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첫인상’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 때문에 한번 형성된 첫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고, 좋은 첫인상은 소통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여긴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국세청과 인연을 맺으면서 첫인상을 형성하는 곳은 일선 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실. 이곳에서 사업자등록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민원증명발급 등 각종 납세서비스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동수원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엔 사업자등록이나 각종 증명발급을 위해 매일 700명이 넘는 민원인들이 찾아온다. 이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국세행정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세무서는 물론 국세청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민원인들이 어떤 첫인상을 갖는지에 세무서 직원들의 태도는 물론 표정 하나하나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직원들이 괜한 불만 없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활기차고 편안한 직장 문화가 먼저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섬김 세정·활기찬 직장문화 선도하는 ‘운영지원과’
과거 총무과로 불리기도 했던 운영지원과는 운영지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세무서 전체의 업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서로 쉽게 말해 세무서 안팎의 잡다한 살림을 도맡아 하는 곳이다.
이 부서에서 일을 잘하면 편안한 직장 분위기가 만들어져 직원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고 업무능률 향상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밝은 미소로 납세자들을 대하게 되니 세무서를 찾은 납세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기훈 과장을 포함해 업무지원팀 8명과 징세계 6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운영지원과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처럼 남모르는 고생들이 많다.
울타리가 없이 외부에 개방된 청사는 밤마다 주변 유흥가를 찾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아침만 되면 술병과 쓰레기,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심지어 술을 먹고 토한 음식물로 청사가 지저분하지만, 다른 부서 직원들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산홍 등 화초를 심어 구분 지어 놓은 청사와 외부의 경계는 주변 유흥가를 찾은 사람들이 밤마다 청사를 이용하며 임시통로를 만들어놓기 일쑤다. 매번 이를 복원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세무서 옥상과 넓은 청사부지 정원에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언제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특히 건물관리와 보일러실, 냉난방을 관리하는 방호원이 따로 없이 다른 세무서 방호원이 1주일에 한 번씩 둘러보기 때문에,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웬만한 보일러나 냉난방기 고장은 직원들이 알아서 고쳐야 한다.
또 대부분 부서가 인력부족으로 야근에 주말 특근으로 바쁜 상황에서 직원들의 외부교육을 보내야
할 땐 설득은커녕 다른 부서 직원들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 세무서 차원의 봉사활동을 나가야 할 땐 격무에 바쁜 다른 부서 직원들 모르게 이곳 직원들이 대신 나간다.
직원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올해 구내 식당에 에어컨 겸용 난방기를 설치하였고 누수가 있었던 청사 옥상에는 추가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통해 방수공사까지 마쳤다.
이기훈 과장(사진)은 “납세자들이 우리 세무서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녹지대와 휴식공간 조성으로 납세자들과 함께하는 섬김 세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청사주위에 대한 환경미화를 통해 깨끗한 세무서 이미지를 구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기에 직원들은 '내가 한 걸음 더 일하겠다'는 정신자세를 가지고 있어, 세무서 직원들의 화합은 전국 최고임을 자부한다”며 “다만 먼 곳에서 전입하는 직원과 신규직원들이 거처할 합숙소가 부족해 안타깝다”고 했다.
■ 첫인상의 소중함… 공감적 경청하는 납세자보호담당관실
오산출장소를 포함해 동수원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서는 하루 100～150명이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세무상담은 물론 국민행복기금 대출신청이나 재형저축 등 하루 700명이 넘는 민원인이 찾아온다.
이곳 직원들은 첫인상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며, ‘공감적 경청’의 실천을 통해 ‘국세청은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세무서에서 주로 하는 일이 세금을 걷는 것이어서 납세자들은 은연중 세무서에 대한 불만을 품기 마련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세무서를 찾아와 직원을 닦달하는가 하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한 시간도 넘게 수화기를 놓지 않는 민원인도 부지기수다.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청와대나 다른 기관에 민원을 넣겠다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통화내용을 녹음하겠다”거나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는 등의 협박과 함께 온갖 욕설과 트집을 잡기도 한다.
이런 납세자들을 만날 때 납보실 직원들은 인내심을 갖고 민원인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준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상대가 공감대를 느끼면서 마음이 풀리도록 ‘공감적 경청’을 한다.
아무리 억지스러운 불만을 터뜨린다고 해도 똑같이 화를 내서 맞대응을 했다가는 화가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고 민원인과 다투어봤자 ‘공직자’라는 신분 때문에 이기기도 힘들다.
많은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면 직원들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민원인도 종종 있다. 오산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는 한 70대 노인은 어느 날 세무서를 찾아와 고충신청을 넣었다. 그가 받을 근로장려금 30만원을 세무서가 체납에 충당해버리는 바람에 생활이 어려워졌으니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주유소가 망해 약 4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으며, 이혼과 장남의 자살 그리고 두 자녀와의 연락 두절 등 사정이 딱했다. 홀로 월 15만원의 고시원 생활을 하는 그에게 30만원은 큰돈이다.
납보실에서 검토한 결과 현행 규정으로는 환급할 수 없는 대상이라서 직원들이 더 당황했다. 장려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하면 얼마나 실망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상의한 결과 ‘불가’ 이유가 설명된 통지서를 우편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전달하기로 했다.
■ "민원인 얘기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보다 더 큰 효과 없다"
송영관 과장(사진)을 포함한 직원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과 함께 음료수를 사 들고 고시원을 찾았고, 노인은 “공무원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왔다”면서 눈물을 글썽일 만큼 크게 감동했음은 물론이다.
노인은 혼자 사는 것이 외로웠는지 고아로 자라나 기업체 부장까지 하다가 사업을 시작한 이야기를 포함해 그간 자신이 걸어온 삶을 쉼 없이 늘어놓았다. 직원들은 차마 자리를 뜰 수가 없어 두 시간 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만 했다.
공감적 경청의 실천으로 인해 납보실 직원들이 얻는 것도 있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납세자들이 세무서와 국세청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모습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면서 “우리가 바로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을 현장에서 실천한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첫인상을 좋게 심어주기 위해 ‘공감적 경청’을 실천하는 직원들의 노력은 곧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국세청이 실시하는 ‘고객의 소리시스템’에서 이곳 직원들이 중부청 소속 세무서 중 1위와 7위, 49위에 자리매김하는 마일리지 획득 실적을 올린 것.
이와 함께 국민신문고 민원처리점수에서도 강원권을 제외한 중부청에서 부천세무서와 함께 만점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송 과장은 “민원인이 많다 보니 국세청이 제공하는 납세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해주지 못해 아쉽다”며 “국세청과 처음 인연을 맺는 사람들에게 국세청은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기관이라는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인들에게는 가르치려는 입장이 아니라 들어주고 공감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민원인의 이야기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보다 더 큰 효과는 없더라”고 경험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