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세무간섭 모두 폐지하겠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26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사전 세무간섭을 폐지하고 사후검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세청장은 30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제19대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법과 원칙 바로선 올바른 국세청 만들겠다"
사전 세무간섭 폐지 검토…"사후검증기능 강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현동 국세청장(사진)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세청장 후보자의 국세청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철학 등을 검증하는 무대.
그러나 당시 인사청문회는 이 국세청장의 자질과 능력, 국세청 운영 철학 등을 꼼꼼하게 검증해내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점검하는 수준의 검증만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 국세청장이 머리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국세청 운영과 관련한 '복안'은 취임 이후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액션플랜'을 통해서만 검증과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이 날 인사청문회 개시에 앞서 이 국세청장이 내놓은 '모두발언'을 뜯어보면 이 국세청장이 추구하고 있는 국세행정 운영방향의 일면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 이현동 국세청호(號)-사전 세무검증 폐지, 사후검증 기능 강화= "법과 원칙이 바로선 올바른 국세청을 만들겠다(2010년 8월26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는 이 국세청장의 선언은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에 속한다.
원칙에 입각한 세무조사 행정 운영, 인사투명성 제고, 숨은 세원 지속 발굴 및 친서민 지원, 부정부패 척결 등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국세청장들도 취임 일성을 통해 이 같은 원론적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할 것도 주목할 부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국세청장의 당시 모두발언에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힌트'가 숨어있다.
이 국세청장은 "공정한 세정을 펼치겠다. 성실납세자가 세금에 신경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전제한 뒤 "사전 세무간섭을 모두 폐지하고 신고 후 사후검증에 주력하는 완전한 자율신고 납세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세무간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중대한 '변화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세는 납세자의 자율적인 신고를 기반으로 납부되고 있다. 과거 부과고지 체제가 폐지되고 신고납부 체제로 전환, 상당 기간이 흘렀으며 어느 정도 신고납부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국세청은 각 세목(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신고와 관련해 불성실 세금신고 혐의자 및 주요 부적격 신고사례를 사전에 적출, 개별관리 및 개별신고안내를 해 왔다. 특히 적게는 수 천명에서 많게는 수 만명까지 '개별관리대상자'를 선정, 이들의 세무신고 내용을 사전과 사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국세청장이 지목한 '사전 세무간섭'은 바로 이런 부분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
국세청은 앞으로 주요 세목에 대한 신고시 개별관리대상자 선정을 비롯한 사전 세무간섭 요인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침을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약속한 셈이다.
다만 국세청은 납세자에게 불필요한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자율적인 신고납부 체제 운영과 상반되는 사전 세무간섭을 폐지하고 신고내용 검증 및 세무조사 등 사후검증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전체적인 밑그림만 잡힌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성실신고를 전제로 운영되는 신고납부 체제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개별관리대상자 선정 등 사전 세무간섭 요인을 가급적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사전 세무간섭 폐지시 납세자들의 경각심 부재로 불성실 세금신고 등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세무조사 등 사후검증 기능을 대폭 강화해 대응한다면 성실납세 의식 제고 등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