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식료품매장 사업부와 제법 짭짤한 수입이 되는 고급레스토랑 사업부로 구성된 법인 X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식료품 매장사업만 스스로 운영하고 수익성이 좋은 레스토랑 사업은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법인 X를 두 개의 회사로 나누기로 결심했다.
레스토랑 사업은 법인 X에 그대로 남겨 그 지분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식료품 매장사업은 법인 Y로 분할(상법상 인적분할)한 뒤 자신이 직접 운영키로 한 것.
그러나 불행하게도 회사를 분할한 직후 회사인근에 백화점이 들어섰고, 이 백화점에 갖가지 고급 레스토랑이 대규모 입점하면서 레스토랑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었다.
K씨는 기왕에 아들에게 법인 X의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주식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회계사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상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가액을 산정해 달라고 의뢰했다.
아들이 법인 X의 주식을 증여 받으면 그 시가 상당액만큼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주식가치를 상증법상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가액으로 산정해야 하기 때문.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가액은 당해 주식의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2로 가중평균(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인 경우에는 손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2:3으로 가중평균, 주주가 최대주주이면 최대주주 할증률을 적용)하여 구하는데, 이때 순손익가치는 과거 3년간 순손익액을 가중평균하여 구한다는 것은 상증법에 규정된 내용.
그런데 K씨는 회계사가 산정한 X 법인 주식의 상증법상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가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식가치가 너무나 높게 평가돼 아들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 규모가 예상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상증법상 비상장법인의 보충적 평가가액은 원칙적으로 과거 3년간 순손익액을 기준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과거에 돈을 많이 벌었던 법인 X의 주식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K씨는 법인 X가 과거에는 수익성이 좋았지만, 계속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들이 거액의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 아들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 규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인 X의 순손익가치를 추정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절세할 수 있다.
상증법은 해당 법인의 최근 3년간의 순손익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등 과거 순손익액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에는 장래 추정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상증법 제56조 제1항).
이때 '부적당한 경우'란 '평가기준일전 3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평가기준일까지의 기간 중 합병, 분할, 증자 또는 감자를 하였거나 주요 업종이 바뀐 경우'가 포함된다(상증법 시행규칙 제17조의 3 제1항 제3호).
물론, 이외에도 추정이익을 기준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이렇게 상증법이 순손익가치를 과거 3년간의 순손익액 대신에 '추정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상증법은 과거 3년간의 수익성이 장래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이 어떠한 경우에나 옳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증법은 과거 3년간 수익성이 장래에도 유지되지 못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추정이익'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추정이익'으로 평가하려면 신용평가전문기관이나 회계법인 그리고 세무법인 중 둘 이상의 평가전문기관을 선정해야 하는 등 '추정이익'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적 요건들이 있다. 이 요건들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어떻게 됐든 K씨는 법인 X가 최근에 '분할'됐기 때문에 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게 됐고, 결국 법인 X의 순손익가치를 추정이익으로 평가해서 아들의 증여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만약, K씨가 법인 X를 분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즉, 상증법 시행규칙 제17조의 3 제1항 각호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과거 3년의 순손익액을 기준으로 법인 X의 순손익가치가 높게 평가되었을 것이고, 아들은 거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했을 것이다.
[이민규 공인회계사 약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무법인 율촌 Senior Professional, 업무분야 : 조세·세무계획·세무조사방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