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임종룡 제1차관(現 국무총리실장, 왼쪽)과 백운찬 세제실장(오른쪽)이 지난 2일 정부가 마련한 201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법인세 중견기업구간 신설해 초과분만 감세철회
특수관계법인 간 30% 이상 일감 몰아주면 과세
자녀 없는 저소득가구도 근로장려금 수급 가능
임투공제 폐지→고용창출공제 '전면전환'
가업상속 공제율 40%→100%로 확대
-기획재정부 2011년 세법개정안 발표-
정부가 감세기조 유지의 소신을 접고 정치권의 추가감세 철회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소득세 과표최고구간의 세율 인하(35%→33%)는 전면 철회하고,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하(22%→20%)를 철회하되, 기존의 과표 2억원 구분 위에 '중견기업' 구간인 500억원 구간을 신설, 중견기업 이하에는 예정된 세율 인하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마련한 세법개정안에 감세철회안을 넣지 않았으나 7일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서 복지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추가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진행돼 왔던 특수관계자 간 편법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일하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근로장려금 지원대상을 무(無)자녀 가구로 확대하고, 지급기준 소득금액도 상향조정하는 등 근로장려세제도 대폭 확대된다.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지원을 위해 가업상속 공제율도 확대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을 위해 출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도 늘어난다.
이와 함께 매년 일몰을 연장해 온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말을 끝으로 전면 폐지되고 대신 올해부터 도입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전면 전환한다.
기획재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들을 담은 '201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등 16개 세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지난해에 이어 고용 증대와 서민·중산층 지원, 조세체계의 합리화에 주안점을 뒀으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연이어 화두로 던진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이라는 국정목표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재정위기를 맞아 민간에 활력을 높이고, 성장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문 간 격차를 완화하며, 조세가 시장경제가 지닌 취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세법개정안은 특히 정부가 공정과세의 핵심과제로 꼽았던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을 포함했다.
특수관계자 법인 간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경우 일감몰아주기로 간주,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식이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으로 수혜법인의 지분 3%를 초과보유한 대주주 개인이 과세대상이다.
또 임투공제 5%(수도권 대기업은 4%), 고용창출공제 1%로 운영되던 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패러다임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6%(고용유지 4%, 고용증대 2%)로 전면 전환키로 했다.
기존 고용창출공제에 대한 비판을 일부 수용,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경우에 대한 투자지원을 위해 고용유지에 대해서도 4%(수도권 대기업은 3%)의 공제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고용증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 대해서는 3년간 소득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 중소기업과 청년 고용을 세제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가업상속공제의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100%로, 공제한도 또한 60∼100억원에서 100∼5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일하는 복지 강화를 위해 근로장려금 수급대상도 크게 늘렸다. 근로장려금 수급 소득기준을 가구 연소득 17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자녀가 없는 가구도 지급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국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업무 일부를 국세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도입했다. 현재 국세체납에 따른 압류재산의 공매·배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위탁받게 되며, 납세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재산조사와 독촉장 송부 등 일부 업무만 위탁된다.
이와 함께 재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 감면 42개 중 10개를 폐지하고, 2개를 축소·연장했으며, 30개는 지금 수준과 같이 연장하기로 했다.
영유아용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와 중·대형 아파트 관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조항은 적용을 3년 더 연장했고, 신용카드와 직불·체크카드의 소득공제 제도도 연장 확대했다.
또 전·월세 주거안정 지원을 위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고, 전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도 확대했으며,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허용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물량 공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재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오는 2015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의 세수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정부안은 7300억원 수준의 세수증가에 그쳤으나 막판 당정청 협의과정에서 추가감세의 부분적인 철회가 반영되면서 상당한 증세효과가 나타났다.
법인세 중간세율구간을 신설해 초과구간에 대한 감세를 철회하면서 2조4000억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되고, 소득세 최고세율 감세 철회(6000억원↑), 임투공제의 고용창출공제 전면전환(1조1700억원↑)과 일감몰아주기 과세(1000억원↑)가 주요 세수 증대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근로장려세제 확대(2300억원↓)와 중소기업 취업청년 소득세 감면 신설(1400억원↓) 등은 세수 감소요인으로 분석됐다.
소득세 감세 철회는 당정이 협의를 봤지만, 법인세 감세 철회는 중간세율구간을 어떻게 신설할 것인지를 놓고 추가로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어서 최종적인 세수효과는 변동될 여지가 남아 있다.
정부는 500억원을 법인세 중간세율구간으로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100억원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재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방안은 중과유예가 끝나는 내년에 다루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