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야당 의원들은 담합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두번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감사원의 책임을 물었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감사기간과 재취업 문제 등을 지적했다.
4대강 사업 담합 여부와 관련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4대강 턴키 입찰 당시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를 보면 1등과 2등의 점수 차가 모두 2.3이다. 너무 신기한 일"이라며 "9월 27일 점수가 나오기 전인 9월 25일 공구별로 건설회사가 정해졌다는 증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또한 "감사원은 2010년 2월 감사를 마치고 2011년 1월 감사결과를 확정하기까지 337일 동안 담합 사실을 숨기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감사원이 4대강 담합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의 속도전을 위해 눈 감은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도 "4대강 1차 감사는 담합 관련 내용이 빠진 채로 1년이 지나 발표됐고, 2차 감사 결과는 감사를 마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대선을 의식해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담합문제를 감사사항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처리 중인 2차 감사에서 충실히 감사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방어했다.
당시 감사단장이 국정감사 직전 사임하고, 감사원의 면책제도가 4대강 관련 공무원들에게 면책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1차 감사 당시 4대강 사업 감사단장을 맡아 감사를 지휘한 최대선 국장이 9월 28일 감자기 사임했다"면서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기호 무소속 의원은 "감사원의 적극행정면책제도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면책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에 대한 잦은 수시보고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감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기호 무소속 의원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감사원장의 대통령 수시보고는 연간 1~10건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이후 2년간 61건의 수시보고가 이뤄져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MBC 김재철 사장의 경영부실은 예고된 부실이었으며, 감사원은 그동안 MBC의 경영부실에 귀 닫아 왔다"면서 "정수장학회의 최필립 이사장이 MBC 이진숙 기획본부장과 MBC의 지분 매각을 논의한 회동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건 감사원장은 이에 대해 "사안을 좀 더 파악해서 감사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감사에서는 감사원의 세무·재정 전문인력 부족과 감사 기간의 지연, 국민감사청구 건수의 감소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5년간 감사 처리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된 감사사항이 133건에 이르고 있다"면서 "감사결과 처리시간이 지연되면 결과의 적실성이나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간 촉박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안이 가벼운 건은 사무처 단계의 검토로 마무리짓거나, 7명인 감사위원 수를 늘려 3명 내외의 몇 개 소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감사청구 건수가 매년 감소하고 인용률도 10%대로 저조하다"면서 "국민감사청구를 위해 300명 이상에게 서명을 받도록 하는 인원을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