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 상근부회장 한길 사내이사로 선임…'회칙 위반' 논란 일 듯
정구정 회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주주들의 동의가 잇따르면서 세무사회 또 하나의 숙원사업인 '세무사회의 전산법인'의 항해가 새로운 진전을 보게됐다.
한길TIS 이사회(의장: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6층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본금 감자안(감자비율 60%, 1:2.5)을 통과시켰다.
이날 감자안은 총 참석주식수 47만1975주 중 31만55주(반대 16만1210주)의 찬성으로 과반을 넘겨 의결됐다.
당초 80% 감자안이 상정되었으나, 이 경우는 주총의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주식수의 2/3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표결에 부쳤으나 무산됐다.
이로써 한길TIS는 보통주 발행주식 총 56만2870주를 1:2.5주의 비율로 강제 무상소각하게 되고, 남는 주식은 총 22만5147주가 된다.
1억원을 투자한 주주들의 보유 주식가치는 4000만원, 1000만원을 투자한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400만원으로 추락했다. 또 SK C&C와 노틸러스 효성의 경우도 각각 3억2000만원(당초 8억원투자)으로 가치가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현재 공석중인 사내이사에 김광철 현 세무사회 상근부회장을 사내이사(사내이사)로 의결(선임)했으며, 자사주 취득 안건도 의결해 감자가액으로 자사주를 취득(약 30만주, 취득총액한도 8억원)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
한편 김광철 상근부회장을 한길의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과 관련 세무사회 회칙(상근부회장은 본회에 상근하며, 타직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과 배치된다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지난 3월 물러난 김경수 대표 후임을 공모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며, "그렇다고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언제까지 비워둘 수 없어 임시로 김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 한길의 업무까지 겸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액주주들 주식매수청구 등 추이 보면서 증자 추진
세무사회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감자안이 통과되면서 한길TIS의 정상화를 위해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세무사회 예산 추가 투입 등 증자(增資)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대주주들과 외부기업 주주들의 추가 증자 참여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세무사회가 한길TIS의 자본금 감자를 추진한 것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길TIS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무사회가 과점주주가 되어야 실질적인 세무사회의 전산법인으로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무사회가 발주하는 일감으로 연명해 가고 있는 한길이 정상화되었을 경우 자칫 외부 기업들이 세무사 주주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일 경우 경영권은 순식간에게 외부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현재 세무사회가 보유한 지분으로 한길에게만 일거리를 준다는 것은 한길의 주주인 회원(4400여명)과 비주주 회원(5300여명)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현 집행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세무사회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세무사회가 과점주주(51%)가 되기 위한 '액면가 이하 할인발행'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었고, 한길의 정상화 방안을 '자본금 감자' 방향으로 틀었다.
당시 주총에서는 1주당 할인발행 가액을 2700원(액면가 1만원)으로 평가해 상정한 결과 총 참석주식 수 30만1500여주 중 16만여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반대표는 SK C&C(8만주) 와 노틸러스 효성(8만주), 그리고 일부 세무사회원들이 보유한 주식이었다.
현재 한길 주식은 세무사회 18.64%, 세무사 회원 52.24%, SK C&C 14.21%, 노틸러스 효성 14.21%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길TIS는 지난해 영업결과 총매출 10억700만원에 1억5000여만원(감가상각비 제외)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상반기 결산결과 3억4241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총 누적적자는 총 37억1233만원이다.
□ 정구정 회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지난주 한길TIS 대주주들로부터 자본금 감자 결의를 위한 위임장 확보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 회관 3층 회장실. 정구정 회장의 양손에는 한길TIS 대주주 명단과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대주주들과 직접 일일이 통화를 하면서 자본금 감자 결의를 위한 위임장을 세무사회로 보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이날 우연히 세무사회를 방문한 기자가 직접 목격한 장면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2000만원을 투자한 대주주와 통화를 한 정 회장은 '위임장을 제출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낸 후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한길TIS 자본금 감자 결의는 상법상 특별결의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 출석주주의 2/3이상과 발행주식총수 1/3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되지만 한길의 주식 16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SK C&C와 효성측의 반대가 확실시 되면서 16만주의 2배인 32만주가 필요한 상황.
1억원에서부터 수 백만원에 이르기까지 한길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일부 세무사 주주들이 위임장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듯 정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를 배웅하면서 복도에서 한 부회장을 만난 정 회장은 이 부회장이 시도하다 '실패'한 주주들의 명단을 받아들고 다시 회장 집무실로 향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세무사회는 9일까지 모두 58%에 이르는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는데 성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