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소득세 분야 각종 감면제도를 줄여 전체 세수(稅收) 가운데 소득세 비중을 한층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현행 3단계(2억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2%)인 법인세 과표구간을 기업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단순화 시키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향후 소득·법인세 분야에서 이 같은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 용역발주를 통해 나온 것으로, 정부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세법개정 '가늠좌'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 비과세·감면 축소,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 보고서를 작성한 안종석 연구위원은 우선 우리나라의 소득세수 비중이 GDP(국내총생산)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전체 소득세수는 45조8000억원으로 부가세, 법인세 다음으로 많지만 GDP 대비 비중은 3.6%에 불과해 미국, 영국, 일본 등 OECD 주요 선진국 평균(7~12.6%)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지 않지만, 소득세 수입이 적은 이유는 공제·감면이 많아 과세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과세미달 비율은 2011년 기준 전체 근로자 가운데 36.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7년(43.8%), 2008년(43.2%), 2009년(40.3%), 2010년(39.0%)보다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는 무엇보다 소득세 분야 비과세, 감면혜택 상당히 광범위 할 뿐만 아니라, 감면유형도 대체로 소득에 비례하는 '소득공제' 형태로 되어있어 고소득층 감면혜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
안 연구위원은 "비용 성격이 없고, 소득 수준과 관련성이 낮은 조세지원제도까지 소득공제 형태로 운영돼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혜택을 받고 있다"며 "과세기반을 확대해 GDP대비 소득세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행 소득세 감면제도를 대폭 정비 기존 비과세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소득포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자 등의 사업소득을 좀 더 양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향후 의료비, 교육비 소득공제 등을 세액공제 형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및 자녀양육 관련 세제개편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득 과세 베이스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법인세 증세는 '독(毒)'…과표 축소해야 = 반면 안 연구위원은 법인세의 경우, 현재 GDP대비 세수비중과 최고세율(22%) 등을 감안할 때 세율인상 등 추가적인 증세방안은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3단계인 법인세율 체계를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세부담 완화차원에서 지난 2011년 중간 과표(2~200억원)구간을 신설했지만, 장기적으로 예전처럼 1~2단계로 과표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OECD 국가 중 대다수(22개국)는 법인세가 최종소득자가 아닌 중단간계 기업의 자본에 대해 과세하는 생산요소라는 점을 고려해 단일세율 체계로 운영 중"이라며 "법인세 다단계 세율체계는 문턱효과 등으로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 비과세 제도는 과감히 정비하는 대신,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규제적 성격의 세제는 지속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투자, R&D(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효과성을 높이면서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세법)간의 관계를 재정립시켜 향후 세무조정 문제와 관련된 혼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세제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