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과 재정

금년 우리 경제는 6%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3년 이후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대체로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금년 초만 해도 출구전략의 타이밍과 내용을 가지고 열띤 논쟁들을 했었는데 어느 덧 우리 경제는 출구를 한참 벗어나서 광활한 들판을 신나게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출구전략의 핵심이슈는 인플레이션과 재정건전성 대책이었다. 뜨거웠던 논쟁에 비하면 출구전략의 실제 시행은 좀 '흐지부지'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인상이라는 구체적인 조치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고, 평가는 엇갈렸지만 그러한 조치가 몇 차례 시행되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는 논의나 실제 정책 행위가 좀 더 산만했던 것 같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은 감세 철회였다.

세금을 더 거두어서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것이 재정건전화의 핵심인데다가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므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정말로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재정의 건전성을 염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고, 이에 질세라 여당까지 70%복지 같은 큰 정부 전략을 들고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도 정치판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전교생 무상급식 같은 주장이 아직도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소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또한 자치단체의 경쟁적인 재정낭비를 막을 방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힘 있는 정치인들의 자기 지역구 지원을 위한 예산 챙기기 같은 행태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으로 국민의 안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버젓이 자행되었다는 것도, 정치인들의 재정건전성 이야기가 립 서비스일 뿐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기야 정치인들에게서 중장기적·국가전략적인 시각과 그러한 시각에 바탕을 둔 국가운용을 기대한다는 것이 너무 순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최근의 여러 가지 상황은 재정건전성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올바른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받는다면 이것은 2010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로 복지지출의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주는 한 해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복지확대에 의한 재정파탄과 그에 따른 복지 축소가 가져오는 사회적 갈등의 격렬한 표출을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복지확대를 가지고 국민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무모한 경쟁을 하는 것을 보았다.

복지혜택은 산타클로스가 어디에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의 부담으로 조달되는 것이다.

둘째로 2010년에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북한의 도발과 그 과정에서 슬그머니 드러난 중국의 속셈은 안보와 통일관련 재정위험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대내외적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인 세수증대를 통한 수지개선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재정재원조달능력의 확충이 가장 우선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은 세율의 인상으로 달성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통한 조세베이스의 확대가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재정 지출의 효율화와 그 확대를 통제하고 절제할 수 있는 사회적인 능력이 배양되어야 한다.

재정규율을 강요하는 법적·제도적인 장치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국가 구성원들이 국가에 의한 복지의 한계와 위험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요컨대 금년은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사건들과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점점 더 엄혹해 지고 있는 국제환경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한해였기에 의미가 있고 또 감사한 한해였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