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득층 세부담, 지금도 적지 않다" = 일각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과중한 세부담을 지울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고소득층의 담세력이 마치 복지재원 확보의 '열쇠'인양 인식되도록 조세정책의 기조를 잡아나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계층의 양극화가 아닌 고소득층은 무조건 '심판대상'이라는, 인식의 양극화를 부채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로 접근해 보자. 실제 고소득층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의 세금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 A(4인 가족)의 과세대상 소득을 5400만원이라 가정하고 기본적인 세액공제(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등)만 적용했을 경우, 연간 소득세는 319만원(주민세분 제외, 실효세율 6% 수준). 같은 조건을 가진 근로자 B의 과세대상 급여가 3억원일 경우 납부하고 있는 소득세는 연간 7752만5000원(주민세분 제외, 실효세율 26% 수준)이다.
실효세율을 떠나 A와 B의 급여차는 5.5배지만 실제 내는 세금액수는 24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민세(소득세액의 10%)와 함께 준조세(4대 보험 등) 부담분을 감안하면 실제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 체감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명목세율을 기준으로 자기 소득의 40%, 심지어 5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한다면, 사업자든 근로자든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탈법'을 부추기는 소지가 될 수 있다. 적정한 세부담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현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인식, 즉 저소득층은 세금을 적게 내야하고 고소득층의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편향적 인식을 무조건 '정의(正義)'인양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 소득세 인상 해법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 헌법 제38조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원칙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 소득세 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정부가 추진할 해결책은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소득세 인상의 근본적인 '해법'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세를 기준으로 보자. 지난 2010년 기준 연말정산 환급 등을 통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근로자의 숫자는 전체 근로자의 39.1% 수준인 595만5000명.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면세지대'에 머물고 있는 이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이들을 모두 면세점(4인 가족 기준-총급여 1970만원 수준) 이하 저소득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이면서도 덕지덕지 붙은 소득공제 등을 적용, 면세점 이하로 편입되는 근로자들의 숫자도 상당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한민국 소득세 체계의 문제점은 이 같은 광범위한 면세자를 양산해 내는 복잡한 공제제도였다. 서민층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보호주의'가 오히려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과세베이스를 축소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민 누구나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일정한 액수의 소득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향의 조세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에 적용하고 있는 '최저한세율' 제도를 근로소득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무법인 가나 김완일 대표세무사는 "실제로 자기 급여에서 세금 한 푼도 안내는 사람이 40%인 기형적인 구조에서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국민 누구나가 세금을 부담하는 쪽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는 "'최저한세율' 제도를 근로소득세 분야에도 차용해 아무리 적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근로자라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의무적인 기준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민개세주의에 입각한 과세베이스 확대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응능부담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소득세 과세체계와 과세행정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제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납세액이 적은 고소득 자영업자와 소득의 크기와 달리 매우 초보적인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는 금융상품(주식양도차익, 파생금융상품 등)을 통한 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차명계좌를 통한 소득분산 등 공격적 조세회피 행위, 역외탈세 등에 대한 미비한 과세체계도 대폭 확충하는 등 제도를 정비한 후에 소득세 인상 카드를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세전문가는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는데도 적정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한 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정 수준 이상 골고루 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이희정·이현재·강상엽·김중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