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래 최악의 상황…채용규모 30% 축소
회계법인 빅4가 경영실적에 '빨간불'이 켜지자 인력채용을 줄이고 경비절감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회계업계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기존 회계사들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고 특히 새롭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예비 공인회계사들은 취업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4대 회계법인은 신규 회계사의 85% 가량을 채용할 정도로 공인회계사 인력의 블랙홀 역할을 해왔다. 이들 회계법인은 올해 채용 규모를 30% 넘게 줄일 계획이다.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은 올해 650여명의 신규 공인회계사들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회계법인 빅4에서 채용한 850여명과 비교할 때 채용인력이 30% 이상 줄어든 셈이다.
공인회계사는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자격시험에 합격해 합격증을 받고도 정식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해야 한다. 이후 1년 내지 2년의 일정 기간 수습과정을 거친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매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900~1000명이 합격하는 것을 감안하면 회계법인 빅4는 공인회계사 채용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소 회계법인이나 금융사,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 취업하는 수순을 밟는다.
◆…자료 : 회계법인 빅4
삼일회계법인은 파트너 140명, 등록 공인회계사 2155명, 수습 공인회계사 325명, 기타직원 898명으로 총 3518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
삼정KPMG는 파트너 103명, 등록 공인회계사 1043명, 수습 공인회계사 283명, 기타직원 784명 등 총 22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파트너 130명, 등록 공인회계사 1021명, 수습 공인회계사 191명, 기타직원 851명으로 모두 2193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EY한영은 파트너 49명, 등록 공인회계사 527명, 수습 공인회계사 94명, 기타직원 176명 등 총 846명의 인원으로 되어 있다.
회계법인들은 보유 인력을 기반으로 한 용역사업이어서 1인당 매출액이 제조업에 비해 크게 낮은 것도 인력 채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매출액은 4567억원으로 1인당 평균 매출액은 1억 2981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삼성전자의 1인당 매출액 15억원 수준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1인당 매출액 4억 6천만원과 대비할 때에도 4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회계법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정KPMG는 이 기간동안 매출액 2572억원으로 1인당 평균 매출액이 1억 1622만원으로 나타났고, 안진회계법인은 매출액 2682억원에 1인당 매출액 1억 2229억원을 기록했다. EY한영은 매출액 1353억원, 1인당 매출액 1억 5981억원을 보였다.
회계법인 빅4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비 절감을 추진하는 동시에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중견 간부급 직원의 기본급을 동결하거나 임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검토중인 회계법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인회계사가 시장에서 공급초과 현상을 보이고 있고, 1인당 매출액도 낮아 인력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대 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 채용을 줄일 정도면 중소형 회계법인의 사정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10년 이래 최악의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