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드라마에서는 미술품이 뇌물사건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미술품을 매입, 보유 및 양도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재산세, 소득세 등 어떠한 세금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50억원의 미술품이든 80억원의 미술품이든 매입, 보유 및 매도하는 과정에 1원 한푼의 세금도 없다. 이러니 미술품을 가지고 뇌물이나 증여·상속세회피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다. 어쩌면 국가가 나서서 이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러나 무주택의 서민이 힘겹게 돈을 모아 1억원의 주택을 매입, 보유 및 양도(3년내 매도시)하였다면, 1세대 1주택의 소유자라고 해도 각각의 단계에서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고가미술품과 주택을 비교해 보면 정말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미술품에 대해 특이한 제도를 두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점을 반영하여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부터 미술품의 양도소득세의 도입을 시도했으나 미술계의 반대로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2008년 12월 26일에 소득세법(법률 제9270호)을 개정하면서 2011년 1월 1일부터 미술품양도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도록 법제를 이미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국회의원 등이 갑자기 이를 2017년 1월 1일로 시행연기하자고 개정법률안을 제출하였다.
2011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되어 있는 미술품양도차익에 대한 기타소득세는 생존작가의 작품매매에 대해서는 전혀 과세되지 않는다. 오직 작고작가의 작품에 한하여 6000만원이 넘게 고가로 거래되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하되, 일률적으로 양도가액의 90%(10년 미만보유시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경우 예를 들어 작고작가의 미술품을 10년이상 보유한 후에 1억원에 매도한다면 200만원{=(1억원-9000만원)×20%}의 기타소득세를 내게 된다. 이는 미술품거래의 중개수수료가 보통 양도가액의 10%내지 40%인 것을 감안하면, 세금은 양도가액의 2%라는 점에서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다.
또한 생존작가의 경우에는 그들의 미술품을 50억원에 매수하여 70억원에 매도해도 아무런 세금이 없도록 특별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생존작가와 작고작가를 구분하지 않으며, 미술품의 양도자는 모두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미술품양도에 따른 기타소득과세를 시행유보하지 말고 당초 입법된 대로 2011년 1월 1일부터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미술품양도에 대한 기타소득과세는 우리나라가 공정사회로 나아가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가는 국민에게 미술품을 이용하여 뇌물 혹은 증여·상속세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품을 취득, 보유 및 양도단계에서 아무런 세금이 없기 때문에, 미술품을 거래하는 경우 실명제시와 세금납부가 없으므로 아무런 흔적없이 뇌물이나 증여·상속세회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미술품을 이용하여 뇌물 혹은 상속회피에 이용하라고 공인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 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는 나라가 이 세상에 있을까 싶다.
둘째, 미술품양도에 대한 기타소득과세로 가장 두려워 하는 집단은 아마도 미술품을 불미스러운 방법(뇌물 혹은 증여·상속세의 회피수단 등)으로 유통하여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자 혹은 특별계층(공무원, 정치인 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를 방조 혹은 이를 통해 미술품을 상당량 보유한 일부 미술품중개인 등의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이번 과세로 미술품실명제가 되는 것을 가장 못마땅해 할 것이다. 과거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할 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거의 같다고 할 것이다.
셋째, 미술품양도에 따른 기타소득과세는 미술과 미술시장의 육성과 전혀 관계없다. 이번 과세는 미술품을 통해 고액의 돈을 번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 및 미술시장육성은 문화예술창달을 위한 다른 차원에서 모색해야 할 사안이다. 미술시장이 투명하다고 많은 국민들이 느낄 때 정부에서도 미술 및 미술시장의 육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넷째, 작고작가의 미술품에 한하여 이를 통해 양도차익이 있는 사람에게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생존하는 미술작가의 창작활동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생존작가의 작품을 10억원에 매입하여 50억원에 매도하든, 100억원에 매입하여 150억원에 매도하든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도 양도소득세는 전혀 과세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과세로 생존 미술작가의 창작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섯째, 오히려 미술품양도에 따른 조세체계를 기타소득과세가 아닌 양도소득과세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1년부터 미술품양도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보아 과세되는 경우 양도자는 종합소득에 합산과세하지 않고, 오로지 양수자(사업자 및 비사업자포함)만이 원천징수하여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양수자가 원천징수를 누락하게 되면 제대로 과세가 이루어 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이 양도자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양도소득과세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