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을 위한 세제의 역할

고용창출을 위해 세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있는 것일까?  고용 창출과 관련된 세제개편 이야기는 현 정부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전 세계적인 불황 때문인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고용 창출을 위해 즉각적으로 국가차원에서 세제를 비롯한 여러 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앞 정부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할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2010년 1월 21일 대통령 주재의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 이후 4월 8일 ‘제4차 국가고용전략회의’까지 수차례 회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증대를 위한 단기, 중기 전략과 관련 부처의 구체적인 고용증대를 위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1차 회의시에 기업의 고용유인을 높이기 위해 상시고용인원을 전년보다 증가시킨 중소기업에 대해서 증가인원 1인당 일정금액을 세액공제해 주는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는 계획이 제시되었고, 2010년 3월 12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이 계획은 동법 제30조의4(고용증대세액공제)의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세법 개정처럼 국가정책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실제 손에 잡힐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방법은 드물다고 할 것이다. 

여러 재정학자들이 세액공제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분에 비해 고용유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책입안자의 경우에서 보면 지금 당장 국가에 돈이 드는 것은 아니고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러한 세법 개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유혹과 세법 개정은 1회성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있었던 4차 회의결과에 대해서 정부는 고용창출 여지가 많은 서비스분야의 일자리창출 방안을 마련·시행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는데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세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유망 3D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3D전문펀드 1천억원을 조성하고,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즉 R&D 비용의 20%(중소기업 30%)를 소득세ㆍ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 계획안은 유망 3D 기업에 돈도 주고 세금도 깎아 준다는 내용이며 이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논의될 것이다. 

3D 기업에 대한 정부 부처의 지원방안이라고 하면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비과세 및 감면 등이 예상되며, 범정부 차원의 논의이기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의 형태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가재정수요를 주된 목적으로 담세력에 맞게 국민에게 걷는 세금이라는 의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담세력과는 별개로 국가정책적인 목적으로 어느 부문을 제한하기 위해 중과세하거나 어느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비과세 및 감면을 인정하는 것이 개별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 자리를 잡았다. 

금융부문에 대한 국가통제가 약화되면서 국가가 시장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재정정책, 그 중에서도 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고용창출과 관련한 일련의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세수입이 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주어 국가 전체적으로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 달성여부는 불확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고용창출을 위해 정책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서 세수입감소라는 부담을 떠안고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조세특례제한법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혜택을 주는 기간도 제한되어 있어 생각만큼 세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도입할 당시 그 정책에 대한 실효성이 자주 논란이 되면서도 결국은 시행이 되고 시행에 따른 우려는 결국 과세상 혜택을 받는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 마련이다.  

정책이 의도한 대로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면 보다 확실하게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나친 비과세 및 감면혜택이라는 재정운영에 대한 제한이라는 차원에서 세제상 지원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원은 어떻게든 해야 되겠고 지원의 효과는 자신이 없는 상황 하에서 과세상 혜택을 주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이나 개별세법의 개정을 하는 경우 실제 개정내용을 들여다 보면 납세의무자가 그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게 세법만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고용의 문제는 직업을 갖는 그 개인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가족의 문제로서 돈을 벌게 하는 것 이상의 해결해야 할 사회의 중대한 숙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계속해 노력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좋은 시책을 시행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필요에 떠밀려 확신 없이 세법상 혜택을 주는 방식은 벗어나야 한다.  

세금 얼마를 감면하면 어떠한 일자리가 몇 개가 증가하여 줄어든 세금보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세수입이 얼마 정도 늘 수 있다는 예측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러한 예측이 합리성이 있는 지는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의 꾸준한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고 이것이 축적되면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장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면 현재 갖고 있는 불완전한 예측틀을 갖고서라도 기존 비과세 및 감면과 새로이 도입하려는 것을 비교해 보다 효과 있는 것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어느 부분의 고용을 늘리는 여러 정책이 나올 것이고 그러한 정책을 따르는 자에게 과세상 혜택을 주는 방안이 계속 나올 것이다. 

과세상 혜택을 실제 누릴 수 있는 납세의무자가 세법상 자신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법규정을 복잡하게 한다거나 이러저러한 자잘한 혜택이 수차례 세법 개정으로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하여 납세의무자가 평소 세법공부를 해야 과세상 혜택을 정확하게 챙길 수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용에 대한 세제 개편시에 이러한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