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과 재정ㆍ조세정책의 운용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출구전략 시행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출구전략은 곧 금리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재정정책 면에서도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추진되어야 하며 이미 부분적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세율인하의 연기조치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설명될 수 있고 금년도 예산에도 출구전략의 정신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정 측면에서 논의되는 출구전략의 중심에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위기대응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의 커다란 희생이 수반되었고 이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단계에 들어와 있으니까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정건전성은 주로 재정수지의 문제이고 따라서 세수(稅收)를 늘리거나 세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이야기 같지만 세금을 더 많이 거두면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입사정이 좋아지면 긴축 의지가 약해지고 다시 방만한 지출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세금의 부담이 중장기적으로는 세원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재정지출의 효율화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효율이야기를 하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효율은 공평에 반대되는 것이고 효율을 말하는 사람들은 비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효율화라는 것은 수단을 말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평의 목표 혹은 재분배의 목표도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치단체의 낭비적 지출 사례들, 방만하게 집행된다고 보고된 여러 가지 사회복지 프로그램들, 선거철을 앞두고 여야가 앞 다투어 내 놓고 있는 선심성 프로그램 등이 재정건전성 문제의 핵심적 요소들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액으로 얼마 안 되는 돈일지 모르지만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이와 같은 자세가 결국은 국가재정을 부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세정책운영에 있어서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세금을 많이 걷고 적게 걷고의 문제보다 어떻게 세금을 거두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금을 거두는 것은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금년에 많이 따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이 나무가 계속해서 더 많은 '세금열매'를 맺도록 나무를 잘 관리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때 많이 회자되던 친성장적 조세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정신의 조세정책이라고 본다. '세금나무' 혹은 '세금밭'은 결국 기업이고 경제이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최근에 몇 번 경험했던 것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 관련 위기 뿐 아니고 통일과 안보 관련 위기도 대비해야 한다. 위기들은 대부분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성을 가지고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위기가 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관련된 재정위기다. 이런 위기에 대한 가장 좋은 대비는 강한 경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령사회가 되면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일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부양하는 구조가 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사회가 된다. 그래서 세금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거두는 것이 중요한 재정건전화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