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규제 초점 맞춘 경제민주화 법안에도 "대기업 옥죄기" 걱정
'근혜노믹스'의 핵심인 '창조경제'의 기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경제 어젠다로 꺼내든 '경제민주화'가 자리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는 자리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표현을 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고 표현할 수 있다"며 "창조경제라는 것은 그런 환경이 되어야만 꽃필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타파에만 집중된 터라 오랫동안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췄던 경제민주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朴의 경제민주화, '불공정'초점…관련 입법에도 "대기업 때리기로 가면 안 돼" = 문제는 이같이 대-중소기업간 불공정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대기업 때리기'라는 식의 발언을 해와 당 일각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국회 당시 정무위를 통과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법과 하도급법, 프랜차이즈법 등은 '불공정' 거래 타파에 주안점을 둔 법안들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당시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발언했고, 이후 여권 내에서 '속도조절론'이 팽배해지면서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더욱이 가계부채 급등으로 재정위기인 상황에서 4.1부동산 종합대책과, 135조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제민주화 정책 실행이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민주화'의지 후퇴에 새누리당 내 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에서도 과감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경실모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프랜차이즈법 등 다수의 경제민주화 입법을 발의한 바 있다.
경실모뿐 아니라 야당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입법 내용들도 현재까지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선에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대기업을 벌주는 식의 때리기나 옥죄기로 가선 안 된다",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다"는 식의 발언들이 경제민주화 의지를 여전히 의심케 하고 있는 것이다.
■ 與 일각 "일감몰아주기, 프랜차이즈법 경제살리기 역행 안 해" = '속도조절론'에 대해 경실모에 참여하는 이종훈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일감 몰아주기, 유통, 프랜차이즈 등 기타 각종 갑을관계 관련된 법은, 잘못된 불공정한 행위나 행태들에 대한 것은 경제 살리기에 역행한다고 생각 안 한다"며 "그런 주제에 대해서 그런 의제에 대해서 속도조절론은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징벌적 배상도 악질적인 것에 대한 것이지 모든 것에 대해서 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재계와 당 일부의 우려를 반박했다.
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도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에 대해 "기업들의 창조력을 억압하는 경제독재를 없애는 것이 경제민주화인데 박근혜정부는 이 부분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란게 제대로 기능을 하면 원래 창조적인 파괴를 하는 것"이라며 "창조경제다 뭐다 떠들 것 없이 경제독재를 없애는 경제민주화를 열심히 하면 되는데 이것을 제대로 안하니까 괜히 창조경제를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는 진보진영의 경제민주화와는 다르다.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중소기업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과도하게 대기업에게 부담되는 정책은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