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은 올해 정부의 세수입 확보 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최대 '리스크'다. 올해 정부의 세입예산(205조4000억원) 산출 시 적용됐던 경제성장률 및 각종 대내외 요소들은 이미 상당부분 틀어진 상태다.
정부는 올해 국내경기가 '상저하고(上底下高)' 형태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하반기에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단순 예측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수출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1월 무역수지 22억달러 적자) 고(高)물가에 따른 내수위축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 국제유가가 여러 측면에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성장률뿐만 아니라 세수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보폭을 맞춰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FTA 효과도 세수입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한·미 FTA발효(3월15일)로 수많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기 때문이다. 당장 관세 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국제유가 고공행진, '유류세 인하' 현실화된다면… = 미쳐 날뛰는 국제유가에 편승,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205조4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 또한 점증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은 리터당 정액으로 부과되는 교통환경에너지세(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가 핵심. 교통환경에너지세는 경제 상황에 맞춰 정부가 ±30%의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475원, 경유는 리터당 340원의 법정 유류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정부는 여기에 더해 11% 정도의 탄력세율을 적용, 실질적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529원, 경유는 리터당 375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교육세와 주행세가 부가세(Sur-tax) 형식으로 부과된다. '세금 덩어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세금이 붙고 있는 것이다.
한 해 평균 교통환경에너지세수는 12조∼13조원 정도. 여기에 교육세, 부가세 등 연동해서 얻어지는 세목들의 징수 금액을 더하면 정부는 통칭 '유류세' 명목으로 한 해 평균 20조원 이상의 세수를 챙기고 있다.
들끓는 여론에 따라 만약 정부가 유류세율을 전체적으로 낮추게 되면(교통환경에너지세율) 세수감소는 불가피하다. 교육세, 부가세 등 연동된 세금도 총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세수감소 폭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 탄력세율 10% 인하 시 9331억7000만원의 세수가 줄어들며, 15% 인하 시 1조4098억9000만원, 20% 인하 시 1조8899억1000만원의 세수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 컨틴전시 플랜 발동 기준에 다다르더라도 유류세 인하보다는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 영향이 덩어리가 크고, 이로 인해 예년보다 높게 잡은 세수목표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올해 세수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유류세를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유류세를 손대더라도 2008년과 같이(유가환급금 제도 시행) 전체적으로 혜택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19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3.45 달러다. 
□ 세수 위협하는 또 다른 복병(伏兵) 'FTA' = 지난 15일 한·미 FTA가 본격 발효됨에 따라 미국산 물품 9061개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지는 제품이 전체 미국산 수입품의 80.5%에 달하는 셈.
관세 철폐효과는 점차 늘어나 향후 10년 이내 미국과의 수출입 물품 대부분의 관세가 사라진다. 관세가 줄어드는 건 비단 미국과의 거래관계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7월 EU와 FTA를 발효한 데 이어 정부는 중국, 일본과도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FTA 체결국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FTA로 인한 관세 철폐 효과는 말 그대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제품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혜택을 본다는 분석도 있지만, 적어도 국가 세수 자체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도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FTA 자체가 장기적으로 관세 징수액이 '0'으로 수렴한다는 의미와도 같이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적어도 '관세' 분야 세수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FTA를 통한 국내 경제 활성화가 막대한 세수를 뿜어내는 '원천(源泉)'이 된다면 걱정할 것이 없지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는 11조원의 관세를 징수했다. 최근 5년간 평균적으로도 10조원 가까운 세수가 관세 명목으로 확보됐다. FTA 효과로 이 부분의 상당 금액이 장기적으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FTA 효과로 당장 얼마의 세수가 줄어들 것인지는 정부도 추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FTA로 인한 품목별 수출입 증감효과가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개별 제품별 가격 인하효과 정도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관세인하 효과가 실제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갈 가능성은 물론 국가 전체적인 세수입 변동에 대한 면밀한 분석까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FTA 효과로 인해 관세는 줄어들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 관세 이외의 다른 세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FTA가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나아가 FTA로 인해 오히려 전체적인 세수가 증가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FTA 체결국이 늘면 자연스럽게 관세청 세입에서 관세가 줄어드는 등 세수 구성이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FTA 체결로 수출입이 활발해지면서 부가가치세수가 늘어나 전체적인 징수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