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성사 되셨나요?" = 지난 2013년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의 전환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이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치열한 언쟁 끝에 야당은 부자증세로 불리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답례(?)로 세액공제 전환하자는 데 수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 모습.
"13월의 세금폭탄은 2013년 세법개정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다만 세금폭탄이라는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그대로 밀고나간 정부나 허술하게 심사한 여야 모두 책임지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매년 정부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을 상·하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부의 조세정비 방침이 합리적이라고 해도 국회의 벽은 넘어서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식의 흥정을 택하기 일쑤다.
여당의대표마저 "정치라는 게 딜(deal·거래) 아닌가"라며 대놓고 표현할 정도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들끓게 만들고 있는 연말정산 파동이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라면 어떨까.
지난 2013년말 국회에서 세법개정안을 손질할 당시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의 주 원인으로 치부되는 공제변경(소득공제→세액공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부자감세' 등 당론에만 치우쳐 서민증세 논란으로 확산된 연말정산 파동을 막지 못한 졸속심사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의 대화록이 이를 말해준다.
조세소위는 국회법상으로는 공개이지만, 사실상 굳게 문을 닫은 채 비공개로 진행된다. 비공개 회의에는 속기사가 동석, 모든 발언을 기록해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2~3달 뒤에나 공개하게 된다.
당시 조세소위에서 핵심 논쟁거리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과 '소득세 과표구간 하향 조정'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세액공제는 저소득층에 유리하다"는 근거로 공제변경을 밀어부쳤다.
야당 의원들도 공제방식 변경에 대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소득기준을 하향 조정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이 더 떼어가는 등 이른바 부자감세를 철회하자는 주장이었다.
세액공제 전환과 과표구간 조정을 두고 갑론을박 끝에 최고세율 적용 소득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자녀 관련 인적공제제도를 세액공제 전환 및 특별소득공제 등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대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야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첫 부자증세를 이뤄냈으며, 정부와 여당은 13월의 세금폭탄의 원흉이 된 세액공제 방침을 고수할 수 있게 됐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정치권의 위험한 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조세소위의 세법심의과정을 여과 없이 노출시키기로 했다.
▣ Episode 1 세액공제 전환, 지원성격 vs 조세저항
자녀 관련 인적공제제도를 자녀세액공제로 완전히 통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비용성격이 경우에는 소득공제로 가는 것이 맞고, 지원의 성격을 띠고 있는 항목들은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다. 야당 일부 의원은 세액공제로 바꿀 경우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섭 위원 =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됩니다" 이렇게 나와야 되는데 이것의 접근이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접근이거든요. (중략) 민주당이나 다른 일반 봉급생활자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 위의 계급 고소득자, 고액재산가, 대기업 조금만 손대면 이런 짓거리 안 하고도 얼마든지 필요한 세금 걷는데 그것은 손 안 대고 이런 온갖 그냥 세금 어떻게 걷어 보려고 세무조사 강화하고 과태료 물리고 무슨 세액공제로 바꾸고 이런다 하니까 조세저항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김낙회 기획재정부실장 = 저희가 이번에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비용의 성격이 있는 것, 그것은 소득공제로 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다라고 봤고요. 비용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추가적인 어떤 지원의 성격이 있는 항목들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해서 세액공제로 전환을 하고자 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Episode 2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다
정부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일부 항목을 전환하면서 세 부담이 총급여 기준으로 5500만원까지는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세액공제로의 찬성여부에 대해서 묻는 반면, 야당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 언급했다. 갑론을박 끝에 여당은 세액공제 전환하겠다는 방침에 야당이 주장하는 과표구간 조정을 함께 포함시키는 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낙회 기획재정부실장 = 일단 정부안은 전체적으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일부 전환하면서, 그래서 세 부담이 소득금액 기준으로 해서 7000만원, 총급여 기준으로 7000만원 정도부터 세금이 좀 늘어나게 했고요.
#이용섭 위원 = 이것은 지금 정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최고세율 구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근로소득공제율도 영향을 받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세율부터 논의가 되어야 될 것 같고요.
#나성린 위원장 = 아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는가의 여부부터 먼저 이야기 해주세요.
(중략)
#이용섭 위원 = 세율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에 과세표준이나 세율을 원칙적으로 유지하되 그동안 수차에 걸쳐서 얘기한 것처럼 1억5000만원 초과를 38%로 하자, 현행 3억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왜 그러냐 하면 이게 원래 8800만원 이상이었던 것을(침묵), 2011년이죠? 2012년이던가요?
#안종범 위원 = 12년 귀속분부터.
#이용섭 위원 = 아니, 우리가 이것을 고칠 때, 2011년 때 저하고 이쪽의
#김낙회 세제실장 = 11년입니다.
#안종범 위원 = 12년 귀속분부터 하기로 한 거잖아요.
#이용섭 위원 = 예, 그러니까. 새누리당하고 논의 할 때 부자감세 철회하자 하면서 이것을 2억원으로 실은 처음에는 조정을 했었던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새누리당에서, 그때 한나라당에서 이 이변이 나가지고 뒤집어 가지고 3억원을 들고 나온건데 이 3억원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봐도 너무 높기 때문에 우리는 1억5000만원 초과로 38% 적용 계급을 조정하자는 거고요.
#안종범 위원 = 고소득층들이 만약에 의료비나 교육비를 지출하지 않으면 그 돈을 안 쓰겠지만, 부담이 안 커지겠지만 모든 국민이 교육비·의료비는 다 지출한다라고 봤을 때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도 세 부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까 아까 우리 위원장(나성린)님이 말씀하신 대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하고 이 소득구간을 조정하는 것하고 같이 봐야지 이것을 별도로 봐 버리면 논의 자체의 초점이 흐려질 수가 있습니다.
#나성린 위원장 =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가져온 것의 제일 핵심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우선 동의를 할지 안할지 우리가 결정해야 되겠지만 그것을 동의하면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굉장히 늘어나요. 그것을 감안해서 고소득층의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돼. 그러니까 우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먼저 논의해야 된다니까.
#김낙회 세제실장 = 예. 그래서 저희가 사실은 정부안대로 했을 때 계층별로, 과표구간별로 세금이 죽 얼마 늘어난다는 게 하나 있고요.
#홍종학 위원 = 정부가 추계한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얘기들이 죽 나오고 있잖아요? 일단 납세자연맹인가 하는 납세자 단체에서 정부의 추계치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금 얘기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최근 어디 학회인가요? 학회에서도 정부의 추계치가 크게 잘못됐다고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나성린 위원장 = 정부 추계치는 평균이거든. 평균이기 때문에 밖에서 비판하는 것은, 평균이 만약에 10% 증가하면 덜 증가하는 사람도 있고 더 많이 증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거든요.
(중략)
#이용섭 위원 = 국민들이 느낄 때 세금은 정치적인 사물이에요, 정치적인 타협이고. 아무리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옮겨 봐야 국민들께서 고소득자가 우리보다 세금을 더 내는구나, 이것을 느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과세표준이 1억5000이면 연봉으로 따지면 2억 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들에 대해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구나 하면 그것은 국민적 설득력이나 공감대도 높일 수 있다는 거예요.
#나성린 위원장 = 옛날에 최고세율 구간이 8800만원 이잖아. 8000만원을 15년을 가져온거야. 그동안에 인플레이션도 있고 소득도 높아졌는데 8000만원을 그대로 가져온거야. 그것은 왜 그러느냐 하면 국민을 속인 거지, 세금을 많이 거두려고.
#홍종학 위원 = 과표를 올리면서 1억5000에 40%로 하시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실 수 있어요?
#안종범 위원 = 지금 이게 흥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세율 가지고 흥정합니까?
#홍종학 위원 = 아니, 흥정이 아니고 나성린 위원장님의 진의를 좀, 아까 얘기하셨는데 그것에 대해서...
#안종범 위원 = 뭔가 유인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경비를 지출했을 때 더 추가적으로 세액공제를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적절히 감안했을 때 지금 현재의 소득공제보다는 세액공제로 전환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판단해서 이번에 그렇게 했을 경우에 고소득층들의 세부담도 더 정상적으로 높아지도록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렇게 전환한 것이고요.
(중략)
#이용섭 위원 = 세제실장, 자료는 보완을 하는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얼마를 가느냐, 기본적으로 가는 것 자체는 우리가 동의를 하지만 지금처럼 다 가는 것은 반대에요. 그것은 거기에서도 논의를 할 텐데 어떻게 되는지 간에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것은 1억5000으로 내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는 거예요.
#안종범 위원 = 잠깐만요, 우리 이용섭 위원님이 말씀하신 그 내용은 민주당 입장은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받더라도 (침묵) 과표구간 1억5000으로 낮추는 것은
#이용섭 위원 = 그렇지요. 이것(과표구간 조정)이 제일 우선순위라는 얘기지요.
#안종범 위원 = 우선 순위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고 저희들 새누리당의 입장은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에
(중략)
#홍종학 위원 = 지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넘기게 되면 중산층이 상당히 많이 부담이 돼요.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고려를 해야 된다는 것이 기본적이 생각입니다.
#박원석 위원 =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지금 정부가 들고 온 세제개편안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만으로 못 갑니다. 이것 조정 안 하면 다 미루자고요.
#류성걸 위원 = 사실 어떻게 보면 여기서 정할 수 있으면 좋지만 저는 거의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모아서, 진짜 아까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가 먼저냐, 아니면 세율이 먼저냐 이 것부터다 사실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용섭 위원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의견교환이 전혀 안 됐고 이것은 개별 위원의 의견도 되지만 당 차원의 당론도 이미 발표가 됐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단 말씀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하나씩 의견을 교환하고 넘어가자는 얘기에요. 그래 가지고 마지막 해결할 때는 전체를 놓고 선택의 문제니까
#이만우 위원 = 그런데 민주당안은 세액공제에는 동의하시는 겁니까?
#이용섭 위원 = 그것은 선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이지요.
#나성린 위원장 = 우리는 뭐냐 하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세수증가액도 훨씬 많고 고소득층의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집니다. 플러스 민주당안을 우리가 고려하겠다는 거에요. 과표 낮추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합리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