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목표로 잡은 세수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13조원 가량 늘어난 총 20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기획재정부 등 과세당국은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난 세수입 증가 추세를 고려, 올해 세수 목표도 무난히 달성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처해 있는 대내외 세수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수 목표는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섰지만 세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재정위기 등 계속되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3.7%대에 머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배럴당 130달러를 위협하는 국제유가도 경제성장을 저해함은 물론, 물가 상승의 촉매로 작용,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U, 미국 등 주요 무역국과의 FTA 체결로 수출입관세가 사라지면서 전체 국세수입의 약 6% 가량을 차지하는 관세 수입도 줄어들 수 있다.
오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을 계속해온 정부는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상승 등 복병을 만나며, 세수 확보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과세당국은 연초부터 세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1분기가 지난 현재까지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재정부 "비과세·감면 최소화, 면세유 관리 강화" =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로 새나가는 세수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올해 연말까지 일몰이 도래하는 약 90개의 비과세·감면제도를 일괄적으로 정비, 정책 목적이 이미 달성됐거나 정책효과가 미미한 제도를 우선적으로 폐지·축소한다.
이달 내에 세제실을 중심으로 '조세감면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상반기 중으로 각 부처별 조세감면 건의서 및 평가서를 제출받아 현행 조세감면 제도의 유지 여부를 신중히 협의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토대로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2012년 세법개정안'에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을 담아 국회에 제출한다.
다만 재정부는 농민·근로자 등 서민생활 안정과 밀접한 세제지원 혜택과, 기업들의 성장잠재력 확충 등에 필요한 세금감면 등은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세금 탈루가 만연한 면세유 부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면세유 관리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면세유 공급자와 수급자는 물론 유류구매전용카드 발급 카드사 및 국세청 등이 자료를 비교·검토할 수 있도록 복잡다단한 현행 면세유 공급절차를 '면세유 종합관리 전산시스템'으로 통합·운영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세제실 조세특례제도과를 중심으로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라며 "관계부처와 조속히 합의를 이끌어낸 뒤 실효성 없는 세제혜택은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국세청 "체납추적 강화, 역외탈세 차단…행정력 집중" = 세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실제 세무행정에서 국세 부과·징수를 담당하는 국세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국세청 소관세입예산은 192조6000억원. 지난해 실적 대비 약 7%가 상승한 수준이다.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의 핵심은 '세수확보'. 국세청이 연초 '세수관리 특별대책반'을 국세청장 직속으로 설치, 운영키로 한 것은 세수확보에 대해 국세청이 상당한 위기감을 체감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국세청이 안정적 세수확보를 위해 설정한 핵심테마는 '체납축소'다. 광범위한 규모의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신설, 고의적·악의적 체납자를 끝까지 쫓아가 세금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제도적 측면의 세원확대가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대내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세수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원에 대한 징수노력을 강화해 세수부족분을 메워간다는 방침인 셈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3월 말 법인세 신고,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등 주요 세목 신고·납부 종료후 강도 높은 사후검증을 통해 세금탈루를 찾아내고 응분의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실제 국세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인세 신고 종료 후 고강도 사후검증을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역외탈세와 같은 부정한 방법의 세금탈루를 적극 차단하는 데 역량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 도입한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의 미비점을 보완, 국부를 해외로 불법 유출한 미신고자 적발에 고삐를 바짝 당길 계획이다. 미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신설하는 등 처벌 수위도 한층 높인다.
해외진출 기업들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해외현지기업들에 대한 기업명세서, 재무상황표 등 과세자료 제출을 확대하고, 과태료부과 등 세원관리 업무를 강화한다. 가짜석유, 면세유, 무자료 주류 등의 불법유통을 통한 지능적이고 고질적인 탈세행위도 발본색원한다.
올해부터 가짜석유 판매자에게도 교통세를 과세하는 등 석유류 불법유통 범죄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해 철저히 과세한다. 농어업용 면세유를 환급하는 주유소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표본점검과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RFID(위스키 유통정보), 주류구매전용카드(대금결제내역), 전자세금계산서(주종별 거래내역) 등 주류유통 관련 자료를 활용해 주류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자료 거래 등 불법주류 유통혐의자를 적발하고 중점 관리한다.
다운계약서 등으로 세금 회피가 자주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일선세무서에서 실시하는 양도세 조사를 확대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조사대상자 선정 방법을 강구하는 등 세수확보에 만전을 기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기업 세원관리 등으로 역외탈세를 차단하고, 석유류 불법유통 등 탈세행위를 적발해 철저히 과세할 방침"이라며 "본청, 지방청, 일선세무서를 막론하고 세수확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