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는 9일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초청,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개선 방안'을 주제로 재무인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세제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세일보는 이에 앞서 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포럼을 위한 사전 설문조사와 토론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5대 이슈를 정리한다. <편집자>
PF대출 시행사 빚이지만 사실상 건설사 사업자금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실패한 주택개발사업의 시행사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는 손실을 입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출금을 떠안은 손실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한채 고스란히 세금을 내고 있어 이중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와관련한 조항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법에서는 채무보증에 따른 대위변제금을 손금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이같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기업들이 고유의 영업범위를 벗어나 금융행위를 하거나 채무보증을 통해 다른 기업을 지배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시 시행사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에 대해 시공사들이 지급보증을 서주는 것은 업계 관례가 되었다. 은행들도 규모가 큰 시공사가 보증을 서지 않으면 아예 대출을 안해 줘 사업을 시작도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중견건설사 재정담당자는 “대부분의 시행사는 사업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인적회사라 규모도 작고 자산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행사들의 사업계획만 믿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없어 시공사의 채무보증은 필수”라고 업계 실태를 설명했다.
그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는 공사비도 다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금까지 대신 갚아 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여기에 법인세까지 추가로 내게 돼 어려움이 가중 된다”고 울상 지었다.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실패하는 사업이 계속 늘고 있는데 건설사들은 2중 3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비용부담을 견뎌내지 못하는 회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세전문가...입법취지 공감하지만 현실여건 반영돼야
조세전문가들도 입법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업종의 특성을 감안한 세부적인 적용 기준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PF에 대한 시공사보증이 관례화 돼있는 건설업의 특성이 간과돼 초래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실질과세 측면에서도 손실에 대한 세금부과는 논란의 소지가 많으므로 현실에 맞게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안 교수는 “하지만 채무보증이 영업활동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 당초 법취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윤 인천대 교수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차원에서 법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손상각, 감가상각 등과 같이 손금인정 한도를 두거나 조세특례법을 통해 한시적으로 손금을 인정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낙회 세제실장은 정책을 입안하는 실무선에서 논리적인 타당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건설업계 "재개발ㆍ재건축 중단된 사업비 손금 인정해줘야"
건설업계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건설사가 이미 투입된 건설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이를 손금으로 인정해주고, 사업추진이 어려워 비사업용으로 전환된 토지에 대해서도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비사업용으로 전환된 토지를 처분할 경우 양도세 지방세 등을 포함해 모두 52%의 조세부담을 안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단되고 사업을 위해 토지를 사놓고 사업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토지가 속출하고 있다”며 “현행 법은 과거 부동산투기가 성행하던 때 만들어진만큼 손실이 쌓여 가고 있는 지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