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세일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재무인포럼은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외부감사보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회계감사품질 대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삼성vsGE…매출은 1.6배, 감사보수는 마이너스(-) 23배
감사인 지정제·비감사업무 금지는 장기적 해결책 될 수 없어
기꺼이 합리적인 감사보수 내는 인식, 제도적 가격 명시 필요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분식회계가 한국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회계 투명성과 외부감사제도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외부감사의 수요 분산이나 회계법인의 비감사업무 금지 등 여러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외부감사보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제1차 회계감사품질 대토론회'를 열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재무인포럼이 공동주최 하고 한국공인회계사회,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중견회계법인협의회,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후원으로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권수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비롯해 최진영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이승렬 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적정한 외부감사보수를 형성하는 것이 회계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본시장과 한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데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했다.
□감사품질 하향 추세…위기감 고조= 이날 대토론회에 참석한 최진영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회계 담당)은 "일정한 수준의 감사품질과 감사보수가 하향돌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2013년 12월 결산법인 중 2012년과 2013년 동일한 감사를 선임한 곳은 1만6000여개사, 감사인을 변경한 곳은 2200여개사이며 변경 선임한 감사인의 보수는 전년 대비 8.4% 줄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감사인을 교체한 곳에서 감사보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최 위원은 "자유수임계약에서 감사보수가 하락하고 있는데 도대체 감사계약 현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감사보수가 하향하고 있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차기 감사인 선임 시 일정한 우위의 협상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데 경비 절감 차원에서 비난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한 인력이나 시간이 투입돼 높은 감사품질을 얻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등한시하거나 혹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감사품질의 저하다.
권 교수는 "감사보수가 너무 낮아 감사시장은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다. 감사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품질의 저하가 우려되고 감사보고서의 유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약 228조원. 미국 GE의 1.6배에 달한다. 반면 감사보수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37억원에 그쳐 매출액 대비 표준화 후 비교해도 GE의 2~3%에 불과하다. GE가 삼성전자에 비해 약 23배의 감사보수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상장기업 평균 감사시간은 한국의 1~3배이다. 2012년 기준 감사보수는 상장기업 한 곳당 일본 4억6000만원, 한국 1억1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저가 수임에 멍든 감사…공멸이냐 공생이냐= 회계업계와 기업 측은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생 방안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저가 감사보수 문제를 감사인들의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회계감사시장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가 감사보수의 근본적 원인은 감사인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인 독립성에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감사인 교체라는 고객의 압력 위협이다"고 토로했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회계감사로 인해 혜택을 보거나 이를 필요로 하는 자들은 피감 회사가 아닌 채권자, 투자자, 직원, 공공단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회계감사는 당연히 공공재라고 봐야 한다"며 "이를 전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감 회사는 감사 수행 능력과 상관없이 경영자와의 인맥이나 회계감사 이외의 서비스를 기준으로 감사인을 선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절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감사인을 선정하는 현실에서 향후 회계감사에 대한 수수료는 계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장은 "중국고섬의 분식회계 및 상장폐지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됐고 지난 3년 동안 중국기업의 국내 IPO는 전무했다"며 "감사보고서의 공신력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신뢰에 기초한 금융시장 시스템의 작동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왔다"고 우려했다.
그는 "회사가 자유선임제만을 고집하는 것은 높은 품질의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비용으로 감사인을 수임하고 교체 비용을 낮추려는 유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상장기업들을 대표해 참석한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은 "기업 현장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감사인 강제 지정에 대해 해당되는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감사보수 증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시장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고 전했다.
□회계 투명성 제고 위한 전문가 제안은=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권수영 교수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CEO와 CFO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높은 품질의 감사서비스를 제공 받고 적정 수준의 감사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감사보고서의 유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기업에 혜택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의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내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증대하고, 결산월을 분산해 감사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감사보수 규정을 마련해 규모별 산업별 감사보수 하한선과 상한선을 명시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권 교수는 "어떠한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되 문제가 있다고 시스템을 바꾸는 극단적 방법은 잘못이다"며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영 위원은 회계감사 관련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감사품질 감리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감사품질과 관리감독 기준을 법제화해 위반 시 실효성 있는 벌칙이 부과돼야 한다"며 "현재 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것이 구체화되고 있고 확대된 지정 대상 기업을 감사법인에 어떻게 배정할 지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품질관리를 중요시하는 데 대해 감사인의 입장에서 불편이 따르겠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품질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춘섭 조세일보 사장은 "회계감사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자본주의의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갈 수도 있다"며 "오늘 아쉬운 점은 회계사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좀 적었던 것 같다. 자유수임제를 채택한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 나지 않는데 이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세일보는 회계감사품질의 제고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업계를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오는 12월 2차 대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