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담뱃값 인상의 진짜 목적…국민건강? 세수확보?

지난 8년 동안 묶여 있던 담뱃값이 요동칠 기세다.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담뱃값 인상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연이어 나오면서,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재점화 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6일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자는 내용의 법안(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필요성 언급 수준을 넘어 담뱃값 인상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이다.

김 의원이 제출한 법안의 골자는 현재 641원인 담배소비세(지방세)를 1169원으로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1146원으로 3배 가까이 인상한다는 것. 애연가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만한 파격적 수준이다.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이 오른 뒤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꾸준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물가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기획재정부와 여론의 반대 에 부딪혀 매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번 담뱃값 인상의 불씨를 그 동안 반대의견을 가졌던 기획재정부가 지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뱃값을 올릴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도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언급, 급물살을 타게 만들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담뱃값 인상의 논리는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믿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적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건값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당연한 경제 논리지만 담배는 가격탄력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중독성, 습관성을 가지고 있어 가격상승폭에 비해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건강'을 앞세운 정부의 논리에 의문부호를 찍는 시각들은 이 같은 주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 담뱃값 인상, 국민건강증진 위해 꼭 필요하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은 66%에 달했고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04년 12월 담뱃값 500원 인상이 단행되자 당시까지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던 성인남성 흡연율은 2006년 44%까지 급감했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하락효과를 동반한다는 논리가 수치적으로도 증명된 것이다.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등락의 상관관계는 해외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5%씩 담뱃값을 인상하자 남녀 흡연자가 각각 6.5%와 5.8% 감소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도 담배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성인 흡연율이 5%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건강증진재단은 올해부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2020년에 성인남성 흡연율이 37%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00원 인상시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은 39%로 추정됐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단기적인 영향만 줄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04년 인상 후 44%까지 떨어졌던 흡연율은 2007년 이후 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2년 주기로 담뱃값 인상을 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독한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새로 계발된 백신을 비싼 값을 주면서 매년 맞아야 하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부분을 우려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아닌 해마다 500원씩 담뱃값을 올리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2020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담뱃값을 인상, 7000원까지 올리면 성인남성 흡연율을 27%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담뱃값 인상 진짜 속내는 '세수확보(?)'

한해 담배소비를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고 있는 세금 및 부담금은 약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담뱃값을 500원 올리면 판매량이 10% 줄어도 국민건강증진기금, 부가가치세 등으로 연간 2조6700억원, 1000원 인상시 4조4600억원의 추가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라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할 경우,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은 연 4조2000억원→5조4000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000억원→3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담배세가 지방세로 분류되지만, 담배세 징수금액이 늘어날 경우 중앙정부의 재원활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지방재원이 확충되면 그만큼 중앙정부의 재원보조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부가 복지분야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현실적 측면에서 따져볼 때 '국민건강'이라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명분보다는 이 같은 세수확보 명분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등 복지정책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현재로서는 뾰족한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돈이 필요하니 흡연자들이 조금 더 부담해 달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