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법인사업자와는 달리 영세한 경우가 많은 개인사업자는 대부분 언제 어떤 세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를 만큼 세법지식이 부족함은 물론이고, IT 지식도 부족해 전자신고를 통해 자신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세무서 입장에서 개인납세자들은 응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대상이 아니다. 같은 설명도 이해하기 쉽도록 하지 않으면 '불친절하다'는 원성만 사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동수원세무서에서 6만7000명이 넘는 개인 납세자들을 상대하며 세원관리를 해야 하는 부서는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다.
특히 부가가치세과의 경우 사업자는 많은데 직원이 적어, 3000명이 넘는 납세자들을 직원 한 명이 담당해야 할 만큼 일이 많기로 소문난 부서다.
■ 선임은 머리로, 신임은 발로… 신구 조화로운 부가가치세과
일반과세자 5만1044명과 간이과세자 1만6154명 등 총 6만7198명에 달하는 개인납세자를 상대해야 하는 동수원세무서 부가가치세과의 하루는 민원인들의 전화로 시작된다.
체납 세금을 거두기 위해 취해진 재산압류에 대해 납세자들의 항의전화는 물론이고, 세무서에서 납세자에게 보낸 ▲고지서 ▲자료처리 해명안내문 ▲과세예고통지 등 각종 자료에 대한 문제 등 걸려오는 전화의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부가가치세과 구성원은 김선준 과장과 1․2계장을 포함해 모두 24명. 직원 1명이 담당하는 납세자는 일반과세자 기준으로 2670명에 이르며, 간이과세자까지 합치면 3000명이 넘는다. 중부지방국세청에 속한 세무서 가운데 1인당 담당 사업자 수가 가장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가가치세과 직원 1명이 하루 받아야 할 민원인 전화는 적게는 30～50건에 이르며, 소명안내에 따른 해명과 기한후신고 등을 위해 세무서로 찾아오는 민원인이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펼치는 부가가치세과
특히 세법이나 전산에 대해 잘 모르는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인 개인납세자들은 세무서 입장에선 상대하기 까다로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똑같은 설명이라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경우 조세 마찰은 물론 ‘불친절하다’고 원성을 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종종 "고지서를 늦게 받았으니 가산금을 무조건 빼달라"며 억지를 부리는 민원인으로 사무실이 꽤 시끄럽다. 영세사업자를 많이 상대해야 하는 부가가치세과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일상이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광교신도시와 함께 동탄신도시가 개발돼 사업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사업자등록 현지확인 등으로 인한 출장도 잦다. 직원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달에 15일 정도는 출장을 나간다.
사업자등록 현지확인은 물론 체납정리, 명의위장여부 확인, 일용지급명세서 제출안내, 신용카드위장가맹점 확인, 신용카드·전자세금계산서 조기경보, 내년부터 적용될 외형 3억 이상 개인사업자 전자세금계산서 홍보까지 출장목적도 다양했다.
국세행정을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개인 납세자를 상대하려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직원들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곳은 8급(5명)과 9급(11명) 직원이 전체 직원의 67%를 차지하며, 다른 세무서에 비해 5년 미만 경력의 직원들이 월등히 많다.
관리자들의 고민이 꽤 많을 듯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 곳이 지난 9월과 10월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체납정리실적 1등의 실적을 올린 곳이다. 관리자와 선임들은 ‘머리’로, 신임들은 ‘발’로 뛰는 등 신구(新舊)의 조화를 통해 이뤄낸 결과다.
김선준 부가가치세과장은 "신규직원들은 전산도 잘하고 논술세대라서 그런지 납세자에게 관련규정 설명도 논리 정연하게 잘한다. 납세자 응대나 체납 처분 요령에 대해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 만큼 업무적응력이 빠르다"고 말한다.
그는 후배 가르침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기본 업무량도 많은데 정상근무 시간에 수많은 전화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부가세과 직원들은 대부분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고, 저녁 9시 정각 국세 통합 전산망이 꺼진 뒤에도 업무정리를 하고 10시 무렵 퇴근하곤 한다.
사후검증 등의 분석이나 보고서 작성 등은 아침에 조기 출근하거나 야근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3만2500건이 넘는 체납 건수 해결을 위해 ‘체납정리 일상화’라는 모토로,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하루 2시간 이상은 무조건 체납업무에 집중토록 하고 있다.
체납 건수가 이 정도면 쉬운 해결을 위해 압류를 선택하기가 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압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별반 설득 노력도 없이 압류부터 생각했다가는 관리자의 불호령을 각오해야 한다.
압류했을 때 사업에 큰 지장을 받는 사업자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헤아려 필요에 따라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감한 유예를 선택하는 등 납세자와의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이뤄지는 일 처리가 바로 높은 체납 정리 실적의 비결이다.
일이 이처럼 힘들지만 부가세과의 단합은 세무서 다른 부서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막내 여직원이 100% 자료처리를 못 해 밤샘 작업을 해야 했을 땐 주변 동료들이 모두 나서서 마치 자기 일처럼 함께 처리하는 동료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분석 등 비교적 어려운 일에 직원들이 힘들어할 땐 든든한 관리자들이 보완을 해주는 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버팀목이 돼주며 어려운 일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김선준 과장(사진)은 "많은 업무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땐 체육대회, 산행 등을 통해 직원들의 단결을 더 견고하게 다지고 사기를 높이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을 위해선 회식 등을 통해 세대간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당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잡은 사람에게 마당을 쓸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며 "스스로 자기 일을 찾아서 하면서, 납세자에게 친절한 직원들이 고맙다. 이곳에서 2년만 근무하면 어느 부서에 내놔도 최고 직원이 될 것"이라며 직원 자랑에 열을 올린다.
■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납세자 헤아리는 소득세과
광교신도시 입주가 이뤄진 지난해 10월 말까지 수원시 영통구에만 주민이 2만2920명(8113세대)가 늘어날 정도로, 동수원세무서 관내 납세자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광교신도시뿐만 아니라 동탄신도시와 오산 세교지구 등 대규모 신도시에는 인구유입이 지속하고, 사람이 늘면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이어서 지난해 종합소득세 납세인원도 8만5243명으로 전년 7만6682명에 비해 1년 새 11.2%나 늘었다.
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 그 계열사 직원들이 관내에 상당수 거주하기 때문에, 연말정산시즌은 물론이고 종합소득세 경정청구․기한후신고 등 민원이 월등히 많은 것도 동수원세무서의 특징이다.
개인사업자들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받고 세원관리를 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와 납세조합 관리 그리고 근로장려세제(EITC) 업무를 책임진 소득세과는 과장이 공석인 상황이다.
이기훈 운영지원과장이 소득세과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데, 이 과장을 포함해 직원들은 모두 19명이다. 계장을 뺀 실무직원 16명 가운데 5년 이상 경력직원은 3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여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종합소득세 납세자들은 영세사업자가 많아서 세법지식이 부족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적사항으로 주민등록번호 정도만 적을 수 있을 만큼 대부분 전산에도 약하다.
이 때문에 소득세과는 여직원들이 많다는 장점도 있다. 세무서를 찾아오거나 전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납세자들에게 차분하게 조곤조곤 설명하니, 분위기가 부드러워 납세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여직원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업무처리가 강점이다.
반면 어려운 점도 업지 않다. 이따금 상식을 벗어난 일부 납세자들이 거친 목소리로 억지를 부리거나 할 땐 경력이 낮은 여직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난처한 지경에 빠지곤 한다.
특히 2013년에는 수정신고안내 건수가 늘어나면서 안내문을 보냈을 뿐인데도 '제2의 세무조사다. 서민들을 쥐어짠다'고 오해하거나,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국세청이 쥐어짜기를 한다"고 무조건 억지를 부리는 납세자들이 많아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세과 직원들은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납세자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납세자들을 만족시켜 국세행정의 국민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40여 년간 플라스틱성형제품 제조업을 영위한 A씨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인한 병원 입원으로 1억3000만원의 체납이 발생했을 때 과감히 체납을 유예해주는 조처를 한 덕분에 5개월만에 체납된 세금을 모두 걷고도 A 씨 가족들로부터 깊은 감사인사를 받기도 했다.
이기훈 과장(사진)은 "사후검증 등 복잡한 업무는 직원들이 3～4년 차는 돼야 나름 일할 역량을 갖춘다"며 "과장이나 반장 밑에서 업무지식이나 납세자 대응방식 등을 한참 배워야 할 1～2년 차들이 인력부족으로 곧바로 일선 업무에 뛰어드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거리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원들 때문에 자주는 못 하지만 더러 회식자리를 만들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며 "세법지식이 없는 영세납세자임을 헤아려 납세자들이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응대할 것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