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학기에 500만원을 훌쩍 넘는 과도한 대학교 등록금 부담을 놓고, 학생들은 물론 정치권 및 사회 각계 각층에서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1조5000억원가량의 국가장학금과 7500억원 이상의 대학 자구 노력을 포함한 약 2조2500억원 규모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등록금 '거품'을 빼려는 정책을 여러 각도에서 모색 중이다.
현행 세법에서도 직접적인 등록금 지원책은 아니지만, 납세자 본인 및 배우자·자녀 등의 대학교 등록금을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시 교육비 공제를 통해 과세소득에서 제외하고 있다.
특히 근로소득자는 본인의 대학교 및 대학원 등록금 전액을 한도 없이 소득공제 받을 수 있으며, 기본공제 대상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자녀·형제자매 등을 위해 지불한 대학 등록금(대학원 제외)도 1인당 年 900만원까지 교육비 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 본인이 학업을 계속하고자 일단 대학 등록금을 빌리고, 졸업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학자금 대출'의 경우 취업 이후 적용되는 근로소득 연말정산에서 교육비 공제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취업 전에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전혀 없고 미래에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발생할 경우 대출금을 갚아나가기 시작하는 '든든학자금'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취업 이후 상환 시 교육비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부모가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경우 자녀 교육비 공제를 통해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본인이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 뒤 원금에 연 5%대의 이자까지 갚아나갈 학생들은 교육비 공제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현행 세법에서 소득공제 대상 교육비를 소득세 과세 기준이 되는 연도(과세기간)에 지급한 교육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재학 시 등록금으로 지불한 학자금 대출금의 경우 이미 소득세 과세 기간보다 수년 전에 지급한 교육비이므로, 취업 이후 원리금을 상환해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이 발생하더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한푼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2학기(10월 기준) 학자금 대출 금액은 약 1조2904억원에 달하며, 대출받은 학생 수만 총 35만5699명에 이른다.
근로소득이 없는 35만 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지불 당시는 물론, 취업 이후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을 때도 교육비 공제 혜택에서 철저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행 세법상 소득세가 과세되는 기간에 지급한 교육비에 대해서만 근로소득 공제가 적용된다"며 "지금 상태로는 학생 본인이 취업 이후 갚는 학자금 대출 원리금에 대해 교육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학자금 대출에 교육비 공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대학생 본인의 취업 이후 학자금 대출(든든학자금) 원리금 상환에 대해서도 연말정산 교육비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서 의원은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고자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정작 본인 학자금 상환은 교육비 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교육비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고, 등록금 상환 부담만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학자금 대출의 경우 대학생 본인은 소득이 없어 등록금 지불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해당 학생을 기본공제대상자로 둔 부모 또는 형제자매 등이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원금으로 지급한 등록금은 학부모 등이 자녀 교육비로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며 "원금 외 수년이 지나 대출금 상환 시 지불하는 이자까지 교육비 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의료비 등 기타 특별공제 항목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