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세정책 어디로…'고언(苦言)' 쏟아졌다

법인세율 단일화 '찬반' 격론
비과세·감면 정비 '한목소리'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 조세정책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특히 늘어나는 복지재정수요로 인한 재정압박 문제를 풀기 위해 조세·국민부담률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학계와 재계,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조세일보(대표이사 : 황춘섭)와 재무인포럼(회장 : 박수환 삼일회계법인 대표)이 주최하고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후원으로 27일 열린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2차 토론회'에 참석한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조세·국민부담률이 OECD 국가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국민 1인당 소득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OECD 국가의 조세·국민부담률 비교해보면 2010년 기준 국민 부담률이 27% 미만 최저 그룹에 속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멕시코, 칠레, 미국, 호주, 터키, 일본이었다.

이들 국가의 평균 국민부담률은 24%였으며 조세부담률은 19.1%, 국민 1인당 소득(GDP)는 2만9353달러였다. 2012년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6.5%였으며 조세부담률은 20.2%, 1인당 GDP는 2만2590달러였다.

곽 교수는 현 상황에서 조세·국민부담률 인상보다는 국민 1인당 소득을 상승시키기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부가가치세 같은 대형 세목을 신규로 도입한다거나 조세행정의 개선, 사회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조세·국민부담률 인상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가장 필수적인 것은 국민 1인당 소득의 상승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생산성 향상과 성장잠재력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인세를 단일세율화 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비과세·감면을 일괄적으로 폐지해 누수 세원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득세의 비중을 늘리고 부가가치세율을 상향조정해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소득 대비 조세부담률 수준 높다는데 '공감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 수준이 높다는데 발제자와 패널들이 대부분 공감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조경엽 실장은 "국제조세비교(ITC)지수가 100이 넘으면 조세부담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는 100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세연구원 연구를 보면 114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부담률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많다"며 "누진도가 높다고 해서 소득재분배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고소득층한테 세금을 물린다면 오히려 소득재분배가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들의 체감 부담률이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고 지적하며 세원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들의 체감 부담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일부에서는 조세부담률이 OECD 국가와 비교해 아주 낮다고 얘기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다. 모든 환경이 선진국과 같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원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조세정책을 내놔도 거부반응을 느낄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원칙도 중요하지만 숨은 세원을 찾아내 과세하는 것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인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지 않다는데 공감을 나타낸 뒤 "부담률 제고를 서두르기보다는 조세 지출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진회계법인 이한규 고문은 "조세부담률이 낮다는 인식 하에 이를 높이게 되면 국가 간 조세부담률과 조세구조 차이 등이 위험해진다"며 "과세기반 확대와 사회부담금 증가 등 고부담과 고복지, 저부담과 저복지는 정책의 선택 대상"이라고 밝혔다. 복지서비스의 수준을 낮추면 조세부담률을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여한 하나금융지주 김동휘 과장은 "조세부담률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는 것에 대해선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얼마를 쓸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균형재정 수준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곽 교수는 "현재 여러 여건상 부담률이 낮다고 볼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성장과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는 세금이 밭인데, 밭을 가꾸지 않으면 수확이 안 된다"고 답했다.

법인세율 단일화 '찬반' 팽팽…부가세 인상 '이견'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인세율을 단일화하고 부가세 인상, 비과세·감면 일괄 정리해야 한다는 곽 교수의 의견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어졌다.

이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춰서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며 "단일세율로 가야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감면 정비와 관련해선 "조세소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이해관계 때문에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이 어렵다"며 "농어촌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려고 하면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자본소득 강화를 하자고 하면 부산지역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법인세율 단일화 혹은 인하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해 조세부담률을 3% 정도 급격히 하락시켰음에도 매년 20조원 이상 재정적자가 났다"며 "자본이 낮은 법인세가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고 한다면 법인세를 낮췄던 아일랜드는 지금 어떤 상황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는 규제완화와 자본유입을 통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했는데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은 국가들이"이라며 "우리나라가 법인세 경쟁 뛰어들어서 효과를 볼 것 같으면 기업들이 다 조세피난처로 가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부가세 인상에 대해선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며 "중산층이 부가세를 부담하면서 복지 혜택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아직 국민적인 공감대도 형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가세를 올려서 부담률을 높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정면으로 반대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박사는 법인세율 단일화보다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고용률을 제고하는 것이 재원확보를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신 박사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세제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지금 현재 모든 국가가 조세정책 뿐만 아니라 정책 초점이 고용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간다. 고용률을 높이는 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과세·감면 정비와 관련해 조 실장은 "대기업 위주로 비과세·감면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한 뒤 "최저한세를 도입한 것이 비과세·감면을 받는 기업들 때문인데 비과세·감면을 없애려면 최저한세는 없애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재 10년 후, 20년 후 재정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알 수가 없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도 복지공약을 내놨지만 지금 형편에 복지공약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이사는 "내년의 재정지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10년 후의 재정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지금은 중산층 수준인데 복지는 부잣집 수준으로 확대해주겠다고 하면 빚을 낸다는 것 밖에 안된다. 그것은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