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무조정실 2014년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기업인들의 투자마인드 살리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꿈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140개 국정과제 중간평가 결과 '경제부흥 분야(14%)'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대통령의 의지와 현실과의 갭(Gap)은 상당하다.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비단 대통령과 재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들도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고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게 내고 있다. 특히 '세금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결정한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등과 같은 증세기조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접대비 실명제 부활 등과 같은 제도 도입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 방향 또한 기업이 마음껏 활동하기 좋은 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접대비 한도 축소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움직임들로 인해 기업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현금유보금 과세나 접대비실명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움직임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으며,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기업 투자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장으로 충분한 세수 증대가 가능하므로, 성장에 큰 기여를 하는 R&D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감면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지도 모르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랑은 맞지 않다. 막대한 복지비용 지출에 따른 세수부족 현상으로 인해 조세저항이 가장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경제 이론적으로 보면 옥죄는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기업이 활동하는데 좋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 방향은 기업이 마음껏 활동하기 좋은 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등 부분적으로 세제를 손질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제를 리폼할 필요가 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만 부담을 주지 말고 전반적인 증세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어느 쪽에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이 기업의 부담도 안주고 경제상황을 잘 반영하는지 검토돼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최근 기업들의 세부담이 증가되는 세법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점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반가울리 없다. 막대한 복지비용 지출에 따른 부족한 세수를 채워 넣기 위해 일정 정도는 증세를 해야 되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계속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말만 하는데, 그런 말보다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하는 법안도 엄연히 따지면 증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인세율 인상하는 것을 막았으니 어찌 보면 선방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이 활동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전보다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 데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가령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 도입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움직임들이 기업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해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옥죄는 부분이 커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으로 보인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접대비 한도를 축소한다거나 이런 움직임들이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생산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하느냐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R&D 투자세액공제율을 축소한 점도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있어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체적인 조세수입이 증대되고 정부가 말하는 조세형평성을 가져올지는 모르겠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남용된 부분이 있었기에 증세 아닌 증세를 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소·중견기업 간 균형을 면밀히 봐야 한다.
세무조사 횟수를 축소한 대신 세무조사의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자의적이나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당초 정책목표와는 다르게 흘러가 기업 활동의 제약을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세원을 밝히고 세금을 회피하는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동감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다보니 대기업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는 없다. 여기서 기업 활동이 불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난 MB정부와 비교해서 혜택을 덜 받은 것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법제도적인 면이다. 기업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풀어줘야 될 부분이 있지만, 그 부분을 해소하는 데 소극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기존에 대기업의 경우 법제도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기업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엔 투자를 축소시키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금유보금 과세나 접대비실명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움직임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국가가 개입하면서 기업들은 자기하고 싶은 대로 못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 투자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 =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필수적인데, 투자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R&D설비 등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급격히 축소됐다. 또한 지난해 한 차례인상된 최저한세율의 효과를 지켜보기도 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세율이 재인상되어 기업부담이 가중되는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율인상보다는 경제성장, 세원발굴 등을 통한 세수확보가 필요하다. 기업 투자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장으로 충분한 세수 증대가 가능하므로, 성장에 큰 기여를 하는 R&D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감면 확대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법인세율 인하가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세원발굴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