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경쟁' 돌입한 박근혜·한명숙 =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오는 4월11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 '선거여왕' 자리를 놓고 제대로 한판 붙었다. 특히 양당 대표는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복지 정책, 그리고 복지 정책의 선결과제인 재원확보를 위한 '증세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2012년.
유권자들의 표심 사로잡기에 나선 정치권의 '공약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선정한 이번 선거 공약의 핵심코드는 단연 '복지'다.
지난 2008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서민경기 침체와 국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복지 정책을 마련, 서민·중산층의 지지를 쓸어 담겠다는 정략이 깔려 있다.
하지만 복지 확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복지 확충에 충당할 막대한 규모의 '실탄(재원)'을 마련할 방법부터 강구해야 한다.
현실적인 재원 확충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복지 정책은 선거철 급조한 포퓰리즘 공약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만 남발한 무책임한 정당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다 확실하고 손쉬운 복지 재원 확충 방안을 물색하던 정치권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은 물론,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단번에 끌어 모을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1%의 부자들과 재벌 대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늘어난 세수입을 99% 일반 국민들을 위한 복지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이른바 '부자증세' 공약이다. '조세정의 확립'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까지 달아 내놓은 모습이다.
□ 부자증세 신호탄, '한국형 버핏세' 도입 = 정치권을 강타한 부자증세 열풍의 신호탄은 그동안 '부자정당'이란 이미지를 안고 있던 집권 여당이 먼저 쏘아 올렸다.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최고조에 달했던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서 투표율 미달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자리마저 야권통합 후보에게 내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당내에 팽배해졌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복지 정책 확대와 함께 재원 확충 방안으로 증세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며 '부자감세' 정당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했던 한나라당은 조세정책 당론을 '부자증세'로 180도 바꿨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31일 밤 새해를 몇 분 남긴 상황에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3억원을 신설하고 최고 세율을 38%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 도입에 마침표를 찍으며, 부자증세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 이슈 선점 당한 민주통합, '부자증세·재벌개혁' 선언 =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로 부자증세 논쟁에서 선공을 놓쳐버린 민주통합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당내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세정의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세제개혁 방안을 마련해 이 달 중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민주통합당의 세제개혁안은 소득상위 1%의 슈퍼부자들과 재벌 대기업에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효성 제고, 음성탈루소득과세 강화 등을 통해 1% 슈퍼부자들의 세부담을 늘려 나머지 99% 일반 국민들의 복지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벌개혁의 고삐를 당겨 상위 10대 기업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일명 '재벌세'라고 불리는 대기업 과세 강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경제민주화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보완대책을 발표했고, 2월말까지 한국 경제의 희망솔루션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조세제도 전면 개편하겠다" = 한나라당은 아예 세제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책쇄신분과는 지난 1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 세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부자증세는 물론 현재 대주주로 국한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또한 고소득층의 편법적인 조세회피 행위를 차단하는 장치를 강화하고, 모든 종류의 소득에 대해 엄정하고 공정한 과세로 조세정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정강·정책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의 나아갈 길이 국민의 행복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며 "공정한 사회, 공정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 장은석, 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