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조세협회 세계총회 유치…국제조세분야 발전 견인차
입사 순간부터 삼일의 주인의식을 가졌다…금융본부 신화 써내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이익을 많이 내서 그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고 결국은 애국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세금은 곧 국민에 대한 '사랑과 봉사'라고 봅니다."
이진영 삼일 세무자문그룹 부대표는 겉모습 어디를 봐도 날카로운 전문가다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서글서글한 미소로 좀 복잡하다 싶은 문제도 너무 쉽게 말하는 모습에선 마주 앉은 사람마저 덩달아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이 사람이 바로 국제조세분야에서도 삼일 세무자문그룹이 '세무명가(稅務名家)'로 우뚝 서게 만든 장본인이며, 특히 웬만한 세무전문가들은 접근조차 꺼릴만큼 어렵다는 금융분야와 관련해선 국내는 물론 삼일과 멤버펌 관계의 세계적 회계법인인 PwC Global Network에서도 손꼽히는 권위자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거치는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공을 구성원들에게 돌리면서 우산도 돼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그가 가진 장점이다.
■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다…'부드러운 카리스마'
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이기고 남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의 '유능제강 화이부동(柔能制剛 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왠지 이진영 부대표에게는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삼일 사람들은 이 부대표에 대해 "모습은 온유하며 부드럽고,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과 쉽게 화합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운다.
성격이 깐깐하고 까칠한 고객에게도 이 부대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몇 번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발전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는 세무 본부 직원들에게도 화합과 소통을 강조한다.
서태식 명예회장과 오세광 전임회장, 안경태 회장 등 삼일을 이끌어 온 선배들으로부터 특히 사랑과 격려를 많이 받은 이 부대표는 "이제는 그 받은 사랑과 격려를 후배 직원에게 갚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가 "삼일회계법인의 최대의 자산은 사람이다.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저의 책무라고 본다"고 늘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는 매주 월요일 점심이나 저녁식사에 본부 직원 3∼4명을 초청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
일요일이면 교회 장애인부장으로서 소매를 걷고 청각장애인과 어울려 하루를 보내는 그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와 사랑'에 관한 한 그는 말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 "입사 순간부터 나는 삼일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졌다"
친구들이 대기업이나 금융·증권가, 혹은 고위공무원의 길(행정고시)을 선택할 때 그는 삼일을 선택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 임원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한 친구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나은 '최고'가 됐다는 자부심이 말속에서 묻어난다.
실제로 그는 1982년 입사 후 시보 때부터 삼일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삼일에 입사해 보니 회장님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최고를 지향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이러한 비젼을 공유하는 회사의 파트너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도 갓 입사한 신참 회계사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고 말한다는 그는 "삼일은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내가 파트너가 되면 바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잔업을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고 지난 노력의 이유를 설명했다.
■ 모두가 어렵다는 금융본부에서 신화를 써내다
삼일에서 세무분야에 회계사 시보를 채용한 것은 이진영 부대표가 처음이었다.
전체 직원이 100명도 안되던 1982년. 시보로 입사하면서부터 당시 이창희(서울대 법대교수), 임병용(GS지주 부사장)씨 등과 함께 세무에 배정 받은 그는 세법을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창의성에 매료돼 지금까지 세무를 파고들고 있다.
그러던 그가 금융세무에 전문가가 된 것은 1999년 삼일 세무자문그룹에 금융본부가 생기면서부터.
금융은 세무도 어렵지만 금융산업이나 금융상품 등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당시 금융본부를 맡아보겠다는 임원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금융본부에 이 부대표가 자원했다.
이 부대표는 "남들이 하기 어렵다고 해서 일부러 자원했다"며 "피터 드러커라는 학자도 그랬듯이 전문가가 무엇인가. 남들이 하기 어려운 것, 남이 복잡해서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전문가다"고 그가 내린 선택의 의미를 강조했다.
남들이 어렵다는 분야에 스스로 뛰어든 이 부대표의 자신감은 어려운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다.
2007년 보험업계에 변액보험과 관련해 1조원대 세금폭탄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보험회사 과세문제와 직면해 변액보험의 자산·부채 평가원칙의 초석을 마련한 것도 그였고, 분식회계 기업에도 세법은 법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심판원의 첫 결정을 이끌어 낸 것도 그였다.
그는 "법의 취지에 따라 신탁상품에 변액보험은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법이 잘못 됐으면 법을 바꿔야지 법을 따른 기업을 탓하면 법치가 흔들린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 정부도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미는 '스페셜리스트'
기획재정부 금융허브전략분과위원, 중장기 세제개혁자문위원, 세제발전심의위원, 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회 위원,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 자문위원, 국세공무원 교육혁신자문위원.
삼일회계법인 세무자문그룹 이진영 부대표의 대외 직함중에는 유독 정부부처의 외부위원직이 많다. 그가 정부의 과세논리를 파헤치고 뒤집어서 납세자의 편에 서서 일을 하는 회계법인 부대표라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특히 그가 참여한 정부위원회에서는 파생상품의 세무처리문제나 론스타 과세문제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았던 사건이 많이 다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교수나 학자들은 세법이론이나 원리에 대해서는 탁월하지만 회계사나 실무자들은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기 전후의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해외에서는 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조세분야 올림픽 'IFA(국제조세협회) 세계총회' 유치
지난 5월 국내 조세당국은 물론 학계와 조세전문가들에게 큰 경사가 있었다. 조세분야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IFA(국제조세협회) 세계총회 개최지가 오는 2018년에 서울로 확정된 것.
국제조세협회 세계총회는 2000여명에 이르는 전 세계 국제조세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조세 과세흐름을 주도하는 대회로, 한국의 선진세무행정을 전 세계에 소개해서 한국의 과세에 대한 정당성에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자리다.
이 총회 유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인물이 바로 삼일회계법인 세무자문그룹의 이진영 부대표. 그는 대회준비 과정에서 이철송 국제조세협회 이사장(한양대 교수), 옥무석 협회부회장(이화여대 교수)과 함께 개최지 유치를 위해 무려 5년 동안 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국제조세 관계자들은 "이 부대표는 삼일 세무자문그룹에서도 외국기업의 인바운드업무에서 국내기업의 아웃바운드업무까지 국제조세분야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국제조세분야에 밝다"며 "그가 아니면 대회유치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부대표 약력]  ▲1957년 서울 ▲경기고-서울대 영문과-서울대대학원 경영학 석사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법대 최고지도자과정 수료 ▲1982년 공인회계사자격 취득 ▲1982년 12월 삼일회계법인 입사 ▲PwC 런던사무소, 부대표, 세무자문그룹본부장 ▲재정경제부 금융허브전략분과위원 ▲재정경제부 중장기 세제개혁자문위원 ▲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회 위원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 자문위원 ▲국세공무원 교육혁신자문위원, 교육원 강사 ▲한국국제조세협회 부이사장 ▲저서-부동산세제와 투자전략(공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