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불' 붙은 담뱃값 인상 논란, "올려라"vs"어림없다"

비흡연자에게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의 대명사처럼 취급받지만, 흡연자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로 인식되는 기호품 담배. 이처럼 '호불호'가 너무도 극명하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입장차이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흡연자들 입장에서 담뱃값 인상은, 별 관심이 없는 딴 세상 이야기나 다름없지만 흡연자들에게는 과장 조금 보태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지난 6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담뱃값 인상 논란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 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담뱃값과 관련한 논란은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잇달아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언급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매년 되풀이되는 논쟁거리다. 하지만 담뱃값은 2004년 500원이 오른 뒤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미 대형마트와 슈퍼에서 담배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사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 "값싼 담배, 국민건강 위해 이제는 올려야 한다"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국민건강 증진이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랭크되어 있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흡연율 통계에서 그리스(46.3%) 다음으로 높은 44.3%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통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12월 담뱃값이 500원 오르자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2년 만에 13.7% 줄었다.

또 미국 청소년 금연 캠페인(Campaign for Tobacco-Free Kids) 조사에 따르면 담뱃값이 10% 올라갈 때마다 성인의 흡연율은 5%, 청소년의 흡연율은 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역시 2004년 담배가격이 40% 인상되자 담배 판매는 전년의 33.5% 수준으로 급감했다. 담뱃값이 오른다고 흡연율이 반드시 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계에서도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한 담뱃값 인상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만큼은 담뱃값 인상 논의가 논의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현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 건강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의사회로서는 담뱃값 인상이 성인 흡연율을 감소시켜 소아청소년들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담뱃값이 제자리걸음인 측면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다. 2004년부터 소비자 물가는 매년 2~4%가량 꾸준히 상승해 왔다. 하지만 담뱃값은 2004년부터 2500원에 묶여있다.

인상을 통해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담뱃값 인상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

세수확보 측면에서도 담뱃값 인상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진다. 현재 담배로 걷는 세금은 부담금을 포함해 연간 7조원 이상. 전문가들은 담뱃값을 갑당 1000원 인상할 경우 연간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할 경우,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증세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135조원 규모의 복지재원이 필요한 박근혜 정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이는 대목이다.

◆ "국민건강? 차라리 돈 필요하다 말해라"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진 이들의 방어논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최대 흡연인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대표 이연익) 관계자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하지만 그걸 누가 믿겠느냐"며 "아예 정부가 돈이 필요하니 흡연자들이 조금 더 부담해 달라고 솔직히 말했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화두인 복지재원확보가 시작부터 난항을 보이자 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담뱃값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현재 정부는 흡연자들이 부담하는 1조4000여억 규모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거의 대부분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부담금의 실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이유로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200% 이상 대폭 인상하는 동시에 금연사업에 10%를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또 반대론자들은 담뱃값이 OECD 국가 중 가장 싸다는 정부 의견에 정면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담배세 인상을 둘러싼 공청회에서 아이러브스모킹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저 시급이 4860원"이라며 "담뱃값이 5000원이 되면 한 시간 동안 불판을 닦아도 담배를 살수 없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으로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당황스럽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이하 한담협)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2500원이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주장은 환율대비 원화로 단순하게 환산한 것이 잘못이고 경제규모가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의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상품의 개인별 구매력을 측정할 수 있는 1인당 GDP로 비교할 때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한담협은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담협 관계자는 "실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05년 담뱃값 인상 이후 하락세로 이어갔지만 2008년 이후 반등하거나 답보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금연단체의 논리대로라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2년의 주기로 대폭적인 인상을 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담배판매업자들은 무리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매출하락을 우려했다.  

사단법인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산하 144개 조합을 통해 담뱃값 인상폭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약 70%인 100개 조합에서 인상 폭은 500원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며 담뱃값 대폭 인상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3만여 담배 소매점의 76% 이상이 20평(약 66㎥) 이하의 영세 점포라며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담배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담뱃값 인상은 다른 생필품의 동반 가격인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의견과 밀수담배 폭증, 가짜담배 유통을 부추길 것이라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