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만으로 조세정의 실현할 수 없다" = 우리나라 대표 조세전문가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부자증세 방안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조세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왼쪽부터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곽태원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19대 국회의원 총선거(4월11일), 18대 대통령 선거(12월19일) 등 양대 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2012년은 정치의 해다. 정치권은 선거 승리를 보장할 '표심'(票心)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정책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조세정책과 관련, 정치권의 선택은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른바 '부자증세'다. 정치권은 조세정의(租稅正義) 확립을 위해 고소득층,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의 생각은 정치권의 그 것과 상당한 거리가 존재하고 있다. 정치의 측면에서 접근한 조세정의와 현실적·이론적 측면에서 접근한 조세정의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계층, 즉 돈 있는 사람들에 대한 맹목적인(?) 증세를 조세정의와 동일선상에 놓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정치선동을 위한 매력적인 소스일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한국조세연구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대표 세제통으로 잘 알려진 유일호 의원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부자증세 방안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한국판 버핏세가 제기된 이유는 현행 조세제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지만, 부자들은 이미 세금을 많이 낸다"며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의 한국조세연구원장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학계로 복귀한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복지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필요하지만, 조세정의란 명분 아래 부자들 세부담만 높여 해결하겠다는 방안은 정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원 교수는 "일부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올려 복지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적이고 일시적인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비과세·감면 축소는 물론, 탈세·체납 등에 대한 적극적 정책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부자증세 정권이었던 참여정부 초기 조세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인 조세전문가 곽태원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조세정의는 부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담해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소위 '부자 때리기'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직한 부자들을 공격하기보다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탈세 자체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 장은석, 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