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 위해 감사보수에 대한 인식 제고해야"

감사서비스에 대한 시장에서의 수요와 감사인의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감사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감사보수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감사 원가와 자산 규모, 정보 산출 시스템 및 내부 회계관리 제도(통제 위험), 대리인 비용에 따른 경제적 유인이 있다. 재고자산·매출채권, 해외매출비중, 사업장 수 등 감사 위험의 수익성을 포함해 부채비율, 유동성, 기업 고유 위험, 산업 위험 등이 영향을 미친다. 또 지배 구조(이사회와 감사위원회)와 초도 감사 여부, 소송 위험, 기업공개, 상장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된다.

감사 시간에 대해서는 감사보수뿐 아니라 감사 대상 회사에 대한 감사인의 협상력도 영향을 미친다. 감사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결산기 집중과 재무제표 대리 작성, 감리 또는 잠재적 소송을 대비한 과다한 페이퍼워크(paper work)도 포함된다.

감사 시간이 부족한가? 그렇다면 얼마나 부족한가?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일본회계사회 자료를 보면 일본 상장기업의 평균 감사 시간은 한국의 약 1~3배이다.

감사서비스는 감사품질을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실감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외부감사는 서비스의 구매자(피감 기업)와 이용자(불특정다수)가 일치하지 않는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는 그로 인해 얻는 혜택을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점 형태의 경쟁 구조에서는 감사 수임을 위해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감사수임료를 덤핑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감사인이 감사보수를 받으면서 부정적 감사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것은 경제적 독립성을 결여시킨다. 이 때문에 자생적 감사 수요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감사인의 협상력을 악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감사인 강제 교체가 시행되며 입찰(tendering)제도가 도입됐고 입찰제는 감사보수를 삭감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감사인 교체의 의사가 없어도 3년마다 입찰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2013년도 감사인 변경 시 감사수임료 변동 분석을 살펴보면 감사인 변경 기업의 평균 감사수임료는 2012년 대비 8.2% 감소했다. 상장법인은 7.8%, 비상장법인은 8.4% 감소했다.

4대 회계법인에서 기타 회계법인으로 변경된 경우 평균 수임료는 상장법인은 22.8%, 비상장법인은 25.1% 감소했다. 기타 회계법인에서 4대 회계법인으로 변경된 경우 평균 수임료는 상장법인은 1% 하락한 반면 비상장법인은 12.8% 상승해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적정 감사보수를 결정하는 방안은

적정 감사보수를 형성하기 위한 기존의 방안으로는 감사인 지정 제도의 확대가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피감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갑을 관계를 완화시키는 반면 자생적인 수요 공급에 의해 시장 기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비감사업무를 제한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이는 감사보수를 덤핑 후 비감사업무에서 보전 받지 못하도록 하고 감사보수를 제값에 받게 하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감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회계감사 공영제와 감사보수 공공부담제의 경우 감사인의 독립성을 유지시키고 감사보수 덤핑을 방지할 수 있으나 경쟁 없이 강제 자동 배정 시 감사인의 도덕적 해이와 안일한 업무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EO와 CFO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 감사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품질의 저하가 우려되고 감사보고서의 유용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감사보고서보다 자금 조달 시 담보를 설정하거나 추가 금리를 요구해 주가가 저평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높은 품질의 감사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적정 수준의 감사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기업에 오히려 혜택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제고는 시장의 성숙도와 맞물려 있어 적정 감사보수가 형성되기 위한 효과로는 다소 요원하다.

감사위원의 감사인 선임 역할이 증대될 필요도 있다. 현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회사가 감사인을 직접 선정하고, 내부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의 사후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감사인의 선임과 해임에 있어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

이와 함께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손해가 나더라도 감사를 수임하기 위한 회계법인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감사 시장은 일종의 치킨 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회계감사가 사회 공공재적 중요성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망각함으로써 과도한 보수 경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회계법인 간 감사 수임 지침을 마련해, 만일 철저한 감사와 감사 위험을 반영한 적정 감사수임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감사 수임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감사보수 규정을 마련해 규모별 산업별 감사보수 하한선과 상한선을 명시해야 한다.

공공재적 성격인 관계로 회계감사에 대한 자발적 수요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감사보수에 대한 규정이 자유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정부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식음료 및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감사보수도 특별 항목으로 별도 규제될 논리가 존재한다.

감사 시간을 제대로 투입하기 어려워 경제적 의존관계를 심화시키고 감사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사보수가 범위 밖으로 나갈 때 감리 실시, 품질관리 강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지도감독, 감사인 징벌적 공개가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규모별 산업별에 준거한 감사 시간을 제시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감사 시간이 투입되고 감사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입찰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감사인을 교체하지 않으면 입찰을 금지시키고, 감사인 교체를 위해 입찰하는 경우에는 기말 감사 시작 전에 입찰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일정 비율, 예를 들어 0.01%를 감사보수 분담금으로 확충하거나 회계법인 보상 체계 감독을 수입 기준에서 품질 기준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고객 상실 및 보상 감소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개별 파트너들 차원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결산월을 분산하면 감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회계결산이 집중되는 12월 결산월을 제도적으로 분산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실질적 감사 시간의 확보를 통한 감사 효율화를 위해서는 재무제표 대리 작성의 관행 근절과 결산기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 또 감사 효율성 증대를 위해 위험 중심의 감사 기준에 대한 충분한 이해 및 적용과 불필요한 페이버 워크(paper work) 축소, 감사인 임기 연장,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증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