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8일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심의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부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파급효과가 상당한 조세제도 변경 사항이 세법개정안 전반에 다수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세제도 변경 사항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몫.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26명의 위원(새누리당 13명, 민주통합당 11명, 통합진보당 2명)들이 가진 생각과, 결정은 세법개정안의 운명에 사실상 전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26명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2012년 세제개편안 핵심 의제 6개(▲대기업 최저한세율 조정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조정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도입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면을 통해 이들 핵심 의제 6개에 대한 찬·반 입장 및 (찬성 혹은 반대)이유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6명의 위원 중 새누리당 박근혜·정두언·최경환·김광림·이재영 의원, 민주통합당 문재인·이인영·설훈,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무응답).
□ '찬반' 엇갈린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 2012년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대목 중 하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
전체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전면 도입이 예상됐지만, 정부는 현행 대주주 등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만을 내놓는데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를 KOSPI 상장주식 기준 지분율 3% 이상에서 2% 이상으로 낮추고, 시가총액 기준 또한 100억원 이상에서 7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KOSDAQ 상장주식 현행 유지).
이 같은 정부의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방안에 대해 26명의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중 14명(53.8%)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 입장을 내놓은 위원은 3명(11.5%)였다(무응답 9명, 34.6%).
찬성의 뜻을 표명한 의원들은 "이중과세, 행정비용의 증가 등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과거 대만이 주식양도차익과세 도입 후 주가폭락을 초래한 예가 있어 이에 대한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대의사를 낸 의원들은 정부의 방안이 '미흡'하며, 좀 더 과세베이스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주주 기준이 매우 미흡하다”며 "과세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법개정안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과세 방안에 대해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찬성표(14명, 53.8%)를 던졌다. 현재 금융업계가 정부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시대조류'를 선택한 모습이다.
정부의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과세방안은 구체적으로 선물은 약정금액의 0.001%, 옵션은 거래금액의 0.01%인 낮은 세율로 과세, 3년 유예를 적용해 2016년부터 시행하는 내용이다.
찬성표를 던진 위원들은 "주식 뿐 아니라 파생상품 역시 자본이득의 한 가지이나 그 소득에 대한 과세시스템이 지금까지 부재했다"며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고 이를 파생상품 외 주식에까지 점차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반대입장을 보인 위원(3명, 11.5%) 중 일부는 "파생상품 거래규모와 주식거래 시 증권거래세율에 비해 과세율이 낮다"며 "파생상품 중 주가지수 선물 옵션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 유예기간을 설정한 정부안에 반대한 위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대해 0.01%의 세율을 적용해 증권거래세에 과세하고, 단 준비 기간 등을 감안 1년 유예기간 경과 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쏟아진 '반대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 =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세율 50∼60%)를 폐지,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2014년까지 새로 산 주택을 1년 이내 팔아도 기본세율(6∼38%)이 적용된다.
2015년부터는 새로 산 주택을 2년 내 팔면 기본세율, 1년 내 팔면 40%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같은 방향의 조세제도 개편을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자특혜'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조세일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중 상당수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11명, 42.3%). 특히 여당의원 중 일부도 반대의사를 표해 눈길을 끌었다. 찬성의사를 밝힌 위원들은 6명(23%)이었다.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위원(9명, 34.6%)의 의사를 감안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을 짐작해 볼 수 있게끔 하는 대목.
반대의사를 표한 한 여당의원은 "부동산 시장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가 주택거래 정상화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택거래는 매수매도, 즉 쌍방 간 거래가 발생하며 그에 따른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나 현 정책은 매도자에 대한 정책만 있고, 매수자의 취득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반쪽정책에 머물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반대파 의원들 역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거품을 부추겨 단기적 효과를 얻으려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오히려 주택투기 수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과거 부동산 투기시대 때의 제도"라며 "이제는 투기를 하고 싶어도 상황이 안 되는 만큼 철폐를 해도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획취재팀 : 김기린·이희정·박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