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가격과세제도와 관세평가제도 간 문제점 및 대응방안

□ 양 제도 간 문제점에 대하여

외국의 모회사 또는 계열회사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라면 국세목적상 적용되는 이전가격세제와 관세목적상 적용되는 관세평가제도상의 규정이 서로 달라 이로부터 예상치 않은 불이익을 당한 사례를 적어도 한 두 번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모회사로부터 기계부품(S)을 단위당 $150에 수입하여 그 가격으로 수입신고를 마친 우리나라 소재 A회사는 그 후 국세청으부터 이전가격조사를 받아 한국에서의 과세소득이 신고시보다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세소득 증가 사유는 특수관계자인 모회사로부터 수입한 S의 가격이 정상가격 $100 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S부품 단위당 $50이 미국 모회사로 이전되었다고 보고 A회사의 과세소득을 그만큼 증가시켜 추징을 한 것이다.

A회사는 나름대로 당초 수입가격의 정당성을 입증하였으나 과세당국을 설득하지 못해 본 세금은 물론 이에 따른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되었다.

그 후 A회사는, 만일 국세청의 주장이 맞는 것이라면 이는 관세청에서 S 부품 과세가격을 단위당 $50씩 높게 보고 관세를 징수한 것이 되므로 이 부분만큼 관세환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관세청에 환급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예상밖에도 관세청은 A회사의 환급청구를 거부하면서 그 근거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에 의한 정상가격은 관세의 부과를 목적으로 하는 관세평가 규정에 의한 과세과격과 목적 및 산출방법이 상이하므로 관세의 부과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 기획재정부 예규를 제시하였다.

국세와 관세에 적용되는 기준이 각각 달라 납세자는 이중으로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후, A회사는 미국회사로부터 기계부품(T)을 단위당 $150에 수입하여 그 가격으로 수입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국세청(IRS)이 모회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모회사가 A회사에 수출한 T의 가격이 정상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고 주장하면서 T의 수출가격을 단위당 $200로 조정한 금액으로 과세를 하였다.

결과적으로 미국 모회사와 A회사는 법인세차원의 이중과세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A회사는 국조법에 의거 국세청에 대응조정을 신청하여 국세청은 이를 수용해 주었다.

이는 법인세 차원에서는 A회사의 과세소득을 그만큼 감소시켜 환급을 해준 것을 의미하고 한·미 양국의 과세당국이 T의 국내 수입가격을 $200로 수정해 인정한 것과 같다. 이에 따라, A회사는 과세소득 감소분을 미국모회사에게 송금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 별도의 관세에 관한 수정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 후 관세 심사를 받게 된 A회사는 대응조정과 관련하여 미국모회사에게 송금을 했다는 이유로 관세를 추가로 추징받고 이에 따른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되었다.

지난 번 S부품의 사례를 경험한 A회사는 국세부과와 관세부과는 상이하지 않느냐면서 관세청에 항변을 했으나 역시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관세청이 상기 예규 후반부에 기재된 다음과 같은 단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응조정으로 추가 지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세의 과세가격이 관세법 제30조에 의해 결정된 경우 사후에 추가로 수입대가가 실제로 지급되었다면 이는 제30조 제1항의 본문의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포함되는 것임(관협 47040-310, 2001.12.29)"　

□ 이중 불이익 발생의 주요 원인

위에 제시한 사례는 이전가격세제와 관세평가 규정이 달라 납세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이와 같은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전가격세제와 관세평가 규정의 목적, 접근방법이 달라 그 결과 나타난 구체적인 법률규정 내용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양 제도의 목적상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관세평가(customs valuation)제도는 물품의 수입시점에서의 정확한 관세가격의 산정이 주 목적인 반면 이전가격세제는 관계회사간의 부당한 소득이전을 방지하고 합리적으로 과세소득이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들의 접근방식도 서로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즉, 국세청의 경우 물품의 수입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국내에 귀속되는 과세소득과 세액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반면, 관세청의 경우는 수입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신고되어 관세액이 지나치게 적지 않은가 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는 국제적인 과세기준 및 이를 법적으로 구체화한 개별국가의 법령상 차이로 나타나는데 결국 앞서 언급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고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관세법상의 관세평가 규정은 WTO의 관세평가협정에 기반을 두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개별 통관 물품의 수입시점에서의 적정한 가격산정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관세의 과세과격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포장비용, 판매수수료, 생산지원, 로열티 및 라이센스료, 사후귀속이익과 같은 가산요소들이 더해져 산정된다 (제1방법).

그런데 수입자와 수출자 사이가 특수관계자들이고 수입가격이 이들 사이의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거래가격이 아닌 다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즉 ▲동종동질의 거래가격 (제2방법)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제3방법) ▲재판매가격(역산가격)방법(제4방법) ▲산정가격(원가를 기초로 한 가격) 방법(제5방법) ▲기타 합리적인 방법(제6방법)들을 적용하되 각 방법은 엄격하게 순위를 적용하여 앞방법의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에 그 다음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이전가격세제는 OECD 이전가격과세지침에 기반을 두고 국조법에 규정되어 있는 바, 해당 기업의 과세연도 기간의 정상가격 (arms length price) 또는 정상마진 (arms length margin)의 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상가격 산출방법으로는 전통적인 거래접근 방법(Transactional methods)으로서 ▲비교가능 제3자 가격방법(Comparable Uncontrolled Price Method) ▲재판매가격방법(Resale Price Method) ▲원가가산방법(Cost Plus Method)이 사용되고, 이익에 기초한 방법(Profit-based method)로서▲이익분할방법(Profit Split Method) ▲거래순이익률방법(Transactional Net Margin Method)등이 있다.

이들 방법 중 전통적인 거래접근 방법이 이익에 기초한 방법보다는 적용상 우선 순위가 있으나 그리 엄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이와 같은 우선순위도 완전히 배제되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적용하도록 세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평가기준과 이전가격세제 사이에 특히 차이가 큰 부분을 지적한다면, 이전가격세제에서는 가격(또는 마진)의 정상범위(arms length range)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조사대상 기업의 가격이나 마진이 이 범위내에 있으면 과세조정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이 보편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반면 관세평가기준은 그렇지 않다.

예외적으로 10% rule이라 하여 관세 산정가액과 비교가액의 차이가 비교가액의 10%내의 있는 경우에는 관세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준이 있을 뿐이다. 

또 이전가격세제에서는 상이한 거래들의 통합(aggregation) 및 의도적 상계(intentional set-off)가 허용되고 다중연도자료(multiple year data)의 사용, 하향조정(downward adjustment), 대응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 또는 보상조정 (compensating adjustment)등과 같은 각종 조정이 허용된다.

그러나 관세평가 규정에서는 이들과 같은 조정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정이 있는 경우 그것은 수입가격이 거래당사자들간의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반증으로 취급되는 위험 요소들로 작용한다. 

□ WTO와 OECD의 평가기준 상 조화(harmonization) 노력

그렇다면 서두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납세자로서 일견 납득할 수 없는 국세와 관세상의 거래가격 평가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관세평가기준과 이전가격세제의 국제기준·지침을 제정하는 국제기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자간의 차이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관세평가기준을 제정하는 WTO와 이전가격과세지침을 제정하는 OECD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합동회의를 개최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당시 주요 논의 사항은▲세관 당국에 의해 인정된 가격에 대해 사후에 이전가격 조정을 하는 경우의 적정 처리방안▲이전가격세제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들의 관세목적상 활용 가능성▲관세 및 이전가격의 합동 사전약정 (Joint Advanced Customs and TP agreement) 개발 가능성 등이었다.

양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2년간의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이들은 두 과세기준의 차이가 얼마나 일치하는 것이 힘든가를 확인만 했을 뿐 이렇다 할 진전사항을 가져오지 못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2007년 이후 유사한 성격의 회의를 계속해서 개최하는 것 보다는 각 기구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을 구성, 이들로 하여금 양 과세기준의 과세기술상 그리고 실무상의 차이를 좁혀갈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미션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포커스 그룹은 지난 2007년 10월에 회의를 개최해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 상의 정상가격의 관세 과세가격으로의 수용가능성들에 대해 토의한 후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현행 WTO 관세평가협정의 범위안에 이전가격 목적상 채택된 방법 (또는 문서)이 관세목적상 정상가격을 구하는 경우에도 허용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전가격의 사후적 조정에 대해서는 관세평가의 관점에서 별도의 기준을 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커스 그룹은 그 대표성에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평가기준의 제정에 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고, 현재 이들 국제기구에서는 새로운 모멤텀의 형성을 모색하는 한편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각국이 자발적으로 조화방안을 찾아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 조화방안 마련을 위한 우리나라 과세당국들간의 노력

2008년초 신정부가 구성되면서 친 기업(business friendly)정책의 일환으로 이전가격세제와 관세평가규정의 조화문제가 주요한 국정현안의 하나로 부상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내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반(Task force team)이 구성되었다.
 
2009년 2월에는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간에 '이전가격과 관세평가의 조화를 위한 업무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고 이 내용이 널리 보도되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전담반이 일년동안 활동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양해각서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전가격조사 및 관세가격심사 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각 기관이 공동조사를 상호 요청할 수 있고 이를 요청받은 기관은 상대방의 요청에 적극 협력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이전가격과세 또는 관세평가와 관련하여 양 과세관청이 보유생산한 정보와 자료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이전가격 조사기법 및 관세평가기법 상호 연수기회도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위와 같은 과세당국들의 노력은 한때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막연하나마 서두에 언급했던 문제들이 조만간 상당수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위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무역거래를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중 불이익 해소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크게 개선된 조치가 마련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 도입가능한 개선책

사실 우리나라 관세평가제도와 이전가격과세제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WTO 관세평가협정과 이전가격과세지침에서 양자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 차례의 국제회의를 통해서 양자간의 개선가능한 분야에 대한 토론이 상당수준 전개되었고 그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책도 엿보인다.

우선 현재까지도 국세청과 관세청이 금과옥조처럼 활용하고 있는 서두에서 언급한 기획재정부의 '예규'를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법령개정 조치가 필요하다.

즉, 국세청과 관세청이 상호 공동 조사를 했거나 사전에 양 과세당국간에 정보를 교환한 경우, 또는 납세자가 정상가격사전 승인을 받기 위해 관세청 심사결과 자료를 국세청에 체출했거나 반대로 관세가격 사전심사를 받기 위해 이전가격조사결과 자료나 정상가격 사전승인결과자료를 관세청에 제출한 경우 국세청과 관세청이 각각 상대기관의 과세 또는 결정결과를 존중해서 결정을 하도록 법령으로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상당부분 이미 실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양 과세당국들이 당장 법령개정 작업을 추진해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WTO와 OECD가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있는 '관세 및 이전가격 합동 사전약정 제도(Joint Advanced Customs and TP Agreement)’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조법상의 '이전가격 사전 승인제도'와 관세법상의 '관세사전심사제도'를 납세자가 희망하는 경우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에 의한 승인이 이루어지면 납세자는 일정기간 동안 이전가격 리스크와 관세평가 리스크를 한번에 제거함으로써 사업운용상 불확실성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이전가격과세제도와 관세평가제도 상호간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분야는 정상가격의 범위개념이다.

현재 관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물품의 수입가격과 비교가격 (특수관계가 없는 자로부터 수입한 동종동질물품 또는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의 차이가 10%를 초과하는 경우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가격 과세제도에서는 정상가격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사분위수(quartile) 개념이 보편적으로 도입돼 있는 점을 감안해 현행 관세법 시행규칙 상의 10%를 25%로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현재 국세청과 관세청간에 과장급 대표로 구성된 조정협의회의 운영을 좀더 활성화하고 일선기관에서는 납세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추진함으로써 납세자가 양 기관간의 제도의 차이로 이해 발생하는 억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합리적 세정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