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국내 유류비용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휘발유의 리터당 평균 가격은 1804.84원. 이 때문에 평소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국민들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났다. 높은 경유가(1601.99원)에 영세서민들은 올 겨울 강추위가 야속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석유제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석유자원이 없는 탓도 있지만,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취지와 함께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유류가격이 올라가면, 유류가격에서 차지하는 유류세의 비율은 낮아진다는 점이다. 일견, "세부담이 낮아지니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류가격이 올라가고, 유류가격에서 차지하는 유류세의 비율이 낮아져도 사용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정부의 유류세 부과 방식에서 찾을 수가 있다.
현재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은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다. 정부는 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이들 세금을 정액으로 부과하고 있다. 세수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
휘발유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휘발유 1리터당 교통세 529원, 주행세 137.54원, 교육세 79.35원, 부가가치세 74.59원 그리고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의 10%를 더한 900.92원을 정액 과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제품 가격 전체에서 차지하는 유류세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가 내려가면 유류세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진다.
따라서 유가상승에 따른 부담이 줄었는지 보기 위해선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 업체들이 얼마나 가격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는지, 정부가 유류세율을 내렸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당 회의에서 물가인상 문제를 언급하며 "물가가 치솟으면 고통스러운 것은 서민이다. 유류세 인하 등 적극적인 물가 억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 외 다수 정치권 인사들도 과거의 예를 들면서 "정부가 유류 탄력세율을 적용,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세수가 감소되는 데다가, 각종 국책사업을 벌인 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나 유가환급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수 년전 살인적인 고유가 현상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유류세율을 인하하지 않았다. '세수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을 위해 막대한 세수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