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A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면서, A법인과 함께 B상장법인의 최대주주의 자격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회사경영에 어려움을 느낀 K씨는 A사와 자신이 갖고 있는 B사 주식을 모두 아들인 S씨에게 양도, B사 경영을 S에게 맡기기로 했다.
K씨는 B법인 주식을 어떤 가격으로 넘겨줄까 알아보던 중 그 거래가격을 당해 주식의 시가대로 넘겨주지 않으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나 증여의제 등의 조세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통상 상장주식의 경우엔 거래일 당일의 종가가 '시가'에 해당된다는 소문을 듣게된 K씨는 A법인과 함께 상장법인 B의 주식을 종가로 계산, 그 가격으로 아들인 S에게 양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K씨는 관할 세무서로부터 "상장법인 B의 주식을 S에게 저가로 양도한 혐의가 있으니, 양도소득세 수정신고 및 납부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K씨의 아들인 S씨 역시 세무서로부터 "상장법인 B의 주식을 아버지로부터 저가로 넘겨받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은 혐의로 증여세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무서가 보내온 통보에는 K씨와 함께 B법인의 주식을 넘긴 A회사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
세무서 통보에 너무나 당황한 K씨는 곧바로 관할 세무서를 찾아 "세법에 맞게 제대로 신고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세무서 담당자는 "K씨가 양도한 B법인 주식의 시가는 거래일 당일의 종가가 아니고, 거래일을 기준으로 직전, 직후 2개월 평균종가로 계산해야 한다"며 "나아가 K씨가 최대주주이므로 최대주주 할증율(100분의 10에서 최대 100분의 30,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3조 제3항)을 더한 금액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씨는 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들에게 주식을 넘겼으니, 저가양도에 해당된다"며 "특수관계자인 아들에게 주식을 저가로 넘긴데 따른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신고·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들인 S씨도 주식을 시가 보다 저가로 넘겨받았으니, 증여세를 납부해야만 한다"는 것이 세무서 관계자의 설명.
답답해진 K씨는 자신과 함께 아들에게 주식을 넘긴 A법인도 B법인의 최대주주였으니, 법인A가 넘긴 주식에 대해서도 최대주주 할증을 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세무서 담당자는 "법인A의 경우에는 세법상 시가는 당일 종가이고, 세법상 시가에 따라 아들인 S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K씨로서는 A법인과 함께 똑같은 주식을 똑같은 사람에게 넘겼는데 자신이 넘긴 주식은 그 시가를 주식의 가치에 최대주주 할증율을 곱해 산정하고, 법인A가 넘긴 주식의 시가는 최대주주 할증율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세무서 담당자는 상식적으로는 물론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현행 세법상 시가에 관한 규정이 개인의 경우와 법인의 경우에 서로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K씨의 사례에서 세무서 설명은 궁색하게 들리겠지만, 현행 세법상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현행 세법이 주식의 시가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달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가치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최대주주 할증율이 적용되는가 여부인데, 이러한 할증율이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양도자와 양수자가 법인 또는 개인인지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위와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개인과 법인이 같이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을 특수관계자에게 양도한 경우를 가정하여 보자.
당해 중소기업의 주식에 대하여 매매사례가격이 없다면, 상속세및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가액이 그 시가가 된다. 그런데, 개인이 중소기업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 주식의 시가를 정함에 있어 최대주주 할증율을 적용하지 않는다(소득세법 제167조 제5항, 조세특례제한법 제101조).
반면에 법인이 중소기업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 시가를 최대주주 할증율을 적용하여 산정해야 한다.
이렇게 세법상 최대주주 할증율을 적용하는지 여부에 관한 규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세법상 시가란 '객관적 교환가치'를 나타내는 가격인데, 같은 주식에 대해서 누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객관적 교환가치가 달라진다는 이상한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세법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각 사안별로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 입법적으로 일관되고 명확하게 규정해 놓지 않으면, 위의 세무서 담당자처럼 납세자에게 '현행 세법상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세법상 시가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이래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최대주주 할증율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많은 다툼이 있다. 다음 주에는 최대주주 할증율의 적용여부를 둘러싼 이상한 사례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