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유류세 환급제도, 준준형차로 확대해야"
재정부 "환급제도 확대, 신중히 접근해야"
연일 치솟는 기름값으로 유류세 인하여론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조치보다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유류세를 환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유류세 환급대상을 배기량 1600cc이하 준중형차로 넓혀 서민층에 보다 광범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한국지방세연구원 임상수, 박지혜 연구원은 '유가 급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 치솟는 '기름 값' 원인은? = 보고서는 "최근 들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유가의 원료가 되는 두바이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2000년대 초반 배럴당 20~30달러 선부터 서서히 증가해오다가 2008년 130달러대로 치솟은 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0달러대로 곤두박질친 이후 또다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현재 120달러 선을 돌파한 상황이다.
2008년 이후 또다시 유류세 인하 등 비상대책 발동 요건인 배럴당 13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는 셈.
또한 정유사와 주유소의 과도한 이윤추구로 인해 발생된 국내 유류시장의 가격 '비대칭성'도 치솟는 기름 값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정유사 및 주유소의 운영 주체는 기업 및 사업가로 이윤 추가가 목적이며, 이로 인한 가격 비대칭성은 국제 유가 상승 시 휘발유 가격의 급등 원인이 되고 있다"며 "실제 국제유가 상승기인 2009년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은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 더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 "유류세 일괄인하, 바람직하지 않다" = 연구팀은 특히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한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지 못한다"며 "현행 유류세를 2008년 3월과 같이 10% 인하했을 때, 올해 1월 평균 휘발유 가격(1995원)기준 리터당 89원 낮아지지만, 체감효과가 매우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두바이유 원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효과는 금방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2008년 3월 이후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정유소, 주유소의 이윤 추구과정에서 생기는 가격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세금인하만으로는 가격인하 효과를 충분히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는 서민층보다 부유층에게 더 큰 효과가 있다"며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연구팀이 휘발유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이 1원 변동할 때 소비량 변동은 부유층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부유층이 빈민층보다 소비량을 더 늘린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유류세 인하정책이 정부의 저탄소 녹색 성장정책과도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류세를 낮춰 기름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경우,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부유층의 소비가 증가,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 유류세 '선별적 환급'이 대안…1600cc 준중형까지 혜택 확대 = 보고서는 유류세 일괄인하보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환급정책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먼저 현행 1000cc 미만에만 적용되는 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를 1600cc 이하 준중형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류세 인하 분을 재원으로 선별적인 환급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과 같이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10% 인하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1조6732억원. 이 돈이면 1000cc 미만 경차에 리터당 250원씩 연간 10만원 한도로 환급하는 유류세 환급 제도를 준중형급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고서는 경차는 현행과 같이 리터당 250원, 소형차는 200원, 준중형은 15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환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환급한도는 경차는 연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하되, 소형차는 연간 15만원, 준중형차는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환급해 주는 안을 제안했다. 이와 같이 유류세를 환급혜택 범위를 넓힐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1조2357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준중형차 이하에 대한 유류세 환급제도를 통해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선택적 복지가 유류세 인하라는 보편적 복지보다 정책적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내년부터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개별소비세 전환됨에 따라 지방 교부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주행세의 수입 감소분을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세제를 총괄하는 정부 당국자는 유류세 환급특례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문창용 재산소비세정책관은 "환급특례 확대정책은 FTA 추진과정에서 중대형차 위주로 생산하는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분쟁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추진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또 유류세 인하시기와 관련해선 "현재 유가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탄력세율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30달러가 넘을 경우 (유류세) 인하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