 직원이 일을 시작했다. 시스템 개발이 막바지로 치닫던 2014년 7월 추진단장은 박만성 국장으로 바뀌고 소속 직원이 20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사실 민간기업에서 시스템 전산개발을 한다면 이 정도의 예산과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추진단 직원들은 서로를 격려해가며 시스템 개발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 피땀 흘렸지만…호되게 당한 신고식 = 차세대TIS는 기존 TIS를 단순히 업그레이드 한 수준을 넘어 세원발굴을 위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납세자 통합분석 툴'은 납세자의 신고내역이나 납부현황 등을 분석해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갑자기 매출을 적게 신고했다면 국세청 직원이 일일이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알아서 정보를 제공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각기 흩어져 있던 홈택스,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공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의 사이트가 하나로 통합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개통하기 위해 개통 막바지에는 설 연휴까지 반납하며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추진단 직원들이 밤낮을 시스템 개통 작업에 매진해 지난 2월23일 개통했지만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큰 폭풍이 몰아닥쳤다.
로그인 오류 문제와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모바일 앱 공인인증서 오류 등 납세자들의 불편과 더불어 일선 직원들은 납세자가 제출한 문서를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일일이 스캔하거나 납세자의 정보가 한 번에 조회되지 않아 징수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힘들게 일했지만 개통 초기 여러 문제들로 추진단이 거센 항의나 민원에 시달리면서 마음 약한 여직원들은 눈물까지 보였다는 전언이다.
□ 끝날 것 같지 않던 시간…드디어 끝이 보인다 = 개통 직전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추진단 직원들은 개통 후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쏟아지는 각종 민원과 시스템의 오류들을 해결하느라 아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보냈다.
특히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는 국세청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까지 걱정이 많아지면서 '종소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추진단은 전산실의 인력을 끌어와 약 200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시스템 안정화에 매진했고 그 결과 우려했던 '종소세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세대TIS와 관련한 납세자들의 항의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차세대TIS 대란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년 간 차세대TIS 개발을 위해 애써왔던 추진단도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추진단에 있던 전산실 직원들은 각자 기존에 있던 자리로 돌아가며 세무서나 지방청 등에 있던 직원들은 인사발령을 받아 새로운 근무지로 가게 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