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 전문가들이 중장기적으로 소득세 부담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의 인상에 대해선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23일 서울 송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개인소득세의 소득세율은 올리고 과표구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이 3억원·38%인데, 이를 1억5000만원으로 낮추고 세율을 40%로 올려도 된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추가로 얻는 세수가 많지는 않겠지만 평상시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소득세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이 오거나 다른 특별한 경우에는 법인세를 올려도 되지만 평상시에 법인세나 부가세를 올리기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선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도 "소득세 분야의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다만 외국인 특별세 부분도 검토대상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무는 "외국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해외 기술자들을 우리나라에 영입하기 위해 1980년대에 도입한 것인데, 지금은 우리나라 기술 수준 자체가 많이 좋아졌다"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특별경감세제 (폐지를)이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소득공제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한다"며 "다만 우리나라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소득세에 대해선 특별공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공제해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부가세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려면 조기에 착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종부세, 지방세로 전환 필요"…상속·증여세 인상은 '갸웃'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 등 다른 세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영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 종부세는 태생이 잘못된 세금"이라며 "종부세는 소득이 없어도 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재산세로 돌리고, 재산세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재 교수는 "상속·증여세 인상은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자산이 이들 계층에 묶여있다. 이를 현재 경제활동 인구에게 풀어줘 경제가 선순환이 된다"며 "상속·증여세를 강화하면 이 부분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이유는 과거에 소득세 탈루가 많이 이뤄져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소득세를 한번 더 과세한다는 의미가 강했다"며 "지금은 과거에 비해선 소득세 탈루가 줄었기 때문에 이는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선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기본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등 전반에 걸쳐 공제·감면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비효율적인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은 공감한다. 특히 소득세 기본방향 중 하나가 비과세 소득의 과세전환에 동의한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특혜성 세제도 검토대상이 되어야 한다. 80년대 유능한 외국인 기술자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했지만 지금은 우리 기술자들의 수준 자체가 세계적인 수준이 됐고 외국인들이 한국시장 진출을 꺼리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세에 대해 얘기하자면 지방세는 각 지방정부가 과세권이 있다. 어느 지방정부가 과세권이 있는지 지방세법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 분쟁소지가 많다. 이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명재 홍익대학교 교수
복지재원, 통일재원 등 재정 수요가 앞으로 팽창하겠지만 인구 구조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세원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감소하는 시점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상황이 오면 늦는다. 따라서 선진적인 접근이 필수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조기에 (논의를)시작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상속증여세 부분은 무조건 과세 강화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해 따져봐야 한다. 결국 고령화로 인해 자산이 노인층에 묶이게 된다.
묶이는 자산을 풀어야 선순환이 되는데 상속증여세제에 따라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상속세는 본래 소득세 탈루를 대비한 여과장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 소득세 탈루가 현격히 줄었다. 일단 (소득세)과세된 부분에 상속세 등을 과세하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이영 한양대학교 교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135조원을 세율은 건드리지 않고 세원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두 가지 다 맞지 않다고 본다. 경기침체로 세수결손도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소득세 부분은 세율을 올리고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 3억원 이상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추고 최고세율도 38%에서 40%로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금융소득에 대해서 실효부담 올리자는 것은 찬성한다. 그런 부분들이 강화되는 부분으로 갔으면 한다.
법인세 관련해서는 제시된 방향에 대해 동의한다. 다만 고용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 조세지원은 중첩된 부분의 정리가 필요하다.
간이과세 축소 및 면세범위 축소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일반소비세를 평상시에 올리긴 어렵다. 이 부분은 통일이 되는 시점에 2~3% 올려서 통일재원으로 써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종부세는 태생이 잘못된 세금이다. 종부세는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내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폐지하고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
이의영 군산대학교 교수
소득세 분야에서 소득공제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민감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 변화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는 새로운 상황이다. 그런 과점에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됐다고 보며 이런 부분들이 (제도개편에)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자신감을 가지고 명확한 정책 제시가 없어 아쉽다. 납세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세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여부인데 총괄적인 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자칫 논의가 뜬구름 잡는 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납세자들은 현 정부의 복지 확대로 세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세부담을 어떻게, 얼마나 올려야 할지 정확한 로드맵이 없어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조세부담률 수준의 방향성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카드는 통일이라든지 중대한 재정수요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아껴야한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최근 수 년간 기업들이 건의한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상속세 부담 완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을 개선해 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면서 늘어나는 세부담을 완화해 주기 바라고 있다.
튼튼한 중견기업이 많아진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한편 대기업은 R&D 축소를 반대하고 있다. 기업의욕 위축되는 일이다. 세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 성장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기업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
법인세 부분은 정책 방향에 동의를 한다. 비과세 감면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고용창출세액 공제는 지속되고 또 강화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