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맞아 정치권이 각종 정책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복지' 코드를 맞춘 선심성 퍼주기 정책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이 극구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포퓰리즘(Populism)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
조세정책과 관련해 여야 대표구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짜낸 기본 프레임은 '부자증세'다. 조세정의(租稅正義) 간판까지 내걸고 이슈선점을 위해 경쟁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색깔론' 측면에서 접근한 부자증세를 조세정의와 동일선상에 놓은 것은 지극히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세정의는 특정계층에 대한 세금 쥐어짜기로 확보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식'의 문제에 속하는 조세정의 확립의 방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걷은 세금을 제대로 잘 쓰는 일, 탈세를 차단하고 소득수준에 맞게 적정한 세부담을 지우는 일, 이 두 방향의 방법론만 지킨다면 조세정의 확립은 가능하다.
□ '밑 빠진' 독…무분별한 예산낭비 막아라 = 국가운영의 기틀은 국민들이 낸 세금(예산)이다. 국가는 합리적인 예산 운용을 통해 세금을 납부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보장한 반대급부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는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예산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이는 투명성이 떨어지는, 무분별한 예산낭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96조9000억원이었던 예산규모는 이듬해 209조6000억원으로 2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이어 2006년 224조1000억원, 2007년 237조1000억원 등 매해 10조원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8년 현 정부 출범 이후 그 상승폭은 더 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262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5조원 이상 늘어났고 이어 글로벌 위기가 고조된 2009년에는 추경편성 등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38조원이 늘어난 301조8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2010년에는 292조8000억원, 2011년 309조1000억억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올해 연말에도 진통 끝에 325조5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당초 이명박 정부가 추구했던 것은 불필요한 정부 예산을 축소, '작은 정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년 십 수 조원씩 예산편성 규모를 늘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공약(空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4대강 사업에 2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점, 호화 청사를 지어놓고, 소속 공직자들 봉급조차 줄 상황이 안 된다며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지자체들이 존재하는 점 등은 국민들로 하여금 세금납부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 비과세·감면, 없앨 부분은 과감히 없애자 =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은 부자증세 이전, 방만한 비과세·감면 체계 전반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정치권에서도 애초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복지예산을 확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면세, 세율인하, 소득·세액공제, 과세이연 등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통해 국세수입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30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18조2000억원)과 비교해 1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과세 감면규모는 2004년 18조2000억원에서 2005년 20조원, 2006년 21조6000억원, 2007년 22조9000억원으로 매해 1∼2조원씩 증가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08년 28조7000억원으로 무려 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후 2009년 31조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래, 2010년 29조9000억원, 2011년 30조6000억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을 배제한 채 전 정부 수준으로 다운시킨다면 적어도 10조원 상당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이 이를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조세감면 자체가 '기득권'으로 인식돼 한 번 부여한 혜택을 회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증세'와 연결되기 때문에 반발 소지가 다분하다.
경제규모 증가에 따른 수요의 팽창도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수요를 묶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효성을 따져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한다는 원칙 자체도 원론에 불과할 뿐, 이리저리 흔들려 일관성 있는 적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례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초 자영업자 소득파악에 한계를 느낀 정부가 이들의 세원노출을 위해 장려한 정책이지만, 십 수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의도와는 달리 없어서는 안 될 '영구혜택'으로 자리 잡았다.
소득수준이 오를수록 세부담이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로 저소득 근로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근로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높지만, 정책당국은 여론의 압박에 밀려 '손'을 쓰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 증발되는 세금막자…'효과적' 체납세수 관리 = 한 해 평균 7조원에 육박하는 결손처분 세액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세금체납은 경제여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이를 틀어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징수자체를 포기한 결손처분 조세규모는 총 35조6000억원에 달한다. 징수를 포기한 세금의 절반만 걷어도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따른 세수확충 예상액 7000억원의 4배 가까이 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
하지만 현실적으로 체납세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문제는 상당한 고난이도에 속한 일이다. 일반적인 세금체납은 물론이거니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태를 다 잡아내기에는 행정력의 한계가 분명하다.
지난해 국회에서 1억원 이상 고액 국세체납자에 대한 징수업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도 체납징수와 관련한 중요성과 행정력의 한계를 동시에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통상 5년인 국세 체납 소멸시효 또한 10년으로 늘리는 등 '강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 장은석, 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