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자들은 세무사로부터 소득세 신고의 적정성을 확인받고, 과세관청에 성실신고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우선 10일(금)까지 성실신고확인을 담당할 세무사를 선임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하며, 세무사들은 사업자가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가짜 비용을 신고하지는 않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세무사들이 기존에 수행하던 납세자 세금신고·납부 관련 업무에 더해 국세청에서 실시하는 세무조사와 유사한 신고 확인 업무까지 떠맡게 되는 것이다.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납세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수임료도 더 많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든, 세무사들로부터 성실신고확인을 받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
성실신고확인제도 시행으로 이전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됐던 수임료를 세무사들에게 추가로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사업자들 "추가 수수료 못 주겠다" = 실제로 성실신고확인 담당 세무사 선임기한을 전후해 사업자들과 세무사들 사이에 수수료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들은 그동안 기장대리 업무를 수행해온 세무사에게 성실신고확인 업무까지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기존에 지불하던 수임료에 더해 추가로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줄 명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서 개인 세무사무소를 운영 중인 한 세무사는 최근 기장대리를 해오던 중소기업에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설명하고 계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업체 대표가 세무사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불만을 가졌기 때문.
이 세무사는 "계약 추진 당시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입법 배경이나 세무사 책임 증가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성실신고로 세부담이 커지는 데 더해 세무사 수수료 비용까지 늘어난다니 화가 날 뿐이다'라는 불만 섞인 말만 듣고 왔다"고 토로했다.
아예 성실신고확인 수임료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거나 담합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국내의 한 LPG 충전소 업체에서는 일선 충전소에 성실신고확인 수수료와 관련 본사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은 전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업체는 세무사들이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로 연간 180만원 정도를 추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선 충전소에서 매달 세무사들에게 세무기장료 등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수수료를 절대 부담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는 공문에서 "현재 충전소에서 선임 중인 세무대리인을 성실신고확인자로 선정하라"며 "성실신고확인 수수료에 대해 회사의 추가적인 지원은 없으므로 현재 세무대리인과 무상 서비스를 협의하고, 협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세무대리인을 변경하라"고 전했다.
이에 충전소 기장대리를 맡고 있는 세무사는 "충전소들이 담합해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충전소에서 끝까지 수수료 지급을 거부하면 세무대리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 애매한 수임료 수준…세무사들 "최소 200만원은 받아야" = 사업자들의 이 같은 입장과는 달리 세무사들은 만만찮은 업무를 수행하고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불상사는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무사들에 따르면 성실신고확인을 받는 사업자들의 경우 각종 세제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세무사들에게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실질적인 추가 비용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납세자들이 성실신고확인을 받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의 60%는 연간 100만원을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와 별도로 비용 전액을 소득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공제 가능하다.
또한 세무사로부터 성실신고확인을 받은 사업자는 근로자 대상 연말정산 혜택과 같이 의료비 및 교육비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성실신고확인 대상 사업자는 약 160만원 정도의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세무사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세무사회가 회원들에게 제시한 '사업자 성실신고확인 순부담액 예시표'에 따르면 사업자가 세무사에게 200만원의 수임료를 지불하더라도 순수한 자기비용 부담액은 13만원에 불과하다.
사업자가 성실신고확인 수임료로 150만원을 지불한다면 약 6만7500원가량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최근 한 개인 세무사가 자체 제작해 일부 세무사회 회원들에게 배포한 '성실신고확인 보수표'에 따르면 성실신고확인 수수료의 최저가를 20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사업자 세제지원 혜택에 최소한의 세무사 인건비를 반영한 금액이 2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논리다.
한 세무사는 이와 관련해 "사업자들은 세무사에게 지불하는 성실신고확인 수수료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고, 필요경비 공제도 가능하다"며 "다른 사업자들이 받지 못하는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 혜택까지 받을 경우 실제 수수료 부담액은 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