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내부에 최근 몇 가지 매끄럽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특히 이 일로 자칫 회원간 편가르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측의 생각이 너무도 달라 도저히 접점이 보이질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보입니다.
세무사회 회원은 자그마치 1만명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세무사법에 세무사는 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직업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세무사회 내에 여러 가지 분란이 생긴다면 당연히 납세자의 권익보호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논란은 지난달 중순 내로라 하는 세무사들 80여명이 모여 만든 '세무사미래포럼'으로부터 발생했습니다.
이 모임은 지난달 19일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세무사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지방세무사회장, 전·현직 고시회장, 전 여성세무사회장, 서울지역세무사회장 등 무려 8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문제는 행사내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현 회장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를 현 회장도 전해 들었을 것이고, 심기가 불편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날 모임에서는 생기지 말아야 할 일도 생겼습니다.
최근 세무사회가 발간한 세무사신문에 따르면, 세무사회 홍보실 직원이 촬영한 카메라 필름을 포럼측 관계자가 탈취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세무사회 물건을 손괴한 것이며, 단지 세무사들의 모임을 내부인(회 홍보실)이 촬영한 필름인데 뭐가 그리도 감추고 싶은 게 있어 빼앗기까지 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특히 세무사회는 세무사신문의 지면을 무려 2페이지나 할애해 세무사미래포럼측의 형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세무사미래포럼은 사전 선거운동조직과 특정회사를 비호하는 제2의 세무사회라는 의혹이 있다"고까지 몰아 부쳤습니다. 또 "회무를 방해하고, 세무사회의 재산을 손괴한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세무사회의 강경한 입장은 정구정 회장의 결심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 회장은 현재 세무사업계는 온갖 이해관련 내외부 세력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허위사실과 왜곡된 논리로 회원들을 현혹해 회원들간의 갈등을 부추켜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정상적인 한국세무사회의 회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래포럼측의 행태를 비난하는 세무사신문의 내용과 관련 미래포럼측 관계자는 "한마디로 전부가 거짓말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회원들은 헷갈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서울지방세무사회가 이달 초 진행한 '외부기관과의 단체협약'과 갑자기 취소한 '대선후보와의 토론회'가 논란이 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될 조짐입니다. 단체협약은 본회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했다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취소 문제는 이렇습니다.
서울세무사회는 지난 5일 4200여 전 회원들에게 대선후보들을 초청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대대적으로 공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무사회 본회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는 후문입니다. 왜 본회와 상의도 없이 이런 중차대한 일을 마음대로 진행하느냐가 비판의 골자였다고 합니다.
지방회는 본회의 부속기구로서 본회의 목적사업을 보조하는데 그쳐야 하고, 하더라도 본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지방회 마음대로 진행하느냐고 몰아 부쳤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서울회는 토론회를 하겠다고 공지한 하루만에 취소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등 회원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회가 모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난입니다.
여기에다 세무사회는 이 행사가 취소되자 각 지방회장들에게 '회무집행시 엄수사항'이라는 제목의 '칼바람 공문'을 긴급히 내려보냈습니다.
공문의 골자는 "최근 일부 지방세무사회가 본회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회칙과 회규를 고의로 위배하고 있으며, 또 "(모)지방세무사회의 경우 절대해서는 안되는 제도개선에 관한 대외업무를 추진해 본회에서 추진하는 제도개선에 장애를 주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회칙과 회규를 반드시 엄수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내용이 아주 살벌합니다. 실제로 본회장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문제인식도 이처럼 강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회 입장에서는 정말 곤혹스러운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본회가 이번 토론회에 과도할 정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이유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본회가 하던, 지방회가 하던 대선후보를 초청해 조세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라면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라는 게 많은 회원들의 생각입니다. 즉 본회가 못하면 지방회가 하도록 오히려 지원을 해 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이번 토론회에서 조세소송대리권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한 것이 본회의 심기를 불편케 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론했습니다. 지난달 말 모 의원이 조세소송대리권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에 세무사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코 도와주는 게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리고 이 토론회 주관을 '회장의 눈밖에 난' 세무사미래포럼에서 준비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법을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듯 회칙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최소한의 규정입니다. 회칙에 매달려 지방회의 손발을 모두 묶는다면 '옹졸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본회가 이처럼 강경대응을 하는 데는 이런 단순한 이유보다 또다른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는게 한 회원의 귀띔입니다.
어쨌든 세무사회장이 이번 일과 관련 회칙과 윤리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이상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따라 자칫 이번 일이 세무사회내에 또다른 갈등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세무사회는 왜 이렇게 바람 잘 날 없을까요.
세무사회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세무사회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프로그램 문제'로 인한 구원(舊怨)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