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선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아파트 회계관리 시 이행감사의 필수화
기업의 회계감사와 아파트의 회계감사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아파트와 달리 기업에는 주인(기업 오너 또는 주주 등)이 있다. 따라서 각종 공사 및 비용지출과 관련한 업무 등에 있어서 당연히 생산성(최소의 비용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를 들어 공사 등을 유치함에 있어서 공사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도 그 만큼 공사비용에 가산된다면 기업에 실익이 없으므로 리베이트 등의 부정이 발생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이러한 경우 기업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담당 임직원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 모니터링, 사후 징계 조치 등의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비용이 적절한 지 등에 대한 감사는 이미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졌을 것이므로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업들은 은행대출을 받거나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하는 경향 등이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며, 이 과정이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이다.
그러나 아파트의 경우는 기업과 차이가 있다. 즉 기업과 달리 아파트에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사실상 주인이 없다. 따라서 각종 공사 등의 계약 및 비용집행 주체가 효율성, 생산성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필요성이 기업보다 훨씬 낮으며, 최소의 비용으로 계약하고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입주자대표인 본인의 돈은 1/세대수 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총 공사비용의 실제 부담자가 사실상 입주자대표인 본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공사 등을 유치함에 있어서 공사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면 그만큼 공사비용에 가산된다 하더라도 입주자대표인 자기의 추가부담은 1/세대수이며, 리베이트 수익은 100% 입주자대표인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 등의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공사 등의 결정권자와 실제 비용부담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사비용이 적절한 지 등에 대한 감사는 반드시 필요하다.(이것은 일반적인 회계감사로는 잡아낼 수 없다. 정교하게 업무를 설계한 관리메뉴얼을 법적으로 준수하게 하고, 이것을 입주자 대표회의가 적절하게 준수하였는가를 감사함으로써 잡아낼 수 있다. 이것을 이행감사라고 칭한다.)
아파트는 기업의 경우와 달리 은행대출을 받거나, 투자자를 유치할 필요가 전혀 없으므로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할 필요성이 전혀 없으므로 이것을 잡아내는 회계감사는 불필요하다.
□이행감사의 미실시에 따른 폐단
아파트 입주민들은 회계감사를 실시할 때 공사비용이 적절한 지에 대한 감사를 원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 상으로는 이행감사를 실시할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며, 따라서 일반적인 회계감사만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사비용의 적절성에 대한 언급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될 수 없으며 따라서 감사보고서가 공사비용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 아님에도(회계감사로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비리 입주자대표회의는 감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무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감사보고서에 만족하지 못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공사비용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를 고소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회계감사는 공사비용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현재의 국토해양부의 아파트회계기준 자체가 치밀하게 짜여져 있지 않아 불성실한 회계감사를 수행했다 할지라도 명확한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고, 실제로 소송에서 회계사가 패소한 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감사를 맡은 회계사는 아무런 부담 없이 위의 감사보고서를 발행할 수 있으며, 소송의 부담이 없으므로 감사비용도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회계감사와 비교했을 때, 기업의 경우 회계감사가 주이므로 기업회계기준은 빠져나갈 틈이 없을 만큼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만약 기업회계기준이 엉성하게 구성되어 있다면 그 틈새를 활용하여 기업들은 언제라도 분식회계를 수행하여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을 속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회계사들은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하도록 묵과할 수 있고, 그 대가로 높은 감사수수료를 받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틈새를 활용한 분식회계를 나중에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적발하여 기업과 회계사를 고소하더라도 '기업회계기준 위배가 아니기에' 회계사들은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회계사들은 부담 없이 틈새를 활용한 기업의 분식회계를 묵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업회계기준이 빠져나갈 틈이 없게 촘촘히 만들어져 있으므로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기도하려면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고 회계사들이 분식회계를 묵과하려면 기업회계기준 위반을 적발해 내지 못한 합당한 이유를 법정에서 제시하지 못하면 공인회계사 자격정지에 투자자 등으로 부터 손해배상까지 당할 것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분식회계를 묵과하고 넘어가기가 그만큼 어렵다.
(주 : 기업회계기준이 빠져나갈 틈이 없게 촘촘히 만들어져 있다는 것의 의미. 기업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회계처리 상황에 대하여 기업회계기준은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회계처리를 이 모범답안에 따라 작성해야 하고 회계사는 정답인 지의 여부를 회계감사를 통하여 가려서 의견을 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분식회계를 수행하면 기업은 물론 회계사도 법적책임을 부담한다. 그 이유는 기업회계기준이 정답을 가려주므로 판사는 이에 근거하여 기업 및 회계사가 법을 위반했는 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파트의 회계감사에서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감사는 이행감사이지만, 현행 아파트회계기준은 기업의 회계감사와 달리 빠져나갈 틈이 많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서울시가 시행중인 서울시아파트회계기준은 예외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파트는 이행감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아파트회계감사에 이행감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하여 낮은 단계인 회계감사만 실시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입주민,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정부 등 관련인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 심지어 회계사 중에서도 상당수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틈새를 활용하여 아파트들은 언제라도 분식회계를 수행하여 아파트입주민들을 속일 수 있으며 회계사들은 아파트들이 분식회계를 하도록 묵과할 수 있고 그 대가로 높은 감사수수료를 받아낼 수 있다.
심지어는 아파트 회계감사의 질적수준의 붕괴를 초래하여 "이 정도 수준의 아파트회계감사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무자격사(유사회계사)들이 아파트회계감사시장에 난입하여, 현재는 시장 대부분을 잠식한 이들 유사회계사로 인하여 덤핑가격에 수행된 아파트감사보고서가 난무하고 있다.
이렇듯 오직 회계사의 도덕심에만 기대어 아파트회계감사제도가 설계되어 있다면 그것은 언젠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실현불가능한 정책임이 자명할 것이다. 회계사의 도덕심은 차선의 안전장치일 뿐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무리 도덕적이지 않은 회계사일지라도 자격정지, 손해배상 등의 직접적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분식회계를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엄격한 아파트회계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는 아파트가 분식회계를 수행하더라도 아파트는 물론 회계사도 법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파트회계기준이 모범답안을 가려줄 수 없으므로 판사는 이에 근거하여 기업과 회계사가 법을 위반했는 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식회계를 방지해 줄 모범답안을 가려줄 수 있는 아파트회계기준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회계사의 회계감사로써 아파트부정의 근절방안
현재 상황에서 회계사의 회계감사를 통해 아파트의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비리 입주자대표회의를 교체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게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워낙에 아파트부정의 뿌리가 깊고 규모가 커졌기에 이러한 감사보고서를 발행할 때에는 회계사가 상당한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즉, 비리 입주자대표회의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회계사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신들에 동조하는 입주민을 선동하여 돌아가면서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시키는 사례, 회계사를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사례, 회계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남발하여 정신적, 시간적 고통을 가하는 사례 등을 각오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회계사들이 양심껏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험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수임한 감사비용이 충분하다면 회계사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아파트감사비용은 500세대 기준으로 연간 70만원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심지어 일부에서는 유사회계사들의 덤핑으로 인하여 이보다 훨씬 적은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비리 입주자대표회의를 몰아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회계사라 하더라도 이러한 낮은 수준의 감사비용을 받고서는 도저히 정상적인 감사를 이행할 수 없다. 비리 입주자대표회의를 몰아내는 감사보고서를 발행하면 한 달은 이들의 보복을 상대하느라 업무마비가 예상되는데 아파트감사수입 70만원으로 사무실유지비와 직원급여,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상황과 앞서의 감사보고서로서는 회계사가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는 다는 점을 이용하여 비리 입주자대표회의에 협조하고 저렴한 감사비용을 챙기는 유사회계사들이(유사회계사라고 하는 이유는 아파트경리 출신자들 등이 회계사의 명의를 빌려서 아파트감사를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회계감사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유사회계사들은 자신들은 아무런 법적, 도의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에 비정상적인 감사보고서를 남발하여 아파트회계감사의 신뢰성을 땅에 떨어뜨리는 문제점과 더불어 이들의 저가 감사비용 덤핑행위로 인하여 대부분의 도덕적인 회계사가 아파트회계감사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구조에서 비리 입주자대표회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①비리 입주자대표회의를 없애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회계사 + ②합당한 감사비용이 필요하다.
□결론 : 간편한 해결법, 이행감사를 도입하자.
첫째, 아파트 회계감사 관련 법령을 정비(명확한 아파트 회계기준 제정 포함). 둘째,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는 관리메뉴얼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주택법령의 개정 및 위 법령에 따른 관리매뉴얼 제정. 셋째, 아파트회계감사는 이행감사로써만 수행되도록 주택법령 개정 및 아파트 이행감사 기준 제정. 넷째, 회계감사 입찰공고의 혼선 방지를 위해 아파트 관리 메뉴얼 내 아파트회계감사 파트에 입찰공고문(아파트회계감사)을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아파트회계감사 입찰공고문에 아파트회계감사는 회계감사가 아닌 이행감사로 단일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