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파산지경이란다. 들어올 세입은 생각지 않고 마구잡이로 생색용 일을 벌인 탓이다.
날씨도 더우니 세금 덜 낼 일이나 궁리해 볼까. 가뜩이나 죽을상인 지자체가 곤란하지 않게, 너도 나도 장려하는 수출하면서 세금 덜 내는 법이 좋겠다. 아니, 세금을 덜 내면서 수출은 잘 하는 법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상품을 파는 기업에 세금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출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세금인데, 세금은 원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의 우열에서 판가름 난다. 그 중 가격경쟁력은 결국 원가문제다.
상품이 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에 판매될 때 세금이 원가에 미치는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관세나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의 과세표준은 대개 과세시점의 가격을 기초로 한다.
이때 이미 부과된 세금과 물류비, 유통업자의 마진등도 모두 과세가격에 포함된다. 따라서 수입통관 단계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할 때를 포함해 매 거래단계마다 10%의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면 수입업자가 실제 시장에 판매하는 가격은 FOB 수출가격의 2배 이상이 된다.
수입업자가 직접 시판하지 않고 소매상을 거쳐 판매한다면 적어도 3배가 넘는다. 흔히 오해하듯 폭리를 취해서가 아니라 수입업자와 소매상이 각각 30% 가량 마진을 붙일 때 그렇다.
이 가운데 순수하게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비중으로 보아 수입업자가 판매하는 가격의 약 16%, 소매상이 판매하는 가격의 약 21% 정도다. 10% 관세가 시장 가격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10%가 아니라 21% 이상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에겐 불편한 일이지만 세금은 내는 사람이 하기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무역에서 특히 그렇다. 수출입을 할 때 업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먼저 수출단계에서의 세금문제를 살펴보자. 수출단계의 세금은 이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환급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착하게도(?) 수출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진 않고 반대로 환급하는 제도만 두고 있으니 낸 세금을 어떻게 돌려받을까, 어떻게 가급적 많이 받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가 수출업체에 환급한 세금은 관세만도 3조 2천억원이 넘었다. 수출상품에 대한 환급은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정반대로 수입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향상효과를 낸다.
작년에 타결된 한-EU FTA 협상과정에서 마지막에 등장한 가장 큰 쟁점이 우리나라의 관세환급 문제였다. EU 측이 끈질기게 우리나라 환급제도 철폐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관세환급의 확대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수입단계서의 세금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각종 협정에 의한 특혜관세제도와 감면세 제도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FTA나 특혜관세협정은 극히 일부국가와만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국가로 수출되지 않을 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협정 체약국가로 수출되었다 하더라도 원산지규정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이 충족돼야 특혜적용이 가능하다.
감면세는 대부분 국가가 여러 가지 정책목적으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정책목적에 따라 요건을 정해두고 있으므로 그 요건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상품을 수출할 때 수입통관이나 수입국 관세 또는 소비세를 수출상이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무역거래조건을 적용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그런 책임은 수입자가 지도록 약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수입통관 단계서 세금특혜를 적용받으려면 수출자로부터 증명서를 입수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 수출상에게 중요한 것은 수입국내 시장에서의 상품 경쟁력이다.
책임여부를 떠나 수출상은 수입국의 관세 및 소비세제도를 이해하고 수출전략을 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TA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최근 중국은 철강제, 농산품, 의약품, 화공제품 등 일부 수출품에 대한 수출환급세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08년 말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하자 작년 6월 노동집약적 제품, 고기술 제품 등 무려 2천600종의 제품에 대해 최고 17% 수출환급세율을 적용, 252억 위안(4조3천600억원)의 세금을 깎아줬다.
그 중 406개 품목에 대해 환급을 폐지한 것이다. 중국산 제품의 해외시장 가격경쟁력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조치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 가격경쟁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세금문제를 신중히 살펴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살리는 게 필요하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유의할 사항은 어느 나라에서나 세금특혜를 적용하거나 환급을 할 때 전제가 되는 것은 수혜당사자의 신청이란 점이다. 신청하지 않아도 그런 혜택이 부여되는 경우는 없다.
[약력] 서강대학교 경영학박사(무역 및 국제경영전공), 국립세무대학 관세학과 교수(관세학과장), 재정경제부 세제실 관세제도과 서기관, 관세청 심사정책과장, 용당세관 세관장, 인천본부세관 통관국장(부이사관), 한국관세포럼 회장, 한남대학교 경상대학 무역학과 교수(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