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중국 상해 화동정법대학(華東政法大學)에서 부동산 세제에 대한 국제학술세미나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 관동(關東)과 관서(關西)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중국도 어떻게 보면 양쯔강 이남의 '강남'과 양쯔강 이북의 '강북' 간 상호 견제 속에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부동산 세제 국제세미나는 특히 강남의 지방정부에 해당하는 상해와 충칭(重慶)의 부동산 가격 급상승대책과 그에 대한 세제상의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를 얻으려는 세미나였다고 할 수 있다.
본론에 앞서 필자가 처음 본 상해의 경관에 대한 소감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상해의 도시 및 건축관련 법제는 본 일이 없어 소개가 어려우나, 대체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과 함께 초기에 서구화된 도시이고 기후가 남부 프랑스와 유사한 식물 식생대를 보여 남부 프랑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황푸강을 중심으로 와이탄(外灘) 지역의 이서(以西)와 포동 신개지(新開地)인 이동(以東)의 야간 정취는 경관조명이 마치 인상파화가들이 그린 파스텔 톤의 화폭처럼 도시를 비추고 있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경관법(景觀法)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이제 성냥곽 아파트와 살풍경한 도시미관을 버리고 다양한 경관조명과 디자인으로 휘감은 주택촌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격조있는 도시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여 본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세미나는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의 학자들을 초청한 나름 모양새를 갖춘 국제세미나였다. 세미나의 중심 주제는 최근 중국에 도입된 '부동산 보유세'의 적정성에 대한 찬반논의였다.
지난 1월 장강 이남의 충칭과 상하이시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중국내에서 최초로 고급 주택에 대해 주택가격의 최대 1.2%세율의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하였는데, 주로 부동산 개발사업자들을 컨설팅하는 전문가들은 자못 심각한 반응을 보인 모양이다.
그러나 중국정책당국으로서는 베이징의 지난 5월 물가만해도 작년 동기에 비해 5.5%나 상승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고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중국 신징바오의 보도에 의하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를 넘으면 '인플레이션 시작' 이라고 경제학에서 보고 있다는 촌평도 붙어있다.
또한 급여의 면세점이 2002년기준 월 800위안에서 1600위안, 2000위안, 3000위안으로 순차 상승되어 2011년 기준으로 5000위안으로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급상승한 점이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중국도 부동산 세제에서 우리의 뒤를 따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정작 필자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버블에 대한 규제논의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토론에 참가한 인사들의 표현 및 용어 선택이 대단히 가치중립적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토지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그 속에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보다는 사정적(司正的)이고 위하적(威嚇的)인 표현이 다수 남아 있다.
특히 투기방지세제라고 하지만 투기의 개념은 우리 법률상 어디에서도 규정되어있는 바가 없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상해 부동산 세제 세미나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토지투기억제'라는 표현 대신 '토지가격 상승 억제'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부동산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또한 알기쉬운 세법 정비 사업도 하고있으므로, 앞으로 부동산세제 관련 용어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새롭게 정리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