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행사업이 주업인 X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06년 9월에 부동산 시행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대규모 매각차익을 실현했고, 그 후로부터 약 1년 6개월 휴업을 했다.
이후 A씨는 새롭게 할만한 사업을 물색하다가 2008년 3월 새롭게 건물을 사들여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회사지분을 아들에게 넘겼다.
아들에게 회사를 넘기면서 생긴 A씨의 고민은 회사주식은 세법에 따라 과거 3개년 순손익액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그러면 현재 사업인 부동산 임대업과 전혀 무관한 2006년의 부동산 시행사업의 이익이 반영돼 그 가치가 너무나 커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
회사 주식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되면 아들은 지분을 양수하기 위해 자금을 많이 차입해야 하고, A씨는 상당한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추정이익으로도 주식을 평가할 수 있다는 어설픈 지식을 갖고 있던 A씨는 2개 이상의 전문평가기관(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을 선정, 회사의 장래 추정이익을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했다. 그리고 그 가격대로 아들에게 회사를 양도하였고,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이후 아들에게 회사를 넘긴 사실조차 잊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A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갑자기 세무서로부터 X 법인의 주식을 시가보다 저가로 양도했으니, 양도소득세를 적정하게 신고했는지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 역시 아버지 회사의 지분을 시가보다 현저히 저가로 양수, 증여세 탈루혐의가 있으니 같이 조사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A씨는 왜 위와 같은 통보를 받았을까? 그 이유는, 순손익가치를 추정이익으로 평가하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지키지 않은 요건은 무엇일까?
현행 상증법 제56조 제1항은 최근 3년간의 순손익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등 과거 3년간의 순손익액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에는 추정이익을 기준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상증법 제56조 제1항 제2호는 신용평가전문기관, 회계법인, 세무법인 중 둘 이상이 산출한 1주당 추정이익의 평균가액을 기준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꼭 주목해야 할 단서규정을 두고 있다.
추정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상속세 과세표준신고 및 증여세 과세표준신고의 기한 내에 신고한 경우(중략)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 일정한 절차적 요건들을 단서에서 정하고 있다.
이렇게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이유는 추정이익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하였을 경우, 납세자와 평가기관이 서로 담합하여 그 주식가치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에서 조세심판원은 위 규정 중 '증여세 과세표준의 기한 내에 신고한 경우(중략) ...한정한다'는 문구에 주목, 추정이익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반드시 거래 당사자가 증여세 신고(또는 추정이익 평가서 제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조세심판원은 거래 당사자가 추정이익에 근거하여 주식가치를 산정하여 그 가액대로 거래하면 실제로 주고받은 이익이 없어 증여세 과세표준은 0이 되는데도 불구, 그 경우에도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추정이익에 따른 주식평가는 시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조심2009서0258, 2009.12.30. 등)
실제로 매매당사자 간에 거래를 하면서 추정이익을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하여, 그 가액대로 거래를 하면 서로 주고받은 이익이 없다.
그런데, 거래 당사자 중 일방이 마치 이익을 증여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하여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많은 다툼이 있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최근 고등법원(2011누5829, 2011.08.17. 선고)은 거래 당사자간에 추정이익에 따른 주식가치 평가액대로 거래하여 증여세 과세표준이 없는 경우에는, 비록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추정이익에 따른 주식가치 평가액을 시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증여세를 부담할 필요가 없는데 증여세를 신고하여야만 추정이익에 의한 주식평가를 인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고등법원의 판단이며, 이는 지금까지의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제 A씨의 경우로 돌아가 살펴보자. 세무서가 A씨와 그 아들에 대하여 과세문제를 제기한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A씨와 그의 아들은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내에 증여세 신고도 하지 않았고, 아울러 추정이익 평가서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정이익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경우에는, 그 요건을 면밀히 살펴서 충실히 지켜야만, 불필요한 과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민규 공인회계사 약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무법인 율촌 Senior Professional, 업무분야 : 조세·세무계획·세무조사방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