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임의단체' 세무사고시회…불같은 정기총회

23일 한국세무사고시회 제42회 정기총회 및 회원의 밤 '풍성'

회원 7000명, 국내 최대의 임의단체인 세무사고시회가 23일 오후 5시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42회 정기총회를 개최했했다.

세무사고시회는 1972년에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들이 친목도모와 세법연구모임의 취지로 소수의 인원으로 창립되어 현재 회원이 7000명을 넘어섰으며, 세무사제도발전과 회원의 권익신장,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총회에는 세무사고시회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을 비롯해 백재현 국회의원(민주당), 김형상·김종화·원경희 부회장, 곽수만·이동일 감사, 김상철 서울회장, 한헌춘 중부회장 등 내외귀빈들이 참석해 고시회원들의 정기총회를 축하했다. 또 멀리 아오끼 히사나오 일본 청년세리사연맹 회장과 일행도 참석해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김완일 고시회장은 총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고시회가 발전적으로 진행해왔던 프로그램들을 대부분 한국세무사회가 흡수하면서 고시회의 정체성에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합리한 세법, 세정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여 조세포럼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 왔다"고 2년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은 "고시회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세무사업계가 선거 때마다 혼탁선거가 진행되는 것을 개선하고자 한국세무사회에 임원 등 선거관리규정의 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회원들을 상대로 선물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등 매표행위를 하는 임원 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조세심판원이 수요자와는 무관하게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하여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가일층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지난 2년 동안 제20대 고시회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고시회원들의 아낌없는 참여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고시회는 회원들의 권익과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제21대 집행부가 고시회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인사말을 맺었다.

정구정, "회원들, 불순세력으로부터 현혹되지 않게 고시회가 노력해 달라"

13대 고시회장을 지낸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축사를 통해 "세무사회가 창립 50년 동안 꿈에 그리던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하고, 변호사가 세무조정 등의 세무사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회원들의 단합된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고시회가 회원들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불순한 세력으로부터 회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50년 숙원사업을 이루면서 모처럼 하나가 된 회원들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칫 갈등과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시회가 중심을 잡아 달라는 당부였다.

이어 정 회장은 "고시회는 한국세무사회가 회원들의 권익침해를 막아내면서 회원들의 권익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한국세무사회를 지원해주시고, 세무사업계에 상생과 공존의 틀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데도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제 고시회원은 고시회 창립 당시처럼 세무사회의 변방세력이 아닌 한국세무사회를 책임지는 주체가 되었다"면서 "고시회는 세무사회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회원들간의 갈등을 부추켜 세무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내외부 세력으로 부터 세무사회를 지켜주시고, 세무사회 발전과 세무사제도 발전에 앞장서는 선봉장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보정의당 박원석 국회의원과 세무사 출신 백재현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하며, 고시회의 정기총회와 안연환 신임회장의 취임을 함께 축하했다.

안연환 새 회장 취임…회칙개정안 '옥신각신'

이날 총회에서는 제21대 회장으로 선출된 안연환 세무사의 취임식과 함께 내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과 회칙 개정안도 처리했다.

회칙 개정안은 고시회 회장은 세무사회의 상임이사회 구성원이 되거나 감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불가피하게 겸임이 되었을 경우 1개월 내에 한쪽의 직위를 사임해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같은 개정안은 새로 취임하는 안연환 회장이 현재 세무사회 연수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세무사회 규정상 상임이사의 사의는 당사자가 사의를 표했더라도 회장이 사의를 수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본회 상근부회장의 지적으로 발단이 시작돼 30여분 이상 옥신각신 논쟁을 벌였다.

논란은 결국 본인의 선택에 맡기자는 제안까지 나왔고, 이같은 제안에 단상에 오른 안연환 새 회장은 "사의의 수용여부는 회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계속 시비를 걸면 법정에서 만나면 된다"라는 말로 새 고시회장으로서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일단락, 개정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이어 치러진 감사선거도 순탄치 않았다. 박승태 부산고시회장, 유영조 본회 총무이사, 이동헌 세무사, 백정현 본회 업무이사가 추천되었으나, 박승태·유영조씨는 막판 추천이 철회되면서 이동헌·백정현 세무사가 감사로 당선됐다. 고시회는 회장은 확대임원회의에서 선임하고, 감사는 총회에서 당일 등록과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는 규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안연환 새 회장, "고시회는 세무사회 부속기관 아니다"

이어진 안연환 새 고시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세무사회의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서의 고시회를 바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안 회장은 그동안의 총회와 달리 회칙 개정과 감사 선출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을 의식한 듯 사전에 준비한 취임사를 뒤로하고, "한국세무사고시회를 한국세무사회의 부속기관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고시회는 세무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어물쩍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세무사회가 가지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들추어내어 토론과 회원들의 여망을 받아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또 "그동안 고시회는 정체성마저 흔들리면서 많은 회원들로부터 지탄받고, 존재의 필요성까지 의심받았다. 지금도 집행부와 그리고 집행부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도 저를 흔들려고 한다. 그러나 저는 좌나 우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임원들과 충분한 토의와 상의를 거치고 여론을 수렴해 일단 결론이 나면 물불안가리고 확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또 "고시회는 앞으로 정부 정책이나 국세행정에도 할 말을 제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4억여원의 예산안과 불합리한 세법 및 세무사제도 개선을 통한 세무사 고시회 위상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사업계획안도 의결했다.

또 이재철 세무사 등 6명에게 한국세무사회장 공로상, 윤정기 세무사 등 6명에게 한국세무사고시회장 공로상, 황영순 세무사 등 3명에게 백재현 국회의원 표창장을 수여했다.

고시회는 이어 8시경부터 만찬 및 회원의 밤 행사를 멋지게 꾸몄다.

이날 고시회 총회를 끝까지 지켜본 한 참석자는 "고시회 임원선출과정의 진통은 민주성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며 "이번 고시회 총회는 '불같은 총회'라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고시회는 이날 정기총회에 앞서 오후 2시 40분부터 팔래스호텔 LL층 그랜드볼륨에서 한국세법학회(회장 옥무석)와 세무사고시회가 공동으로 연합학술대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